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기(해외)

그리스-로마 신화

by 메르쿠리오 2020. 5. 8.

본격 유럽여행 - 1일 차 ; 이탈리아

 

 분명 2시쯤 잠이 들었는데, 일어나 보니 새벽 5시였다. 분명 피곤한 상태로 잠을 잤을 텐데 3시간 후 일어났을 땐 개운했다. '아, 이게 시차적응이구나.' 원래대로라면 한국은 8시간 빠른 낮 1시였을 테니, 한국이었다면 당연히 깨어있을 시간이긴 했다. 하지만 같은 방을 쓰고 있는 나머지 인원들은 다 자고 있어서 조용히 유심을 갈아 끼우고 휴대폰만 했다. 방을 묶는 3명은 다 친구였는지, 아침 일찍 다 같이 체크아웃을 하고 나갔다. 7시쯤 되었을 때부터 방에 나 혼자 있게 되었다. 뭔가 실감이 나지 않아 호스텔 창 밖을 열었는데, '내가 진짜 로마에 왔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호스텔 2층 방에서 본 로마 거리. 건축물부터 우리나라랑 완전 다른 것이 느낌이 확 왔다.

 창 밖을 정말 10분 정도 하염없이 봤다. 사실 별 거 없는데도 그냥 신기했다. 그러다 씻으려고 했는데 어제 새벽에 씻을 때 슬리퍼를 한국에서 가져오지 않아 불편했던 게 생각이 났다. 그래서 무턱대고 슈퍼마켓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거리를 나섰다. 나름 처음 여행 온 여행객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후드를 뒤집어쓰면서 나갔다. 운 좋게도 작은 구멍가게가 호스텔 근처에 있었고, 5유로에 슬리퍼를 장만해서 다시 호스텔로 들어왔다. 조식을 먹고 씻고 나갈 준비는 되어 있었지만, 이날은 계획이 아얘 없었다. 그래서 뭘 해야 할까 앉아서 고민했다.

'로마는 콜로세움이지.'

사실 로마의 많은 유명한 것들 중 내가 아는 것은 콜로세움밖에 없었다. 그래서 콜로세움을 가기로 결심하고 인터넷에서 입장권 예매를 한 다음 드디어 로마의 시내를 걷기로 했다.

 검색을 해 보니 콜로세움까진 지하철로 10분도 걸리지 않았고 숙소에서 3분만 걸으면 로마의 중심인 떼르미니 역이 나왔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갔다. 하도 가기 전에 소매치기 조심하라는 말을 많이 들어서 표 사는데도 내가 오히려 수상한 사람인 것처럼 엄청나게 두리번두리번거리면서 표를 샀다.

로마의 지하철 티켓과 플랫폼 앞. 파리나 뉴욕의 지하철에 비해선 매우 양호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직원에게 물어봐 콜로세움 가는 방향으로 가서 지하철을 탔다. 로마에서는 콜로세움을 '콜로세오'라고 하는데 떼르미니 역에서 2 정거장밖에 걸리지 않았다. 뭔가 돈 아깝다는 느낌으로 내려서 출구로 나갔는데, 정말 감탄사가 나왔다. 출구 계단을 오르면서 밖이 보임과 동시에 눈앞에 콜로세움이 있었다.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수천 년 전 유물이 바로 보인다니... 감탄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콜로세오 지하철 역 출구 바로앞에서 찍은 사진. 정말 웅장하고 멋있었다.

 콜로세움뿐만이 아니었다. 내가 그 시대로 돌아간 것처럼 로마는 사방이 다 유적지로 가득했다. 도시 자체가 박물관이라고들 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사람이 엄청 많다 보니 콜로세움 옆에 있는 '포로 로마노'라는 곳을 먼저 구경하기로 했다. 이곳은 잘 몰랐지만 콜로세움 입장권 예매를 할 때 보통 패키지로 판매되는 곳이어서 큰 기대를 하지 않고 갔던 곳인데, 이 곳이 정말 내가 생각한 로마였다.

고대 로마시대를 아직까지 유지하고 있는 '포로 로마노'. 정말 멋있고 대단했다.

 고대 로마시대 때부터 지금까지 유지를 했다는 것 자체가 정말 대단하고 멋있었다. 탁 트인 전경으로 근방엔 신식 건물 하나 없이 모두 옛것으로 유지를 했다는 것이 놀라웠다. 한창 구경을 하고 다시 콜로세움으로 돌아갔다. 입장 줄이 엄청 길고 날씨도 엄청 더워서 기다리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었다. 더군다나 로마의 날씨가 이렇게 더울 것이라곤 예상을 못해 아우터도 입고 나왔는데, 나를 제외하곤 모두 다 반팔을 입었었다.

 긴 기다림 끝에 콜로세움에 입장하자마자 정말 영화 '글래디에이터'가 바로 생각났다. 콜로세움 무대에서 막시무스가 나타날 것 같은 그런 무대였다.

거대한 투기장이였던 '콜로세움' 내부.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혼자서 콜로세움을 한걸음 씩 걸을 때마다 별의별 검투사가 되는 상상을 했다. 머릿속에선 이미 몇 번의 전투를 치르고 민중들의 영웅이 된 것만 같았다. 하지만 뜨거운 날씨 때문에 그늘에 앉아서 망상을 이어나갔다.

