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유럽 여행 - 6일 차 ; 프랑스, 스페인
이때까지 나는 여행하면서 숙소란 그냥 잠을 자는 곳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온 이후, 숙소는 여행에서 나름 큰 비중을 담당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어제 새벽 3시쯤 들어왔지만, 그래도 점심 전에 일어나 밥을 먹고 스페인-바르셀로나 행 기차를 탈 시간이 넉넉했다. 어제 샹젤리제 거리를 걸으며 미국에서 먹었던 '파이브 가이즈'가 파리에도 지점이 있는 걸 봐서 점심은 햄버거를 먹기로 했다.
먹고 기차역까지 생각보다 거리가 있어서 빠르게 움직였다. 우리가 탈 곳은 '리옹'역이었는데, 이 기차역도 엄청 컸다. 외관도 화려해서 미술관이라고 해도 믿을 수준이었다.
비행기를 타고 갈까 기차를 타고 갈까 고민을 많이 했지만, 우리는 아무래도 학생이다 보니 돈을 더 아끼자는 마음에 기차를 타고 갔다. 기차로 프랑스 파리에서 스페인 바르셀로나까진 약 6시간 반 정도 소요됐다. 시간이 너무 길어 야간기차가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이 구간은 야간기차를 운행하지 않았다. 그래도 워낙 가는 길이 예뻐서 하루 종일 기차 안에서 잠만 자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한참을 지나 밤 9시쯤 바르셀로나에 도착해 내렸을 땐 유럽에서 가장 열정적인 곳, '드디어 스페인에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문제는 곧바로 시작됐다. 숙소 근방으로 오니 가로등이 다 꺼져 있어 위험해 보이기도 했고 길도 어두워서 숙소 찾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그래도 별 탈없이 숙소 앞에 도착했는데 사람이 없는지 문이 열리지가 않았다. 뭔 상황인가 싶어 앞에서 멀뚱멀뚱 기다리고 있다가 숙소에 있던 사람 한 명이 밖으로 나오는 타이밍에 숙소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와서 리셉션을 갔지만 아무도 없었다. 숙소에 묵고 있는 아저씨 한 명이 로비에 있어서 물어보니 대충 리셉셔너한테 전화를 해야 한다고 했다. 미안한데 전화 좀 해 달라고 했더니 그래도 착한 아저씨라서 리셉션까지 불러줬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리셉션이 와선 오후 9시가 넘으면 리셉션을 부를 경우 10유로를 내야 한다고 했다. 숙소 예약할 때는 그런 사항도 없었고 얼탱이가 없어서 왜 그래야 하냐고 따졌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거금 10유로를 내고 방 안내를 받는데, 방도 무슨 창고 같은 공간에서 12명씩 잠을 자는 도미토리였다. 창문도 없어서 지금 해가 떠있는지 비가 오는지도 모른다. 침대도 다닥다닥 붙어있고 심지어 방과 방 사이의 벽은 가벽 처리여서 공기까지 통과했다. 그래서 그런지 에어컨도 중앙에 있는 방 1대만 있어서 양 끝에 있는 방은 시원하지도 않았다. 이게 끝이 아니라 에어컨이 있는 방은 에어컨의 소음이 진짜 심해 잠도 잘 수 없는 상태였다. 거기다 자리도 그냥 막 받는 건지 난 분명 3명을 한꺼번에 예약했는데 나와 내 친구들이 방을 나눠서 사용하게 되었다. 정말 가격만 보고 예약해서 최악의 숙소를 들어가게 된 것이었다. 화장실도 불편하고 그냥 여기에 있는 모든 것 하나하나가 다 불편해 미칠 지경이었다.
긴 기차여행 동안 밥도 안 먹었고 화가 나니 스트레스로 더 배가 고파져서 일단 밥부터 먹으러 갔다. 진짜 밥마저 맛없었으면 바르셀로나고 뭐고 다 때려치우려고 했지만 숙소 근처로 간 식당이 진짜 맛있었다. 애들과 피자 한입을 먹는데, 아까 화낸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그래도 배에 뭐가 좀 들어가니 살짝 온순해져 갔다. 친구들과 돈을 좀 더 써서 숙소를 옮길까 고민도 좀 해봤지만 그래도 유럽은 숙소비가 좀 비싼 편이라 일단은 하룻밤 자보고 생각하기로 하고 지옥 같은 숙소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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