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유럽 여행 - 3일 차 ; 체코
프라하의 마지막 날, 호텔서 조식을 먹은 후 가장 먼저 향한 곳은 프라하에 있는 '존 레논 벽'이었다. 우리의 문화탐방 주제와는 크게 관련 없는 곳이긴 했지만 세계적인 가수 '비틀즈'의 존 레논이라는 이름으로 된 벽이 있기에 궁금해서 오게 되었다. 존 레논 그림들과 알아볼 수 없는 여러 글자와 그래피티들이 섞여 있었다. 사실 여기보다 더 관심 있는 곳은 '존 레논 펍'이었는데, 아침에 와서 아쉽게도 구경할 수는 없었다.
존 레논 벽을 지나 이번에는 영화 '뷰티 인사이드'의 마지막 장면을 패러디하기 위해 그 장소로 다시 갔다. 한 발자국 걸을 때마다 주인공이 바뀌는 것을 연출하고 싶었는데, 그 짧은 촬영인데도 생각보다 너무 어려웠다. 날씨도 추워 여기서 촬영하는데만 거의 한 시간을 넘게 잡아먹었다.
촬영을 마치고 레스토랑을 찾는 도중에 작게 열려있는 마켓이 있었다. 프라하의 마지막날이여서 여기서 기념품을 사 가자고 해 구경을 했다. 크리스마스 마켓처럼 엄청 크진 않았지만, 그래도 약간이나마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늦은 점심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갔다. 가게 내부 인테리어부터 정말 마음에 들었다. 피자와 파스타, 그리고 여기에 빠질 수 없는 코젤 다크까지 시켜서 팀원끼리 다 같이 먹었다. 한 팀원이 우리가 먹는 시간을 쟀는데, 놀랍게도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다들 말이 많아서 식당에 오래 있을 수 있는 거지, 밥 먹고 바로 나갔으면 아마 직원들도 놀랬을 것 같다.
밥을 먹고난 뒤 어제 본 '천문시계' 위에 있는 전망대로 향했다. 이 전망대는 올라가는 곳부터 되게 멋있었다. 엘리베이터도 있어서 다른 전망대와 다르게 편하게 갈 수 있었다. 프라하의 여러 전망대 중 광장의 전망을 보기에는 여기가 좋다고 해서 올라왔는데, 확실히 그 명성답게 멋있었다. 날씨도 프라하에 있던 날 중 가장 좋은 날이어서 전망이 더 아름다워 보였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구시가지의 낮을 구경 하다 보니 어느새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초저녁의 프라하 구시가지 광장은 굉장히 멋있었다. 은은한 주황빛 조명이 광장 전체를 감싸는데, 왜 사람들이 낭만의 도시라고 말하는지 이제야 알 수 있었다.
잠시 동안 프라하의 낭만을 즐긴 후, 프라하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인 '카페 사보이'로 갔다. 약 120년이 넘은 곳이어서 그런지 앤티크 하면서도 고풍스러운 느낌이었다. 직원들도 다 젠틀하고 맛과 서비스 다 훌륭했다. 카페 치고는 가격이 꽤 나갔지만, 그래도 의미가 있는 곳이었기에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크게 들지 않았다.
카페에서 팀원들과 남은 프라하 일정에 대해 얘기를 했다. 늦은 저녁시간에는 재단 측에서 인형극을 예약해 그 시간 전까지 약 2시간 정도 남아있었다. 열심히 구글맵을 뒤지던 중 눈에 띈 프라하의 요새 '비셰흐라트'라는 곳을 찾았다. 한국분들이 많이 들리는 곳이 아닌지 리뷰에는 한국어가 거의 없었다. 전경도 괜찮은 것 같아 이쪽으로 발걸음을 옮기자고 해 서둘러 나갔다.
카페를 나와 요새로 가려는 찰나에, 강 건너 맞은편에 프라하 국립극장이 보였다. 순간 파리에서 볼 법한 아름다운 건물에 모두 넋이 나가 강 아래로 내려가 국립공원의 야경을 감상했다.
시간을 허비한 후 트램을 타고 바로 요새로 이동했다. 생각보다 꽤 높았고 가는 길도 길었는데, 대신 요새에서 내려다보는 프라하가 꽤나 아름다웠다. 요새 자체 야경도 아름다웠고, 올라오는 길목이 특히 기억에 남을 정도로 아름다워 짧은 시간밖에 볼 수 없었지만, 그래도 정말 좋았던 곳이었다.
늦지 않도록 내려가 다시 트램을 타고 바로 인형극장으로 갔다. 우리가 볼 공연은 '돈 조반니'의 공연이었다. 사실 이름만 들어보고 스토리나 그런 것도 하나도 모르는데, 설상가상으로 언어가 이태리어로 진행되어 아얘 알아들을 수 없어서 좀 아쉬웠다. 그래도 인형극의 연기 자체가 정말 수준급이었고 인형극인데도 불구하고 인형을 컨트롤하는 실력들이 정말 대단했다. 그리고 표현도 되게 잘해서 생각보다 공연 자체는 수준이 높았다.
1부와 2부로 나눠져 있었는데, 기술은 좋아도 스토리를 몰라 보는 재미가 떨어져 결국 1부만 보고 팀원 전부가 나왔다. 저녁을 카페에서 챙겨 먹어 배가 고팠기 때문에 호텔로 돌아가기 전 레스토랑을 찾았다. 프라하에서 먹는 마지막 식사였기 때문에 신중하게 고른 결과 다행히 괜찮은 마지막 만찬을 즐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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