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 - 2일 차 ; 이탈리아
피곤에 찌들어 곯아떨어진 다음 날 새벽 5시 반쯤 깼다. 여행 비수기라서 그런지 4인실엔 그 친구들이 나간 이후로 오늘도 나를 제외하곤 아무도 없었다.
오늘은 드디어 내가 이탈리아를 선택한 이유인 폼페이를 보러 가는 날이었다. 로마에서 폼페이 가는 것을 알아봤었는데, 혼자 이탈리아 남부로 가는 것이 쉽지 않아서 당일 투어(나폴리를 가는 당일 투어는 그때는 한국밖에 없다고 했다.)를 신청하게 되었다. 당일 투어다 보니 오전 6시 40분쯤 집합해 출발한다고 했다. 다행히 알람도 안 맞췄는데 시차 적응에 실패해 일찍 일어나 대충 씻고 모이는 장소인 떼르미니 역으로 나갔다. 가이드 분과 만나고 내가 제일 먼저 도착해 아침을 먹고 오겠다고 했다.
빵을 먹고 사람들이 다 모였는데, 투어 인원이 7명밖에 되지 않아 버스가 아닌 개인차량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대형버스가 아닌 작은 차로 이동해서 혼자 왔음에도 불구하고 금방 투어 하는 모든 사람들과 친해졌고, 가이드님의 엄청난 말빨과 수다로 인해 폼페이가 있는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에 금방 도착하게 되었다.
드디어 영화 속 폼페이에 들어왔다. 남부 쪽으로 오니 로마보다 더 더웠다. 가이드님의 설명을 들으면서 폼페이 투어를 시작했다. 하지만 기대를 너무 많이 했던 탓일까, 이태리 남부 투어 중 폼페이는 기대만큼 멋있거나 하지 않았다. 폼페이에 대한 지식은 늘어갔지만 무덤덤하게 투어를 따라갈 뿐이었다. 어쩌면 폼페이에서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인간 화석이 입장이 불가해 제대로 볼 수 없어서 아쉬웠을 수도 있다.
1차로 폼페이 투어가 끝난 후 점심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가이드가 잘 아는 곳으로 데려갔는데, 음식 하나로 바로 기분전환이 되었다. 나폴리가 해안가 쪽에 있다 보니 아무래도 해산물 요리가 유명한데, 그중 해산물 파스타를 먹었다. 한입 먹자마자 '여기가 파스타의 본고장 이탈리아구나!'라는 생각을 바로 할 정도로 맛있었다. 그리고 중간점검식으로 폼페이에 대한 소감을 다들 한 번씩 말했는데, 다행히 폼페이에 흥미를 못 느끼는 사람이 나뿐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남부 투어의 핵심은 애초에 폼페이가 아니라고 했다. 나는 폼페이밖에 몰라서 투어를 신청했지만, 애초에 투어 이름도 폼페이 투어로 되어있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 보통 투어 이름은 '아말피 투어'라고 하는데, 아말피 코스트로 가는 길에 역사적으로 중요한 장소인 폼페이가 있어 투어상품에 폼페이를 보통 집어넣는다고 했다.
점심을 다 먹고 아말피 코스트로 가면서 설명을 들었다. 아말피 코스트는 내셔널지오그래픽이 뽑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도로 중 당당히 1위를 차지한 곳이라고 한다. 아름다우면 얼마나 아름답겠어했는데, 정말 코너를 한 번 돌 때마다 감탄이 나왔다. 하필 날씨마저 환상적이어서 햇빛에 비치는 바다가 정말 반짝였다. '소렌토'라는 마을을 거쳐 '포지타노'로 가는 것이 2차 투어였는데, 마을도 동화에서나 볼 법한 그런 마을을 지나가니 정말 세계 1위로 뽑을 만했다.
