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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해외)

낮에도, 밤에도 국회의사당

by 메르쿠리오 2021. 1. 15.

세 번째 유럽 여행 - 7일 차 ; 헝가리

 

 어제 잘 때 커튼을 안치고 잤는지, 아침 햇살이 숙소 안으로 들어와 덕분에 일찍 잠에서 깰 수 있었다. 숙소 위치는 보통 활동의 중심지인 페스트 지구가 아닌 부다 지구의 안쪽이라 그런지 그냥 시골 동네 같았다. 그래도 좋은 날씨와, 확실히 시골 이어도 유럽의 분위기는 남아있어서 차 한잔을 하며 숙소 밖 구경을 하는 데에는 충분했다.

부다 지구에 위치한 호텔에서 본 부다지구의 풍경. 맑은 하늘 덕에 정말 평화로워보였다.

 호텔서 조식을 먹고 시작은 저번에 내가 제대로 구경해보지 못한 곳인 '어부의 요새'로 갔다. 어부의 요새는 일단 부다지구에 위치해 있었고, 페스트 지구로 넘어가기 전 길목에 있기 때문에 점심을 먹기 전 구경하기엔 최적의 위치였다. 거기다 저번에 혼자 왔을 때와는 다르게 이번엔 사진을 찍어줄 팀원들이 있었기에 언제 날이 흐려질지 모르니 빠르게 움직였다.

 날 좋을때 어부의 요새에서 보는 부다페스트의 국회의사당은 정말 낮에도 그 아름다움을 숨길 수 없었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촬영하는 아치 사이로 보이는 국회의사당은 말이 필요 없었다.

국회의사당을 낮에 보는건 처음이였는데, 낮에 보는것도 기대 이상이였다. 밤에는 얼마나 더 아름다울까, 기대가 되었다.

 수백 장의 사진을 찍고 페스트 지구로 넘어가려니 그제야 정작 어부의 요새 사진은 찍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날이 좋아 지금은 어떻게 사진을 찍어도 정말 잘 나왔다.

의외로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아 포토존에서도 오랫동안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점심은 내가 이전에 왔을 때 헝가리에서 정말 근사한 식사를 했던 곳을 다시 찾았다. 다행히 예전에 찍은 사진에서 가게 이름이 있어 어렵지 않게 도착할 수 있었다. 예전에 서버로 계셨던 할아버지는 볼 수 없었지만, 새로운 직원이 우리를 안내해주었다. 

이 맛있는 음식과 더불어 헝가리 대표 와인인 '토카이'까지, 정말 완벽하단 말밖엔 할 수 없었다.

 예전 추억의 맛 그대로 식사를 즐긴 다음 시내로 나와 잠깐 둘러보니, 디저트로 안성맞춤인 젤라또 가게가 나왔다. 심지어 장미 모양으로 젤라또를 만들어주는 곳이였다. 파리에서는 콘 하나에 만원돈이 오갔지만, 확실히 동유럽이라 그런지 그정도로 비싸진 않았다.

마카롱도 없고 약간 허전한 느낌이 있었지만, 그래도 맛과 가격은 좋았다.

 그나마 포근한 날씨 덕에 젤라또를 먹으면서 시내 구경을 이어나갔다. 어쩌다 보니 이전에 왔을 때 묵었던 숙소 근처로 오게 되었다. 근처에 성당 하나가 있었는데, 좋은 날씨 덕분인지 2년 전보다 더 깨끗해 보였다. 

그때보다 더 멋잇어 보였던 페스트지구의 성당. 그때는 너무 밤에만 치중해있어서 이 멋진 성당이 못나보였을까.

 '런던 아이'처럼 '부다 아이'도 페스트 지구에 있었다. 하지만 런던 아이에 비하면 한없이 작고 초라했기 때문에... 랜드마크는 아닌 것 같았다. 시내를 많이 구경하지도 않았는데, 4시 반쯤 되니 헝가리에 어둠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저녁에는 재단에서 유람선 투어를 예약해 다뉴브강에서 부다페스트를 즐기기로 했기 때문에 슬슬 모임 장소로 이동하기로 했다.

 생각보다 약속 장소에 일찍 도착해 다뉴브강 너머로 보이는 국회의사당을 바라보는데, 정말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어떻게 저렇게 한결같이 아름다운지, 국회의사당이란 이름만 들으면 아직도 설렌다.

사진이 마치 고흐의 작품처럼 하늘과 땅과 강 모든 조화가 완벽했다.

 유람선 내에서 식사도 하고, 다 먹은 뒤에는 선실 밖으로 나와 겨울바람을 맞으며 부다페스트의 매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프랑스에서 '바토 파리지앵'을 탔던 기억도 같이 났다. 하지만 부다페스트는 물결마저 황금으로 물들어버려 황금빛 낭만을 선사했다. 

강바람이 정말 추웠지만, 그만한 가치가 충분했던 부다페스트의 '국회의사당'.

  너무 추워 유람선 투어가 끝난 후 열기 충전을 하기 위해 펍 같은 곳으로 들어갔다. 여기서 헝가리의 대표 음식인 '굴라쉬'를 시켰는데, 육개장 같은 맛이 나 밥까지 추가로 시켜서 말아먹었다. 오랜만에 밥을 먹으니 확실히 몸에 혈기가 더 잘 도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가게 분위기가 정말 내 취향이였다. 사람이 많지 않았다면 바 앞에 앉아서 즐기고 싶었다.

 몸의 열기를 올리고 마지막으로 한번 더 국회의사당을 보고 가기로 했다. 분명 따뜻한 국물에 밥도 먹었는데 밖으로 나오니 아까보다 더 추워졌다. 그래도 내일밖에 시간이 없기 때문에 오늘 들리지 않으면 내일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르니 들려서 SNS용 사진을 찍기로 했다. 

패딩도 없이 정말 추웠지만, 그래도 이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선 추위는 양보할 수 있었다.

 


이 블로그에 있는 모든 사진은 제가 직접 여행지 가서 찍은 것입니다. 사진을 이용하시는 경우 출처를 반드시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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