 콜로세움까지 돌다 보니 점심시간을 넘기고 있었다. 배가 고파 뭘 먹지 생각하다가 '이탈리아 하면 파스타 아니겠어?'라는 생각으로 콜로세움 근처 아무 레스토랑이나 갔다. 너무 당연하게도 물이 공짜일 거라 생각하며 물과 까르보나라를 시켰다. 당연히 유럽에선 물이 공짜가 아닌 무려 3유로(당시 약 3750원)였고, 파스타는 생각보다 엄청 짰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한국에서 파는 까르보나라보다 맛이 없었다. 나도 평소에 짜게 먹는 편인데도 정말 바다를 씹는 느낌이었다. 유럽의 첫 식사라서 정말 많은 기대를 했지만...

식당 뷰 자체는 훌륭했다. 서비스도 좋았고... 너무 짰을 뿐.

 그래도 음식을 남기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다 먹긴 했다. 물을 안 시켰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다. 원래 식사할 때 물을 마시지 않는데, 이 음식은 정말 안 마시고는 버틸 수가 없었다. 다 먹고 계산하려고 했는데, 우리나라처럼 부르면 안 된다고 들어서 웨이터가 나를 보게 하려고 시선을 고정시켰다. 하지만 눈치들이 없는지 한 5분을 빤히 보니 와서 영수증을 주고 다시 자기 할 일 하러 가버렸다. 그래서 5분을 또 빤히 봐 계산을 마치고 나올 수 있었다.

 식당에서 나오긴 했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정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그냥 거리를 걷기로 했다. 그냥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을 따라 걸어가 보니, '진실의 입'이라는 유명 명소를 찾았다. 사실 진실의 입이 뭔지 몰랐는데, 일단 유명하다고 하니 줄을 기다려서 사진을 찍었다. 

입에 손을 넣고 거짓을 말한다면 손이 짤린다는 전설이 있는 '진실의 입'. 친절한 노부부가 사진을 찍어줬다.

 다시 또 발길 가는 대로 걸어가 보니, 로마에서 가장 유명한 분수인 '트레비 분수'가 나왔다. 정말 콜로세움밖에 모르고 갔기 때문에, 처음엔 이름도 모르는 웅장한 분수에 놀랐다. 갔다 와서 생각하는 거지만 정말 여행지에서의 알고 모르고의 차이는 여행에서 느끼는 바가 엄청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 당시에는 '이런 분수를 어떻게 지었을까 대단하네.' 이러고 사진만 찍고 발걸음을 돌렸던 게 참 아쉬웠다.

미친듯이 사람이 많았고 말도안되게 웅장했던 '트레비 분수'. 역사를 알고 갔으면 더 좋았을 것 같은 장소 중 하나였다.

 분수를 빠져나왔을 때 정말 귀여운 아이와 아빠가 있었다. 알고 보니 그 날이 할로윈데이였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할로윈데이를 잘 즐기지 않는지 그때 말곤 한 번도 보지 못했었다. 그러고 또 옆 코너를 도니 '판테온'이라는 신전이 나왔다. 그 날 본 여러 유적 중 사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판테온이었다. 수천 년이 지난 다른 유적들은 사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망가진 부분들이 있었는데, 판테온은 아니었다. 정말 그때 그 모습 그대로 거의 온전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기대도 안 하고 알지도 못했던 것이어서 그런지 감탄이 정말 절로 나왔다.

할로윈을 즐기고 있는 아빠와 아이들. 그리고 수천년이 지난 지금까지 거의 완벽한 보존을 보여주고 있는 '판테온'.

 사람도 많고 날이 너무 덥다 보니 이탈리아의 명물인 젤라또를 먹었다. 확실히 현지에서 먹으니 쫀득쫀득하다는 게 무슨 느낌인지 알 수 있었다. 이탈리아에 오면 1일 1 젤라또를 하라고 그렇게 사람들이 말했는데, 먹어보니 왜 그런지 좀 알 것 같았다.

이탈리아에 오면 '젤라또'는 선택이 아닌 필수!

 숙소로 돌아갈 때는 구글맵을 확인해 보았는데, 생각보다 숙소까지 멀지 않아서 걸어가기로 했다. 나중에 걸어가서 확인해 보니, 하루에만 20km를 넘게 걸었었다. 운 좋게 저녁을 같이 먹을 한국분을 구해 숙소 근처에서 저녁을 같이 먹기로 했다. 점심엔 파스타를 먹었고 실패했으니 이번엔 얇은 스테이크 같은 것을 시켰다. 그러나 역시 그것도 생각보다 음식이 너무 짰다. 어딜 가나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나인데, 점점 그 생각이 바뀌어 가기 시작했던 것 같다.

 밥을 다 먹고 그분이 야경을 보러 갈 생각이 있냐고 했는데, 너무 일찍 일어난 탓인지 많이 피곤해 좀 힘들 것 같다고 하고 숙소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런데 할로윈의 피날레를 장식해 주려는지 차에 스크림 가면을 놓고 가서 기절할 뻔했다. 다행히 주변에 사람은 없어서 재빠르게 숙소로 돌아가 잠시 쉬어야지 하고 누웠을 때, 그날은 끝이었다.

정체모를 스테이크와 날 기절하게 할 뻔 했던 스크림 가면. 날 놀래키다니 저 아이디어는 칭찬해 줄만 하다.

 


이 블로그에 있는 모든 사진은 제가 직접 여행지 가서 찍은 것입니다. 사진을 이용하시는 경우 출처를 반드시 남겨주세요.

'여행기(해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국으로 가는 열쇠  (0) 2020.05.12
이탈리아를 간 목적  (0) 2020.05.11
설렘 반 걱정 반  (0) 2020.05.06
혼자 떠날 준비  (0) 2020.05.05
패키지의 민낯  (0) 2020.05.0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