정말 홀린 듯이 해안도로를 보면서 가다 보니 어느새 '포지타노'에 도착했다. 포지타노는 레몬이 엄청 유명하다고 한다. 그래서 가이드 분도 선물용으로 레몬 관련된 상품 같은 걸 사는 것도 추천했었고 레몬샤베트도 꼭 먹어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이드 지인이 하는 선물용품 샵으로 갔는데, 가이드 지인이 가이드에게 직접 만든 아기 옷을 선물해줬었다. 알고 보니 가이드의 아내가 임신을 해 그 아이에게 입힐 옷을 지인분이 직접 만드셨다고 했다. 인종차별이 심하다고 들은 이태리에서 이런 정을 나눈다는 것을 보고 확실히 인종차별을 하는 소수의 사람들 때문에 전체가 욕을 먹는 일반화는 하면 안 되겠다고 느꼈다. 며칠 되지 않았지만 만나는 모든 사람마다 다 친절했고, 항상 이슈는 좋은 얘기보다는 안 좋은 얘기가 더 많기 때문에 주변에서 듣기만 하는 거랑 직접 가서 몸으로 느끼는 것이 얼마나 큰 차이인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가이드의 포지타노 설명이 끝나고, 약 2시간가량의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선물샵을 나와 거리를 걷는데 정말 내가 생각한 동화가 있으면 이런 마을 일까 싶었다. 거리 하나하나가 너무 아름다워서 그냥 걷기만 했는데도 즐거웠다. 사람들도 다 행복해 보이고 덩달아 나도 행복해졌다.
해변가로 쭉 내려갔을 때 레몬샤베트가 생각났다. 그래서 투어에서 만난 신혼부부랑 같이 레몬샤베트를 지금 먹어보는 게 어떻겠냐고 권유했다. 해변이 잘 보이는 곳에서 레몬샤베트를 3개 주문했는데, 직원이 우리보고 어디서 왔냐고 물어봤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요즘 한국 관광객들이 포지타노를 많이 찾는다고 좋아하셨다. 직원과 약간의 스몰토크를 나누고 레몬샤베트를 먹었는데, 정말 생레몬밖에 안 들었는지 엄청 셨다. 거기다 가격이 인당 한화 약 8천 원 정도 하는 가격이어서 남길 수는 없었다. 확실히 휴양지이다 보니 물가가 장난 아니었다.
레몬 셔벗을 먹으면서 신혼부부와 수다를 떨다 보니 어느새 벌써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했다. 슬슬 모일 시간이 되어서 시선을 해변가 쪽에서 마을 쪽으로 돌렸는데, 감탄이 나왔다. 정말 노을 지는 포지타노를 보니 여기서 야경도 보고 싶었다. 하지만 1박에 제일 허름한 곳이 15만원을 넘어간다고 했다. 거기다 다음 날 혼자 다시 로마로 돌아갈 자신이 없어서 빠르게 마음을 접었다.
투어 차량을 다시 타고 로마로 돌아가는 동안은 차 안에서 기절했다. 아직도 시차적응이 덜됬는지 로마에 도착할 때까지 단 한 번도 깨지 않았다. 로마에 도착했을 땐 밤 10시가 넘은 상태였다. 공식적인 투어가 종료되었지만 투어를 같이했던 사람들끼리 다 친해져서 다 같이 젤라또를 먹으러 가기로 했다. 젤라또 가게로 선도하신분이 로마 3대 젤라또 맛집이라고 설명해줬다. 들어가서 메뉴를 고르고 있는데 직원이 한국말로 '뭐 먹을거야? 빨리빨리~' 라고 했다. 놀라서 한국말을 어떻게 배웠냐고 하니까 유튜브로 배웠다고 했다. 심지어 한국말로 애교도 하셔서 정말 한국을 좋아하시나보다 했다. 이곳 젤라또는 리조(쌀)맛 젤라또가 제일 유명하다고 해서 그것을 포함해 2가지 맛을 먹었다. 3대 젤라또 맛집 중 2곳은 가보지 않았지만, 여기는 정말 맛있었다.
젤라또를 먹었는데 저녁은 먹지 않아 배가 고팠다. 그래서 저녁을 먹을 사람과 먹지 않을 사람들도 나뉘어서 투어를 같이했던 몇 분들과 헤어지게 되었다. 다들 떼르미니 역 근처에 숙소가 있어서 그나마 밤늦게까지 음식점이 열려있는 떼르미니 역으로 갔다. 유럽의 첫 스테이크를 온 지 이틀 만에 먹게 되었다. 이곳도 유명한 스테이크 집이라고 했지만 생각보다는 그저 그랬다. 하지만 어제 먹었던 얇은 고깃덩어리에 비하면 정말 맛있었기 때문에 돈은 덜 아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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