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유럽 여행 - 9일 차 ; 스페인
새벽에 단체로 술에 취해 들어온 여행객들 덕에 안 그래도 최악인 숙소를 더 나락으로 몰아갔다. 가벽이라 옆방의 소리가 다 들리는데도 불구하고 그 방 전체가 한 팀이었는지 숙소 불을 껐다 켰다 하면서 클럽인 양 흔들어댔다. 나야 그나마 다행인 건지 옆 옆방이어서 덜 신경 쓰였는데, 바로 옆방인 내 친구들은 그것 때문에 아얘 한 숨도 못 잤다고 했다. 이 날을 계기로 24시간 리셉션이 아닌 곳은 무조건 걸러야겠다고 다짐했다.
핸드폰 시계로 아침이 되는걸 확인하자마자 애들과 바로 나갔다. 간단하게 때우기 위해 마트에 들려 먹을 걸 골라 들고 다니면서 먹기로 했다.
마트에서 이쁜 주스 한병씩을 사고 길을 나섰다. 숙소 때문에 제대로 바르셀로나를 제대로 느껴보지도 못한 채 오늘이 마지막이라니... 그러나 갈피를 잡지 못해 그냥 해변가로 쭉 걸어가 보았다. 가는 길에 큰 수도원이 하나 있어서 들어갔는데, 내부는 돈을 내야 관람이 가능하다고 해 그냥 외관만 보고 지나갔다.
무작정 걷다 보니 어제 갔던 '라 람블라 거리' 근처에 왔다. 이왕 온 김에 이 근처에서 점심이나 먹자며 구글맵을 통해 리뷰가 꽤 괜찮은 곳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구글맵에도 당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할아버지 서버가 오셔서 메뉴를 받았는데, 우리가 메뉴 델 디아를 시켜서 에피타이저가 나올 시점이 한참 지난 시간(30분 이상)이 되도록 메뉴를 주지 않았다. 심지어 우리보다 늦게 온 사람이 메뉴를 먼저 받아서 식사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따지려고 하는 순간 할아버지 서버가 오셔서 정말 미안하다고, 내가 메뉴를 못 넣었다고 계속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셨다. 미안하다고 맥주를 인당 한 잔씩 더 줘서 바로 화가 삭혀 넘어갔다. 그런데 메뉴 중 리조또 하나가 쌀이 설익었는지 너무 생쌀을 먹는 느낌이 났다. 근데 할아버지한테 더 얘기하는 것도 지치고 해서 그냥 호구가 된 셈 치고 그냥 먹었다.
덕분에 식사만 정말 2시간을 먹었던 것 같다. 식사를 마치고 고딕지구로 향했다. 중세 스페인의 배경을 느끼고 있을 때, 비가 오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항상 메고다녔던 작은 가방에 우산이 있어서 바로 펼쳤는데, 확실히 유럽 애들은 이 정도 비쯤이야 하며 맞고 다니는 것 같다. 안 쓸 거면 우산은 왜 만들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비도 피하고 꼼꼼하게 돌아다니다 보니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갔다. 저녁은 바르셀로나 미슐랭 1스타를 보유한(지금도 보유하는지는 모르겠다.) 무려 메시 단골집으로 알려진 9 Reinas를 예약해 놔서 이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무려 이 집을 가기 위해서 가우디의 수작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도 안 들어갔기 때문에 정말 많은 기대를 하고 갔다. 다행히 기대에 부흥하는 서비스와 맛이었다.
완벽한 저녁식사를 마치고 바르셀로나의 마지막을 눈에 담기 위해 전망대로 갔다. '벙커'라고 불리는 곳이였는데, 올라오는 길도 좋은 편은 아니라서 그런지 젊은이들이 진짜 많았다. 벙커의 정상에 도착하면 해가 질 줄 알았는데, 9시인데도 불구하고 아직 하늘은 밝았다. 아이스박스를 들고 다니며 맥주를 파는 아저씨한테 개인당 한 캔씩 맥주를 사서 자리를 잡으니 해는 금방 떨어졌다. 사진을 찍으니 마치 용암이 땅을 가르고 나오는 듯한 멋있는 연출이 가해져 바르셀로나의 마지막 밤은 더 아름다워 보였다.
한참을 전망대에서 구경한 후 숙소로 들어가니, 이 지긋지긋한 쓰레기같은 호스텔도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것에 행복하면서도 바르셀로나의 마지막이라 아쉬움이 섞였다. 바르셀로나에서 스페인의 남부인 그라나다까지는 파리에서 바르셀로나를 가는 것보다 더 멀었다. 그래서 친구들이랑 교통을 어떻게 해야 할지 하다가 파리에서의 6시간 반 기차도 지루했는데, 그 경험을 또 하고 싶지는 않다고 해서 비행기를 타고 가기로 했다. 오전 비행기이므로 빠르게 씻고(어차피 이런 숙소에선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으니 공항에 늦을 걱정은 하지 않았다.) 내일을 위한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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