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유럽 여행 - 14일 차 ; 스페인
이번 여행의 마지막 도시, 마드리드로 가기 위해 스페인의 ktx라고 할 수 있는 렌페를 타고 이동했다. 바르셀로나에서 안달루시아 지방 구간과는 다르게 세비야에서 마드리드는 3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마드리드에 도착해서 숙소로 가는데, 다른 곳보다는 확실히 현대적인 느낌이 강했다. 물론 유럽풍 양식 건물들이 많았지만 우리나라의 수도 서울과 어느 정도 닮은 느낌을 받았다.
숙소 앞 리셉션 직원이 스페인식 영어 발음을 구사했는데, 정말 알아듣기는 힘들었지만 이상하게도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뭐 이제는 여행 짬밥이 어느 정도 찼는지 잘 알아듣지는 못해도 그냥 뭐 하지 마라 이런 뜻이겠거니 하며 대충 ok사인을 갈긴 다음 도미토리에 짐을 풀고 밥부터 먹으러 나갔다.
마드리드는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쉬어갈 겸 쇼핑이나 하려고 생각해 크게 찾아본 것이 없어 구글맵으로 숙소 근처의 평점이 괜찮은 곳으로 갔다. 역시 구글 평정은 믿을만한 지표라고 생각되는 게 평점이 괜찮다 싶으면 그 가게는 정말 괜찮았다. 게다가 직원이 너무 에너지가 넘쳐 리액션을 해주는 것이 힘들 지경이었다.
점심을 먹고 쇼핑리스트를 대충 정한 뒤 여기저기 구매하러 갔다. 외국에 나가면 내가 꼭 사는 것이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러쉬이다. 우리나라랑 가격이 심하면 2배까지 차이 나기 때문에 너무 비싸서 우리나라보단 외국에서 보통 팩들을 사게 된다. 운 좋게도 스페인 러쉬가 우리나라보다 거의 2배는 저렴했다.
거리에서 자기 작품을 즉석에서 만들어 파는 사람도 있었다. 스프레이로 칙칙 몇 번 뿌리고 손으로 슥슥 하더니 정말 기똥찬 그림들이 나왔다. 현대 미술이란 이런 퍼포먼스를 겸비한 걸 말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옷 브랜드 중 스페인산인 자라와 그 외 다른 쇼핑몰에서 이것저것 구매할 만한 것들을 샀다. 다른 옷가게를 지나치는데 남자들의 로망인 중세시대 갑옷을 전시해 놓은 곳도 있었다. 친구 한 명이 그 옷에 정신이 팔려 구경하느라 옷 가게만 엄청 돌아다녔다.
생각보다 쇼핑 아이템들을 많이 구매해서 두 손 가득 들고 숙소에 들러 짐을 정리했다. 정리하고 숙소에서 쉬다 보니 어느덧 오후 8시가 되어갔다. 저녁을 먹으러 밖을 나왔는데, 여름의 유럽은 정말 신기하게도 아직 해가 중천에 있었다.
숙소에서 쉬는 동안 정리를 다 하고 저녁은 어디를 먹을지 찾아봤었는데, 한국인 리뷰가 많은 곳을 한번 가자고 해 검색으로 찾은 레스토랑에 갔다. 찾아간 레스토랑은 규모가 정말 컸다. 직원은 신기하게도 아시안 직원들이 대부분이었다. 한국인의 필수인 밥을 토대로 빠에야와 스페인식 족발, 그리고 오징어 요리를 시켰다. 음식 자체는 맛있었느냐 세비야나 바르셀로나에서 먹은 음식들처럼 크게 기억에 남지는 않았다.
천천히 저녁을 먹고 나오니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산책도 할 겸 마드리드의 '마요르 광장'으로 이동했는데, 정말 하늘색이 경이로웠다. 완전히 어두워지지 않아 지평선이 빨갛게 표현되어있었는데, 개인적으로 본 밤하늘 중에선 가장 아름다웠던 것 같다. 물론 별이 보이는 곳을 제외하곤.
정말 기대 안 한 곳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하늘을 보니 정말 기분이 좋았다. 거기다 확실히 수도답게 광장마저도 정말 화려했다. 이렇게 보니 스페인이란 나라도 이탈리아처럼 도시마다 색깔이 뚜렷한 게 정말 마음에 들었다. 거기다 나는 대도시를 좋아해서 그런지 사람들이 마드리드에도 꽤 오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한국사람들이 마드리드는 거쳐가는 도시라고들 많이 얘기해 우리도 비행기를 타기 전 쉬어가는 도시로만 생각했는데, 막상 와보니 수도만의 화려한 느낌이 너무 좋았다. 어쩌겠나, 이걸 마지막 날에 알았으니... 다음 유럽 여행 때는 포르투갈과 같이 예약해 놓을 여행지로만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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