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유럽 여행 - 2일 차 ; 체코
어제 강행군을 해서 그런지 오랜만에 시차 적응을 느끼지 못한 채 룸메이트가 깨우기 전까지 계속 잤다. 기상과 동시에 조식부터 먹으러 갔다. 4성급 호텔에서 잠만 자도 감사했는데 조식까지 결제해주다니, 정말 대단한 곳이라고 느껴졌다. 덕분에 든든하게 뷔페형 조식을 먹고 팀원들과 모여 오늘의 일정을 소화하러 떠났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흐려 아름다워야 할 프라하의 도시가 칙칙해 보였다. 설상가상으로 중간에 눈이 내려 추위에 벌벌 떨어야 할 정도였다.
머리와 옷에 계속 눈이 쌓이다 보니 너무 추워서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눈에 보이는 카페를 찾아갔다. 메뉴판에서 몸을 녹일 커피를 찾고 있었는데, 커피보다 다른 게 눈에 들어왔다. 바로 체코의 대표 맥주인 '코젤 다크'를 여기서 찾았다. 다른 팀원들도 이 메뉴를 보더니 낮부터 다 맥주 한잔씩 하고 시작하자며 예정에 없던 맥주파티가 열렸다.
맥주로 몸을 녹인 후(?) 어제 밤 신기루와 같았던 프라하 성으로 향했다. 내부는 여러 구역으로 나눠져 있었다. 입구를 지나면 가장 먼저 보이는 성당부터 들어가기로 했다.
성당의 내부는 사실 크게 유니크한 것은 없었다. 워낙 이전에 많은 성당들을 봐 와서인지 딱히 감흥은 없었다.
성당을 나와 다른 건물로 향했다. 성이 스타벅스처럼 고지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전망대 같은 부분들이 있었는데, 진짜 날이 흐린 게 너무 아쉬웠다.
길이 나있는 곳으로 더 나가보니 이번엔 성 안에 살았던 사람들의 집 같은 곳들이 보였다. 그 외에도 집을 개조해 상점과 여러가지 체험 등을 할 수 있는 공간들도 있었다. 그중에서 흥미롭게 봤던 건 역시 중세시대 무기 중 하나인 '석궁' 이였는데, 구경만 하고 직접 쏘지는 않았다.
다른 집에는 고문을 하는 기계도 있었다. 아쉽게도 체험할 수 있는 건(?) 없었고, 그냥 전시용이였다. 밖에 눈보라가 심하게 내려 사실 고문실 안에 들어와 구경하고 있었는데, 창문이 너무 많이 뚫려있어 추워서 구경을 그만하고 프라하 성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프라하 성 밖으로 나가니 아까보다 상황이 더 안좋았다. 눈보라가 너무 쳐서 시야를 가릴정도였다. 거기다 설상가상으로 화장실이 너무 가고 싶었다. 카페를 들렸어야 했는데, 그 생각을 못했다. 급한 대로 몸도 녹여야 해 눈에 보이는 카페에 가 핫초코를 시켜놓고 잠시 여유의 시간을 가졌다.
카페에서 이런저런 얘기와 일정 얘기들을 하다 보니 날이 어두워져 이른 저녁을 먹기로 했다. 레스토랑은 믿음과 신뢰의 구글맵을 이용해 찾았는데, 역시나 좋았다. 오늘 저녁에도 어김없이 체코식 족발인 '꼴레뇨'와 간단한 술안주인 치킨 윙, 그리고 동유럽 나라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슈니첼'을 시켰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프라하 시내에 있는 광장으로 갔다. 다른 유럽들과 다르게 멋있다기 보단 약간 레고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구시가지 광장에 온 이유는 다름아닌 프라하의 또 다른 랜드마크 중 하나인 '천문시계' 때문인데, 확실히 엄청난 크기를 자랑했지만 볼 줄을 몰라서 다들 그냥 기념사진만 찍었다. 찾아보니 정각에 뮌헨의 신시청사 인형극처럼 무슨 이벤트가 있다고 하는데, 뮌헨 것을 생각해보면 사실 큰 기대는 안 해도 될 것 같았다. 더군다나 시간도 맞질 않아 볼 수도 없었다.
천문시계를 야경삼아 볼 수 있는곳이 어딨을까 하다가 바로 맞은편에 있는 비스트로를 찾았다. 따뜻한 뱅쇼와 쇼콜라 케이크를 시켰는데, 처음 먹어본 뱅쇼는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맛이 없었다. 그냥 추워서 몸을 녹이기 위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휴식시간을 간단하게 가진 후 드디어 우리 주제에 걸맞는 곳을 가기로 했다. 미션 임파서블에 프라하가 여러 장소가 등장하지만 그중에서도 '국립박물관'을 가기로 했다. '바츨라프 광장' 끝에 있는 박물관인데, 아무런 정보 없이 본다면 궁전이라고 해도 믿을 수준이었다. 저기서 공부하면 아마 더 좋은 대학을 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헛된 망상을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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