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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해외)

스페인의 옛 수도

by 메르쿠리오 2020. 12. 4.

두 번째 유럽 여행 - 15일 차 ; 스페인

 

 결국 게으름을 부리고 부리다 터질게 터져버리고 말았다. 스페인의 현 수도인 마드리드에서 옛 수도인 '톨레도'로 가는 기차를 예매했었는데, 아침에 늦장을 부리다 기차역에 도착했을 땐 5분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기차역이 워낙 크다 보니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카운터에 있는 직원을 붙잡고 똘레도 똘레도를 외쳤지만, 알려주기는 했는데 스페인어로 말을 해 어디로 가야 할지 갈팡질팡 하다 길을 찾아 전속력으로 뛰어갔을 땐 이미 우리가 타야 할 기차는 속도를 내며 톨레도로 가기 시작했다. 허구한 날 지연되는 유럽의 교통이 꼭 이럴 때만 칼같이 출발해버리다니... 애초에 늦은 내 잘못인데 누굴 원망하겠나 싶었다.

 기차를 놓친 김에 그냥 마드리드에서 하루를 더 보낼까 했지만, 생각해보니 톨레도에서 마드리드로 돌아오는 기차를 이미 예약한 상태여서 표가 너무 아까워 결국 2시간 뒤 다시 출발하는 것으로 예약을 했다. 

3명이서 약 5만원을 추가로 지불했다. 남은 돈으로 맛있는거 많이 먹으려고 했는데...

 2시간이 갑자기 생겨 뭐부터 먹자고 해 근처 츄러스집을 찾았다. 그런데 가장 가까운 곳이 역에서 30분을 걸어가야 했다. 어차피 왔다 갔다 1시간이니 시간은 충분하다고 역 밖으로 나갔다. 아깐 급하게 뛰어오느라 몰랐는데, 마드리드 역 앞에 기괴한 조형물이 하나 있었다. 

기차역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형물이 있었다. 밤에 보면 오히려 무서울것 같다.

 그래도 시선에 끌려 사진을 좀 찍고 츄러스집을 향해 갔다. 그런데 맙소사, 오늘이 휴일인 건지 문을 열지 않았었다. 구글 평점도 엄청 좋아서 기대를 많이 하고 갔는데, 배는 고팠기 때문에 근처에 보이는 베이커리 집으로 가 빵을 몇 개 집어 들고 다시 돌아갔다. 

 기차역에 도착했을 땐 한 20분정도 남아 있었다. 날도 덥고 해서 애들이랑 아이스크림을 먹자고 해 기차역 안에 있는 아이스크림 집으로 갔다. 주문을 했는데 아이스크림 만드는데만 약 10분이 걸리는 건지, 너무 늦게 나왔다. 아이스크림을 5분 만에 입에 털어놓는 수준으로 먹고 빠르게 기차 탑승 플랫폼으로 갔다. 진짜 그렇게 늦고도 학습능력이 없는 건지 또 늦을뻔했다.

아이스크림이 너무 맛있어 보여서 시켰는데, 이렇게 늦게 나올줄은 몰랐다. 양도 많아서 5분만에 먹는 것도 힘들었다.

 마드리드에서 톨레도는 렌페를 이용하면 3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기차는 짧긴 한데 대신 열차 간격이 2시간씩이여서 버스를 탈까 고민도 했지만 버스 터미널로 이동하는 것과 버스의 소요 시간을 생각해보면 또이또이 한 것 같았다.

 톨레도에 도착해 기차역을 나와서 보는 순간, 기차역부터 매우 앤티크했다. 파리의 레옹 같은 기차역보다 더 오래된 느낌이었다. 

얼핏보면 안달루시아의 느낌을 많이 가지고 있던 '톨레도'의 기차역.

 기차역에 내렸다고 바로 톨레도가 보이는 것은 아니였다. 길을 따라 쭉 걸어가다 보니 큰 다리 하나가 있었는데, 누가 봐도 그 다리를 건너면 스페인의 옛 수도였던 톨레도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정말 오래된 수도의 느낌이였는데, 아직까지도 아름답게 보존이 잘 되어있어서 정말 멋있었다.

 다리에서 전경을 보니, 섬같은 느낌을 주기도 했다. 사방으로 강이 흘러 다리를 건너지 않으면 갈 수 없을 것 같아 보였다. 그래서 예전 수도의 역할을 해 왔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여행객들의 편의를 위한건지 톨레도를 잇는 다리가 엄청 많이 놓여져 있었다.

 일단 배가 너무 고파서 톨레도에 들어오자마자 음식점부터 찾았다. 구글맵의 도움을 받아 '메뉴 델 디아'가 있는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관광지여서인지 다른 가게의 메뉴 델 디아보다 좀 더 비쌌다. 그래서 2개만 시켜 나눠먹었는데, 많이 기대했던 오징어 먹물 파스타가 조금 간이 따로 놀았다. 그래도 디저트까지 포함되어 있어서 가격 값은 했다.

