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유럽 여행 - 11일 차 ; 스페인
어제 알함브라 궁전에서 만난 그 친구와 내일 어디를 갈지 얘기했을 때, 같은 곳인 '프리힐리아나'를 간다고 해 같이 만나서 가기로 했다. 스페인의 산토리니라고 불리는 이곳은 '네르하'라는 소도시에 있는 마을인데, 그라나다에서 2시간 정도 가면 네르하에 도착했다. 버스를 타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났는데, 확실히 여름인데도 일교차가 커서 아침에는 춥게 느껴졌다.
그 친구와 만나서 오전 9시버스를 타고 출발했다. 사실 프리힐리아나라는 곳만 알고 가서 네르하라는 곳은 전혀 몰랐는데, 찾아보니까 바닷가에 위치해 있었다. 그걸 알고 난 뒤 창 밖을 보니 무슨 강인지는 모르겠으나 우리가 가는 길을 따라서 길게 늘어져 있었다.
네르하에 도착했는데, 버스가 언제 오는지 알 방법이 없었다. 주변을 대충 둘러보니 인포가 보여 물어봤지만, 시원한 대답을 주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냥 밥부터 먹자 하고 근처 식당부터 찾았다. 사람도 별로 없고 문 연 곳도 별로 없다 보니 그냥 아무 데나 들어가서 간단하게 밥을 먹었다.
밥을 먹고 나서도 버스가 언제 올지 감이 잡히지 않아 시간낭비를 피할 겸 인원도 많다 싶어 택시를 이용하기로 했다. 이때 스페인에서 택시를 처음 이용해봤는데 기본요금이 무지 저렴했다. 18년도 당시 네르하의 택시 기본요금은 1.9유로였다. 그래서 목적지인 프리힐리아나까지 도착했는데도 10유로가 조금 넘게 나왔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일찍 택시를 탈걸 그랬다.
프리힐리아나 언덕으로 가는 순간부터 왜 스페인의 산토리니라고 불리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약간의 차이라고 하면 푸른 지붕은 없다는 것 정도. 그러나 지붕을 제외하고 전부 하얀 집들로 인해 파란 하늘이 더 돋보이는 아름다움을 연출했다.
백색의 마을이 너무 아름답다 보니 입구에서만 거진 1시간을 보낸 것 같다. 손에 포카리스웨트만 쥐어져있으면 정말 완벽한 CF촬영지가 되지 않았을까 싶었던 곳처럼 여기저기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정말 골목골목이 아름다웠다. 거기다 가로등은 그라나다의 야경을 생각나게 하는 그 골목, 밤에는 얼마나 이쁠까 생각하게 되는 곳이었다. 스케쥴을 고정시키지 않았다면 정말 하루쯤 지내고 싶었던 곳이었다.
너무 좋은 곳이긴 해도, 햇빛을 가려주는 나무 하나 없이 언덕을 오르락내리락하다 보니 다들 지쳤다. 그래서 중간에 쉬어갈 수 있는 카페테리아를 찾아갔다. 그래도 뷰는 놓칠 수 없어 테라스가 있는 곳을 찾아 들어갔다. 여담인데, 카페테리아에 있는 직원분이 디즈니 영화의 '포카혼타스'처럼 정말 아름다우신 분이었다.
맥주와 함께 에너지를 다시 충전한 후 움직였다. 길고양이들도 프리힐리아나가 엄청 더운지 누워만 있었다. 사람이 다가가도 귀찮은지 멀뚱멀뚱 누워서 쳐다보기만 한 귀여운 고양이들...
한 길을 계속 따라가니 거의 막바지가 보이는 것 같았다. 확실히 미국과 스페인 사람들은 애국자들이 많은가 보다(?). 골목 곳곳을 다니다 보면 스페인 국기를 달아놓은 곳이 꽤나 보였다. 스페인 국기도 이쁘지만, 우리나라 국기도 나름 이쁘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나라는 특별한 날이 아닌 이상 잘 달아놓지를 않으니 뭔가 국기 활용이 약간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언덕을 오르락내리락하다 보니 결국 원점으로 돌아왔다. 아까는 보지 못했던 젤라또 가게가 보여 젤라또도 하나씩 먹기로 했다. 프랑스 파리에서처럼 마카롱도 하나씩 올려줬는데, 가격은 그래도 여기가 더 저렴했던 것 같다.
덥기도 하고 한 바퀴를 돌았더니 더는 힘이 나지 않아 내려가기로 했다. 그라나다로 가는 막차까지 아직 여유시간이 좀 있어서 네르하의 바다를 구경하기로 했다. 가는 길이 버스 정류장과는 거리가 꽤 있었는데, 중간에 대형 마트가 있어 맥주를 한 캔씩 더 사 가지고 나갔다. 바닷가까지 걸어가면서 느낀 건데, 네르하 전체가 다 프리힐리아나처럼 하얀 건물들이 많았다.
이 호텔을 지나 작은 문 너머로 바로 바다가 보였다. 문을 넘어가니, 바닷바람이 정말 말도 안 되게 쌔게 불었다. 확실히 바르셀로네타랑 비교했을 때 너무 한적하고 바닷소리가 들리는 것이 정말 좋았다. 거기다 완전 파란 하늘까지. 스위스에서 날린 날씨운을 여기서 보답받는 듯한 느낌이었다.
마치 하늘과 바다가 데칼코마니가 된 듯, 엠보싱 같은 구름이 파도처럼 줄지어져 있었다. 막차시간이 왜 이렇게 이른 시간에 있을까, 하루를 여기서 온전히 보내지 못하고 그라나다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게 너무 아쉬울 따름이었다.
버스를 타기 위해 다시 돌아갔다. 이상하게도 올 때는 갈 때보다 1시간이나 더 빨리 도착한 것 같았다. 버스에서 잠을 잤더니 어느 정도 피로감이 사라졌다. 그라나다의 마지막 밤을 어떻게 보낼까 하다가 친구들과 바(Bar)에 가기로 했다. 바에서 바텐더 앞에 앉아 술을 마신 적은 처음이었는데, 우리나라가 아니어서 그런진 몰라도 어색하진 않았다. 그 바텐더가 우리한테 여행할 때 유용한 스페인어도 몇 가지 알려주겠다면서 티슈를 한 장 뽑아 거기다 적어줬다. 노래도 잔잔하게 흐르는 것이 그라나다에선 좋은 추억만 남겨졌다.
바에서 많은 시간을 소비했더니 취기도 약간 오르고 기분도 다들 업되 있는 상태였다. 골목으로 나오니 어떤 히잡을 쓰신 여성분이 헤나를 하고 있는 걸 보았다. 여행도 왔는데 헤나를 하자며 다 같이 원하는 헤나를 했다. 가격이 좀 비쌌어서 우리가 깎아달라고 했는데, 너무 완강하셔서 가격은 못 깎은 대신 서비스로 작은 헤나를 하나 더 해준다고 했다. 하필 가운데 손가락을 헤나로 해주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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