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유럽 여행 - 13일 차 ; 스페인
그냥 거쳐가는 여러 안달루시아의 도시들 중 하나라고 생각했던 세비야는 어젯밤의 일로 인해 완전히 뒤바뀌었다. 단 몇 시간 만에 스페인에서 가장 좋았던 곳이라고 장담할 수 있을 저도로. 세비야에 있을 수 있는 시간이 벌써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 다행히 정말 소도시라 충분히 다 걸어 다닐 수 있어서 오래 걸리지는 않을 듯싶었다.
아침으로 주변 베이커리에서 먹고 싶은 것을 산 뒤 세비야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메트로 파라솔'로 이동했다. 세비야를 지난 후 알게 된 건데, 메트로 파라솔은 보통 주경보다는 야경을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거기다 보통 아래가 아닌 위에서 세비야의 전경을 보는 곳인데, 우리는 음식에 돈 쓰자는 주의로 메트로 파라솔 위로 올라가지도 않았다. 그래서 큰 매력은 느끼지 못했지만, 딱 하나 좋았던 것은 이름에 걸맞게 세비야의 미친듯한 햇빛을 막아줘서 아래에 있으면 그래도 시원했다. 습한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건조해서 그늘만 찾아다니면 우리나라보다 기온은 더 높지만 훨씬 시원했다.
그래도 숙소와는 거리가 좀 있었던 '메트로 파라솔'이어서 여기서 시간을 좀 소비했더니 애석하게도 벌써 점심시간이 되었다. 먹자주의인데 밥 먹는 것을 건너뛸 수는 없어서 검색을 통해 알아본 레스토랑으로 갔다. 왜 한국인들 리뷰가 많은지 맛을 보니 알 법했다. 단호박 소스와 오리고기의 조합, 밥을 베이스로 하는 요리 등 한국인들이 분명 좋아할 만한 맛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심지어 한국사람들이 정말 많이 오는지 현지 직원이 맛있게 먹는 우리를 보고 꿀맛?이라고 한국어로 물어봤다. (그 당시) 신조어인데 어떻게 아냐고 하니까 최근에 온 한국 사람들이 알려주고 갔다고 말했다.
경관만 아름다운 줄 알았던 세비야에서 점심도 끝내주게 먹은 뒤 열심히 소화도 시킬 겸 공원으로 향했다. 공원과 음식점이 거리가 좀 있어서, 걷는 중간에 결국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친구들과 함께 그늘에서 뻗어버렸다. 애들과 고민을 하다가 점심도 먹었을 겸 대낮은 피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생각해 숙소로 일단 발길을 옮겼다.
숙소에서 꽤 긴 시간 동안 휴식을 취한 뒤 나가려고 하니 직원이 샹그리아를 먹으라고 나눠줬다. 숙소에서 매일 샹그리아를 만들어 이 시간대에 제공을 한다는데, 역시 샹그리아는 어느 곳에서 먹어도 맛있었다. 다시 기운을 내서 공원 쪽으로 향했다.
공원을 빠져나오니 대각선 상에 스페인의 엽서 사진으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세비야의 '에스파냐 광장'이 보였다. 스페인 여러 지역에 '에스파냐 광장'이 있지만, 세비야에 있는 에스파냐 광장이 스페인에서 가장 크게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 거기다 다른 지역은 안 가봤지만 보면 알다시피 세비야의 에스파냐 광장이 가장 아름다울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좀 더 깊게 가보니 작게 운하도 있고 곤돌라도 운행하고 있었다. 마치 라스베가스에 있던 '베네치안 호텔'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렇지만 베네치안과 다르게 이 광장은 중세시대의 느낌이 남아있어 더 고풍스러워 보였다.
광장 중앙에서 버스킹으로 플라멩고 공연도 하는 것 같았는데, 아쉽게도 우리가 갈 때쯤엔 끝나서 정리를 하고 있었다. 빨간 드레스를 입은 걸 보니 김태희가 예전에 휴대폰 광고를 찍은 것이 생각이 났는데, 찾아보니 실제로 이 곳에서 광고를 찍은 게 맞았다.
아름다운 세비야의 에스파냐 광장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보니 어느새 벌써 저녁 시간이 다 되었다. 스페인에서부터 저녁을 보통 8시에 먹다 보니 이제서야 배가 고파졌다. 이 근처로 리뷰가 괜찮은 곳을 찾아서 들어갔는데, 되게 건강한 요리를 할 것 같은 레스토랑이었다. 우리가 첫 손님이었는지 주방장까지 나와서 얘기를 나눴는데, 주방장이 아랍 쪽 사람이어서 우리가 한 헤나를 읽어서 되게 신기했다. 내 이름으로 헤나를 새겼는데, 다행히도(?) 그라나다에서 헤나를 해준 아랍 누나가 제대로 그렸는지 주방장이 내 이름을 알아차렸다.
담소를 나누면서 메뉴를 정하려는데, 스페인어 메뉴밖에 있지 않아 이것저것 물어봐서 맛있어 보이는 것을 시켰다. 파스타와 고기 그리고 문어 요리를 시켰는데, 문어 요리가 정말 감동이었다. 두부와 문어를 조합해서 만들었다고 했는데 정말 처음 먹어보는 맛이었다.
밥을 먹는 동안 오늘이 세비야의 마지막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플라멩고의 본고장이라고 하는 곳에서 한번 봐야 하지 않을까 해서 검색을 해 봤는데, 우리 같은 가난한 여행자를 위한 무료 공연을 하는 곳이 있었다. 술 한잔만 시키면 편한 곳에서 플라멩고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을 찾아 그쪽으로 이동했다. 운 좋게도 앞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아쉽게도 공연 사진이나 영상 촬영은 금지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무료인 만큼 엄청난 퀄리티는 보기 힘들었고 무엇보다 남자 혼자서 노래와 춤을 연기했기 때문에 흔히 플라멩고를 생각할 때 빨간 드레스를 입은 여성분이 춤을 추는 것을 기대한 우리는 그것을 볼 수 없었다.
공연이 끝나고 휴대폰을 확인해 보니, 그라나다에서 만났던 친구가 세비야에 도착했다고 했다. 마지막 날이기도 하고 언제 볼지 몰라 지금 에스파냐 광장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밤이 된 에스파냐 광장은 낮과 밤중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아름다웠다.
이제 막 도착한 그 친구에게 우리가 갔던 곳과 우리는 하지 못했던 팁 같은 것을 전수해 주었다. 뭐 굳이 우리가 말을 해주지 않아도 그 친구는 세비야에 머무르는 일정이 우리보다 더 길기 때문에 아마 우리보다 더 잘 보내지 않았을까. 세비야의 마지막을 에스파냐 광장으로 마무리하고 이 유럽여행의 마지막 도시인 '마드리드'로 가기 위한 준비를 위해 돌아갔다.
이 블로그에 있는 모든 사진은 제가 직접 여행지 가서 찍은 것입니다. 사진을 이용하시는 경우 출처를 반드시 남겨주세요.
'여행기(해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페인의 옛 수도 (0) | 2020.12.04 |
---|---|
스페인의 중심 (0) | 2020.11.30 |
마치 전설 속 도시에 온 듯 (0) | 2020.11.20 |
스페인의 산토리니 (0) | 2020.11.16 |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0) | 2020.11.1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