비싼 만큼 에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 구성이 알찼던 '메뉴 델 디아'. 스페인에서 대부분 생선 요리는 대구를 사용했다.

 밥을 다 먹고 본격적으로 톨레도 당일치기 여행을 시작하기로 했다. 정열적인 스페인처럼 날씨마저도 정열적으로 더워 틈만 나면 그늘을 찾으러 다녔다. 톨레도의 골목 구석구석을 다니니 바르셀로나의 '고딕 지구'와 같은 느낌을 많이 받았다. 같은 나라이기도하고 둘 다 오래된 역사여서 그런지, 공통점도 많았던 것 같다. 그리고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동상도 마을 중간중간에 많이 보였다. 아마 가이드가 설명하는 것을 보아하니 톨레도에서 큰 공을 세운 사람이 아닐까 싶었다.

앤티크한 골목 사이로 보이는 성당이 아름다웠다. 다행히 그늘이 많이 져서 움직이기에는 수월했다.

 길도 모르는 채 골목 이곳저곳으로 가다 보니 어느샌가 강쪽으로 내려와 있었다. 어쩐지 점점 갈수록 사람들이 안 보이더라니, 딱히 특별한 건 없었지만 우리밖에 없어서 사진 찍기에는 정말 좋았다.

그냥 얕은 강인줄 알았는데, 은근히 유속도 빨라 보였다. 저 왼쪽 중앙에 보이는 건물은 무슨 용도일까...

 강쪽에서 한참을 놀고 난 뒤 다시 올라갔다. 올라가선 편하게 관광을 하기 위해 아까 눈여겨봤던 톨레도의 '꼬마 기차'를 타기로 했다. 2018년 당시 성인 가격은 인당 6.5유로, 한화로 치면 약 8500원 정도 했었기에 우리의 소중한 다리를 위해선 그 정도는 지불하기로 했다.

어린이들이 많이 탈 것 같지만 반대로 대부분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타고 있었다. 아마 우리처럼 힘들어서겠지.

 꼬마 기차는 다리를 건너 톨레도의 전체적인 모습을 관찰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가장 높은 지점에 도착하면 약 10분정도 정차한 후 사진을 찍을 시간을 주었다. 톨레도의 전체적인 모습을 보니 야경으로 보면 약간 프랑스의 '몽셸미셸'의 대형 버전 느낌이 어느 정도 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멋있었다. 다음에 시간적 여유가 되면 톨레도에서도 1박을 해보고 싶다.

멀리서 보니 옛 수도의 기품을 확실히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정상에서 톨레도를 바라본 뒤 꼬마기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구경을 하다 보니 어느새 벌써 운행 시간이 끝이 났다. 마드리드로 돌아가는 기차 시간도 1시간정도 남아 있어서 이번에는 여유 부리지 말고 안전하게 돌아가기로 했다. 다리를 건넌 후 뒤를 돌아보니 너무 짧은 시간의 톨레도가 보여 아쉬운 느낌이 가득했다.

날씨도 환상적이였던 톨레도, 언제 다시 갈 수 있을까.

 무사히 마드리드로 돌아와 저녁부터 먹기로 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마드리드 맛집이라고 추천받은 곳을 갔는데, 정말 최고였다. 엄청 뜨거운 접시를 개인마다 하나씩 주고 생고기를 자기가 원하는 만큼 익혀서 먹는 곳이었다. 1키로에 60유로였는데, 정말 너무너무 맛있어서 친구들이랑 마드리드 얘기를 하면 아직까지도 가끔씩 얘기가 나온다.

접시가 식으면 뜨거운 새 접시로 갈아주시고, 직원들의 끼도 대단했다. 마지막은 서비스로 술맛이 나는 초콜렛(?)을 주셨다.

 스페인에서의 마지막 만찬을 제대로 즐긴 후 마지막 야경을 보기로 했다. 큰 기대 없이 마지막을 보내자고 시청으로 갔는데 정말 아름다웠다. 생각해보니 뮌헨을 제외하고 시청 구경을 해 본적은 처음인것 같았는데, 시청이 아니라 마치 궁전 같은 느낌이었다.

약간 런던의 느낌도 있어서 정말 멋있어보였던 마드리드의 시청.

 시청을 뒤로하고 마드리드의 개선문을 보러 갔다. 개선문은 바르셀로나에서도 보고 특히 프랑스 파리의 개선문이 엄청 유명해서 개선문도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역시 수도답게 화려한 개선문을 가지고 있었다. 딱 하루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 이 생각을 엄청 많이 하게 되는 마드리드의 마지막 날 밤이었다.

문이 여러개여서 그런지 더 우람하고 멋있어 보였다. 마드리드의 매력을 너무 늦게 알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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