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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해외)

프랑스에서 만난 베네치아

by 메르쿠리오 2020. 10. 5.

두 번째 유럽 여행 - 2일 차 ; 프랑스

 

 첫 번째 유럽여행 때 무려 꼴마르에 숙소를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쁘띠 베네치아를 보지 못했었다. 그 한을 풀러 이번에는 반대로 숙소를 스트라스부르에 잡고 꼴마르를 여행하기로 했다. 그것 말고도 숙소를 일부러 스트라스부르에 잡은 이유가 하나 더 있는데, 마지막에 서술하도록 하겠다.

 새벽 6시 반 버스, 그래도 시차 적응을 못한 게 이럴 때는 도움이 됐다. 5시 반에 일어나서 준비를 하고 나가는데, 그래도 숙소와 터미널까지 거리가 좀 있다 보니 트램을 타고 가기로 했다. 그런데 트램이 터미널 방향으로 가는 것 같더니만 갑자기 방향을 꺾어버렸다.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트램을 당당하게 타더니 결국 이상한 방향으로 가 트램에서 내렸을 땐 버스 출발시간까지 3분밖에 남지 않았었다.

 각자 캐리어를 들고 악착같이 뛰어서 터미널에 도착했을 땐 출발시간보다 약 3분 정도 지났을 때였다. 좌절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어떤 직원분이 나를 보더니 내 성(LIM)을 부르면서 맞으면 빨리 타라고 했다. 진짜 운 좋게도 버스가 우리를 기다려준 건지 우리가 타자마자 바로 출발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자리를 잡으니 잠이 솔솔 오기 시작했다.

 자다가 찌뿌둥해 잠이 살짝 깼을 땐 독일-프랑스 국경을 넘어가는 구간이였다. 우리나라에 살면서 국경이라 하면 뭔가 철조망과 군사들이 지키고 있는 위험구역이라고 생각하는 게 보통이지만, 유럽은 연합국가다 보니 국경이라는 느낌도 들지 않았다. 그냥 다리 하나 건너면 끝이었다.

국경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던, 그냥 다리 하나 건너면 간단하게 다른 나라로 갈 수 있었던 유럽.

 밋밋한 국경 넘기를 뒤로 하고 다시 자세를 잡고 잠을 취했다. 그 뒤로 몇 시간을 더 달린 뒤에 스트라스부르에 도착했다. 숙소에 짐을 맡기고 바로 꼴마르를 가기 위해 기차역으로 이동했다. 아까 독일에선 비가 와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구름만 조금 있을 뿐 하늘이 정말 아름다웠다.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날씨, 정말 하늘이 너무 그림같았다. 스트라스부르 기차역은 미술관처럼 예술작품들도 있었다.

 다행히 꼴마르는 늦지 않게 기차를 탈 수 있었고, 스트라스부르에서 꼴마르는 3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 꼴마르에 도착했을 땐 이미 3시 반쯤 되어서 여기까지 오는데 밥 먹을 시간도 없이 달리다 보니 지금 점심을 먹게 되었다. 그래도 다행히 친구들 다 입맛이 까다롭지 않아서 그냥 간단하게 프랑스에서 파는 터키음식인 케밥을 먹기로 했다.

프랑스 음식은 비싼 편인데, 정말 저렴한 가격에 나름 맛도 있었다.

 역 앞에서 밥을 먹고 나오는데, 역부터 아기자기했다. 기차역인데도 불구하고 동화책에 나오는 성처럼 보였다. 이런 아름다운 꼴마르 역인데 분명 그때는 왜 못 봤을까 싶었다.

멀리서 보면 꼭 레고로 만든 것 같기도 했던 '꼴마르 역'. 그때 당시 왜 못봤는지 의문이다.

 꼴마르 역에서 쁘띠 베네치아까지는 그리 멀진 않았다. 가는 길도 예뻐서 어디서부터 쁘띠 베네치아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였다.

가는 길마저 아름다웠던 꼴마르. 할아버지들끼리 게이트볼 하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어느 골목을 들어간 순간부터 쁘띠 베네치아에 왔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주변 분위기가 더 아기자기하게 바뀌면서 건물들도 더욱 고풍스러워졌다. 거기다 여름이어서 꽃도 정말 이쁘게 피니 초겨울에 간 베네치아보다 어느 면에선 더 아름다워 보이기도 했다.

저 길을따라 나서면 바로 아름다운 베네치아를 갖다 박아놓은듯한 '쁘띠 베네치아'가 보인다. 

 쁘띠 베네치아를 한바퀴 도는 순환열차도 보았다. 그런데 애초에 쁘띠 베네치아 자체가 크지 않아서 여기에 돈을 쓸 이유는 없었던 것 같다.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아 보이는 기차였지만, 대부분이 노인들이였다. 아마 오랫동안 걷기는 힘드니 많이 타시는 것 같다.

