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기(해외)

패키지의 민낯

by 메르쿠리오 2020. 5. 4.

태국여행 - 3일 차

 

 마지막 날은 파타야에 오면 반드시 봐야 한다는 악어쇼를 보러 가기 위해 일찍 출발했다. 돌고래쇼처럼 동물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쇼인 줄 알았는데, 약간 기괴했다. 악어의 코(머리 부분)를 때리면 잠시 악어가 기절을 한다는데, 그 기절한 사이에 악어 입에 조련사가 머리를 넣고 짜잔~ 한다던지.. 오히려 보는 사람이 안절부절못하면서 공포영화 보듯이 보게 되었다. 찝찝하게 끝난 악어쇼를 뒤로 하고 기린을 보러 갔다. 기린에게는 우리가 직접 바나나를 줄 수도 있었고 무엇보다 악어쇼보단 평화로운 분위기여서 마음이 좀 진정되었다.

악어를 기절시키려는 조련사, 당사자보다 내가 더 불안했다. 기린은 프로필사진으로 지정해도 될듯(...)

 동물 투어가 끝나고 패키지여행 중 처음으로 현지 식당으로 데려갔다. 식당 이름은 '로열 드래곤'이었는데, 세계에서 손에 꼽는 초대형 레스토랑으로 알려져 기네스북에도 오른 식당이라고 했다. 이곳에서 똠얌꿍을 처음 먹었는데... 내가 느끼기엔 김치찌개나 육개장에 요거트를 섞은 맛(이 이상 표현할 수가 없는 너무나도 색다른 맛)이었다. 그리고 그 당시에는 고수를 먹지 못해 고수를 한번 먹고 난 뒤에는 모든 음식에서 고수 맛이 나 별로 먹지 못했다. 대부분 한국사람들이 패키지로 태국을 가면 무조건 들리는 식당이라고 하는데, 패키지가 아니고 기네스에 의의를 두는 게 아니라면 추천은 하지 않을 것이다.

초대형 레스토랑 답게 좌측 사진에 보이는 모든 건물이 다 같은 레스토랑이다. 우측 사진의 가운데에 있는 음식이 똥얌꿍. 아직도 잘 모르겠다...

 밥을 다 먹고 마지막 코스로 이동하기 위해 버스를 탔다. 싼 게 비지떡이라고 했던가, 쇼핑 투어를 하러 가는데 가이드가 무슨 약팔이마냥 태국 가서 필수로 사야 할 것 등등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라텍스, 로열젤리, 진주화장품 등 사탕발림으로 현혹하며 사람들을 구매하게 만든다. 모두 한국인 소유의 쇼핑몰이고, 가격도 제품 몇 개 사면 패키지 한 번을 더 올 수 있을 정도로 비싸게 후려친다. 그렇지만 나이 드신 분들이 패키지 이용을 많이 하시고 말빨이 워낙 훌륭해 많은 사람들이 홀린 듯이 구매를 했다. 심지어 물건을 사지 않으면 가이드가 눈치도 주기도 한다. 그래서 결국 나에게도 거의 강매하다시피 해 듣도 보도 못한 진주크림을 구매하게 되었다. 

 패키지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는데, 정말 없는 정마저 다 떨어졌다. 그리고 태국에 대해 별로 알았다고 느낄 수준도 아닌 투어를 한 것 같아 더 기분이 나빴다. 하지만 첫 해외여행이기 때문에 시행착오라고 생각하고, 이 일을 계기로 내 유럽여행은 반드시 이런 일을 겪지 않겠노라 다짐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패키지 투어가 끝나고 공항에 돌아왔을 때, 너무 아쉬웠다. 그래서 배는 고프지 않았지만 그래도 태국 음식 하나라도 더 먹고 가자는 마음에 파인애플 볶음밥과 팟타이를 시켰다. 그래도 태국이 음식은 정말 맛있어서, 먹고 난 뒤에 패키지에 대한 화는 약간 누그러진 상태로 한국에 들어갔다.

파인애플 볶음밥과 팟타이. 비주얼은 거부감이 들지 몰라도 생각보다 엄청 맛있었다.

 


 

이 블로그에 있는 모든 풍경사진은 제가 직접 여행지 가서 찍은 것입니다. 사진을 이용하시는 경우 출처를 반드시 남겨주세요.

'여행기(해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렘 반 걱정 반  (0) 2020.05.06
혼자 떠날 준비  (0) 2020.05.05
요트투어와 원숭이섬  (0) 2020.05.03
드디어 떠난 첫 해외여행  (0) 2020.05.02
뜻밖의 역마살  (0) 2020.05.0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