다사다난했던 첫날
드디어 여행을 떠나기 전 날인 16년 10월 29일, 숙소 예약과 부분 투어 신청, 유심과 환전 신청을 마치고 캐리어를 닫았다. 막상 가기 전날이 되니 정말 무서웠다. 혼자 약 한 달간 어느 이름도 모르는 곳에서 유배되는 사람처럼 잠도 못 자면서 걱정만 계속했다. '아, 차라리 가지 말까... 근데 예약한 건 어쩌지... 위약금도 물어야 할 텐데.. 근데 너무 무섭다' 이런 말만 잠이 들기 전까지 수없이 반복한 것 같았다.(사실 돈이 무서워서 취소를 못했던 것 같다.)
겨우 잠이 들었는데 2시간도 안돼서 알람이 울렸다. 오전 비행기라 피곤한 상태로 떠날 준비를 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나가기 전에 아빠가 잘 갔다 오라고 했다. 군대 전역한 지 아직 1년도 되지 않았는데 마치 군대를 다시 가는 기분이었다. 이미 가기도 전에 어쩌면 군대보다 힘들고 피곤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랬을까...
생각보다 공항에 일찍 도착해 체크인을 빨리 했다. 캐리어까지 위탁수하물을 보내고 난 후 직원이 백팩 검사를 할 수도 있으니 편한 자리에 앉아서 10분 정도만 기다려달라고 했다. 그래서 환전 신청한 유로를 찾고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30분이 넘도록 오지 않았고, 점점 보딩 타임에 가까워지기 시작해 불안했다. 그래서 지나가던 직원을 붙잡고 내 백팩 검사를 하러 온다 했는데 언제 오냐고 물었더니 일단은 그냥 들어가라고 했다. 여행 시작도 하기 전에 꼬이는 일이 발생해 뭔가 불안한 마음이었다.
다행히 보딩 타임 시작 전에 출국심사까지 마치고 걱정과는 다르게 안전하게 비행기를 탔다. 러시아 모스크바 경유로 가기 때문에 9시간을 달려 모스크바에 도착했다. 유럽이 생각보다 날씨가 춥지 않아 가을 옷과 초겨울 옷을 챙겨서 갔는데, 러시아는 그 날 영하 10도였다. 경유 시간이 3시간이어서 당연히 공항 밖으로 나갈 생각이 없었지만, 모스크바 공항은 비행기에서 내려서 버스로 갈아타 공항까지 가는 구조였다. 그래서 버스 타기까지 짧은 시간 동안 추위에 벌벌 떨어야 했다.
공항에 도착했을 때 너무 추워서 따뜻한 것이 먹고 싶어 카페를 갔다. 신기하게도 그 카페에 Spicy latte라는 메뉴가 눈에 띄어 그것을 주문했다. 직원이 맵다고 했지만, 내(또는 한국인) 입맛에는 매운 느낌은 없었다. 하지만 맛도 그렇게 있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음료를 다 마시고 나가려고 하는데 직원이 한국말로 '감사합니다' 해줬다. 내가 매운 라떼를 먹는 것을 보고 한국인이라는 확신을 가졌던 걸까, 나는 국적을 말해 준 적도 없는데 외국사람이 나에게 한국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내 입장에서는 너무 신기했다.
처음 보는 것들이 많아 신기했던 나에게 3시간은 생각보다 짧은 시간이었고, 드디어 로마행 비행기에 탑승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모스크바에서 로마로 가는 한국분들이 꽤 있었고, 옆자리에 앉으신 부부는 신혼여행을 간다고 했다. 그중 여성분이 나랑 같은 곳에 살고 계셨고 그래서 로마까지 가는 3시간 동안 심심하지 않게 갈 수 있었다.
드디어 로마에 도착했다. 장기 비행이 처음이어서 그런지 몸이 너무 힘들었었다. 공항엔 도착했는데 내 숙소까지는 어떻게 가야 하지 이런 걸 하나도 찾아보지 않았다. 첫 여행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대책 없이 행동했다. 하지만 운 좋게도 옆자리에 앉은 한국인 부부가 호텔 픽업을 신청해 택시를 타고 가는데 같이 가겠냐고 제안했다. 그분들 숙소랑 내 숙소랑 멀지 않다고 생각해 감사의 표시를 전하면서 택시를 같이 탔다. 택시를 타고 가는데 거리가 책에서만 보던 동상들이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당시 시간이 12시쯤이었기 때문에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다.
부부가 묵고 있는 호텔에 도착하고, 감사 인사를 한 뒤에 나는 내 숙소를 찾으러 갔다. 그런데 아뿔싸, 유심을 꽂지 않아 데이터가 되지 않았다. 구글맵을 보고 가는데 밤 12시여서 그런지 분위기도 좋지 않았다. 심지어 내 숙소가 간판이 없는 곳이어서 거의 절망에 빠지다시피 했다. 하지만 사람이 무서우면 기지를 발휘하는지 숙소 이미지를 캡쳐해놨던 것이 있어서 어두운 와중에도 그 호스텔이랑 비슷하게 생긴 곳을 찾았고, 겨우 호스텔에 들어갈 수 있었다. 호스텔에 도착해서 시간을 보니 이미 새벽 1시였다. 거기에 4인실이었는데, 나머지 3명이 다 자고 있어서 조용히 샤워하고 몸이 피곤해 일정은 생각하지 않고 잠부터 청했다.
이 블로그에 있는 모든 사진은 제가 직접 여행지 가서 찍은 것입니다. 사진을 이용하시는 경우 출처를 반드시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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