 중간에 식료품 가게가 보여서 들어갔다. 마실 것도 살 겸 해서 봤는데, 정말 채소랑 과일들이 색이 진했다. 만약 우리 숙소에서 요리를 한다면 사갔겠지만, 이 때는 그래도 요리에 취미가 없던 터라 그냥 눈으로 보고 마실 것만 고르러 갔다.

우리나라 재래시장같은 느낌이였지만, 더 정돈된 느낌이였다. 거기다 과일같은 것은 정말 서양국가가 저렴했다.

 마실걸 사서 길을 가고 있었는데, 어디서 엄청난 굉음이 들렸다. 처음엔 정말 무슨 큰일이라도 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오늘이 프랑스 월드컵 준결승전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엄청난 굉음이 난 것이었다. 평소에 축구는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프랑스 국민들의 반응과 환호를 보고 있으니 재밌어서 우리도 꽤나 지켜봤다.

대형 티비가 있는 가게들 앞에서 우리를 포함한 많은 프랑스 국민들이 월드컵을 보고 있었다.

 다시 발걸음을 옮겨 중앙 쪽으로 갔는데 곤돌라를 타라고 홍보하는 사람이 있었다. 베네치아랑 라스베가스 베네치아 호텔에선 비싸서 못 타봤는데, 여기는 그렇게 비싸지 않았다. 그래서 친구들이랑 곤돌라를 탈까 말까 하다가 그냥 타자고 해 처음으로 곤돌라를 타봤다. 인당 6.5유로(한화 약 9천 원) 정도였는데, 힐링되는 느낌이었다. 

아쉽게도 쁘띠 베네치아에선 뱃사공들이 노래를 불러주진 않았다. 그래도 풍경 자체가 힐링되는 곳.

 곤돌라를 타고 가는데, 신기하게도 어떤 프랑스 여중생 무리(?)가 우리를 보고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말했다. 우리도 안녕하세요~ 하고 답하니 걔네들끼리 신나서 꺅꺅 소리를 질렀다. BTS의 영향력이 2018년부터 미친것 같다. 진짜 외국을 나가기 전엔 몰랐는데, 생각보다 BTS의 인기는 상당했다.

 곤돌라가 끝나고 좀 더 나가니, 유럽 어디에서든 볼 수 있는 성당이 보였다. 작은 마을인데 성당 규모는 꽤 컸다. 애들이 종교가 있었으면 안으로 들어갔을 텐데, 아무도 내관에는 관심이 없었는지 잠깐 밖에서 구경만 하다 저녁을 먹으러 이동했다.

색만 봤을땐 꽤 오래되 보였던 꼴마르의 성당. 의외로 주차된 차들이 정말 많았다.

 저녁은 제대로 먹자고 해서 레스토랑을 찾았다. 작긴 하지만 운하도 있고 해서 해산물 요리를 먹고 싶어 시켰는데, 프랑스에다가 완전 관광지에 오니 가격이 정말 어마어마했다. 메인디쉬 하나에 25유로라니... 그래도 이미 자리까지 잡았는데 돌아설 수는 없었다. 다행히 가격이 아깝지 않은 맛이었다.

비싸긴 해도 이런 분위기라면 충분히 시킬만 했다. 다행히(?) 배가 많이 고프진 않아서 2개만 시켜서 셋이 나눠먹었다.

 저녁을 먹고 나니 9시가 가까워졌는데, 아직도 해는 중천에 있는 느낌이었다. 뭔가 저녁이 아니라 점심을 먹은 기분... 저녁을 먹고 기차역으로 돌아가 스트라스부르로 넘어갔는데, 그 30분 안에 밝았던 하늘이 금세 어두워졌다.

9시 반 기차를 기다리는데, 신기한게 아직도 하늘은 밝았다. 

 해가 길어 야경을 못 봐서 스트라스부르에서 야경을 보기로 했다. 첫 프랑스 여행 때 낮에 봤던 스트라스부르 대성당은 그냥 고철덩어리 같았는데, 야경 효과를 받으니 정말 이뻐 보였다. 마치 금이 잔뜩 들어있을 것 같은 성당이었다.

규모도 어마어마하게 컸던 '스트라스부르 대성당'. 스트라스부르의 얼마 안되는 명소라 그런지 사람이 정말 많았다.

 사람이 많은 이유가 뭔가 했더니, 앞에서 빔 프로젝터로 별자리를 쏴주고 있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구경차 누워서 감상했다. 우리도 아직 시간이 있어서 누워서 별을 감상하다가 내일 내가 가장 가고 싶었던 곳 중 하나인 '유로파 파크'를 위해 준비하기로 했다.

유럽 하늘에서 별자리까지 감상할 줄이야... 옆에 대성당까지 가해져서 정말 아름답게 보였던 스트라스부르의 밤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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