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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해외)

여행에서 숙소는 중요하다?

by 메르쿠리오 2020. 10. 23.

두 번째 유럽 여행 - 6일 차 ; 프랑스, 스페인

 

 이때까지 나는 여행하면서 숙소란 그냥 잠을 자는 곳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온 이후, 숙소는 여행에서 나름 큰 비중을 담당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어제 새벽 3시쯤 들어왔지만, 그래도 점심 전에 일어나 밥을 먹고 스페인-바르셀로나 행 기차를 탈 시간이 넉넉했다. 어제 샹젤리제 거리를 걸으며 미국에서 먹었던 '파이브 가이즈'가 파리에도 지점이 있는 걸 봐서 점심은 햄버거를 먹기로 했다.

파이브가이즈 가는 길에 귀여운 그라피티와 파이브 가이즈 햄버거. 먹다 중간에 찍었는데, 감자튀김이 초점에 맞춰져서 다행이다...

 먹고 기차역까지 생각보다 거리가 있어서 빠르게 움직였다. 우리가 탈 곳은 '리옹'역이었는데, 이 기차역도 엄청 컸다. 외관도 화려해서 미술관이라고 해도 믿을 수준이었다.

스페인-바르셀로나까지 우리를 태워다 줄 파리의 '리옹'역. 시내와는 거리가 좀 있어서 지하철을 타고 빠르게 이동했다.

 비행기를 타고 갈까 기차를 타고 갈까 고민을 많이 했지만, 우리는 아무래도 학생이다 보니 돈을 더 아끼자는 마음에 기차를 타고 갔다. 기차로 프랑스 파리에서 스페인 바르셀로나까진 약 6시간 반 정도 소요됐다. 시간이 너무 길어 야간기차가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이 구간은 야간기차를 운행하지 않았다. 그래도 워낙 가는 길이 예뻐서 하루 종일 기차 안에서 잠만 자지는 않았던 것 같다.

가는 길에 바다도 중간 중간 보여서 청량한 느낌이 좋았다. 

 한참을 지나 밤 9시쯤 바르셀로나에 도착해 내렸을 땐 유럽에서 가장 열정적인 곳, '드디어 스페인에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문제는 곧바로 시작됐다. 숙소 근방으로 오니 가로등이 다 꺼져 있어 위험해 보이기도 했고 길도 어두워서 숙소 찾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그래도 별 탈없이 숙소 앞에 도착했는데 사람이 없는지 문이 열리지가 않았다. 뭔 상황인가 싶어 앞에서 멀뚱멀뚱 기다리고 있다가 숙소에 있던 사람 한 명이 밖으로 나오는 타이밍에 숙소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와서 리셉션을 갔지만 아무도 없었다. 숙소에 묵고 있는 아저씨 한 명이 로비에 있어서 물어보니 대충 리셉셔너한테 전화를 해야 한다고 했다. 미안한데 전화 좀 해 달라고 했더니 그래도 착한 아저씨라서 리셉션까지 불러줬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리셉션이 와선 오후 9시가 넘으면 리셉션을 부를 경우 10유로를 내야 한다고 했다. 숙소 예약할 때는 그런 사항도 없었고 얼탱이가 없어서 왜 그래야 하냐고 따졌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거금 10유로를 내고 방 안내를 받는데, 방도 무슨 창고 같은 공간에서 12명씩 잠을 자는 도미토리였다. 창문도 없어서 지금 해가 떠있는지 비가 오는지도 모른다. 침대도 다닥다닥 붙어있고 심지어 방과 방 사이의 벽은 가벽 처리여서 공기까지 통과했다. 그래서 그런지 에어컨도 중앙에 있는 방 1대만 있어서 양 끝에 있는 방은 시원하지도 않았다. 이게 끝이 아니라 에어컨이 있는 방은 에어컨의 소음이 진짜 심해 잠도 잘 수 없는 상태였다. 거기다 자리도 그냥 막 받는 건지 난 분명 3명을 한꺼번에 예약했는데 나와 내 친구들이 방을 나눠서 사용하게 되었다. 정말 가격만 보고 예약해서 최악의 숙소를 들어가게 된 것이었다. 화장실도 불편하고 그냥 여기에 있는 모든 것 하나하나가 다 불편해 미칠 지경이었다. 

 긴 기차여행 동안 밥도 안 먹었고 화가 나니 스트레스로 더 배가 고파져서 일단 밥부터 먹으러 갔다. 진짜 밥마저 맛없었으면 바르셀로나고 뭐고 다 때려치우려고 했지만 숙소 근처로 간 식당이 진짜 맛있었다. 애들과 피자 한입을 먹는데, 아까 화낸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그냥 평범한 식당이였지만, 배고팠어서 그런진 몰라도 진짜 맛있었다. 너무 맛있어서 기억에 남을 정도. 물론 숙소도.

 그래도 배에 뭐가 좀 들어가니 살짝 온순해져 갔다. 친구들과 돈을 좀 더 써서 숙소를 옮길까 고민도 좀 해봤지만 그래도 유럽은 숙소비가 좀 비싼 편이라 일단은 하룻밤 자보고 생각하기로 하고 지옥 같은 숙소로 들어갔다.

 


이 블로그에 있는 모든 사진은 제가 직접 여행지 가서 찍은 것입니다. 사진을 이용하시는 경우 출처를 반드시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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