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유럽 여행 - 1일 차 ; 독일
2018년 6월 월드컵, 독일전에서 우리나라가 2:0으로 이겼었다. 밖에서 친구들과 치맥을 하며 보느라 정말 재밌게 봤었는데, 생각해보니 일주일 뒤 독일로 출국하는 날이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입국심사 빡세게 하는 거 아니냐며 독일에 도착을 했는데 다행히 입국심사는 순조롭게 통과했다. 그런데 짐을 찾고 나가려고 하는 순간 한 공항직원이 우리를 불렀다. 여권을 확인하더니 짐 검사를 해도 되겠냐고 해 시간이 좀 지체되었다. 뭐 사실 무작위로 짐 검사를 하는 건데 월드컵 때문에 괜히 이런 걸로 딴지를 걸진 않겠지라는 엉뚱한 생각도 들었다.
매우 작은 해프닝(?)이 잘 끝나고 공항을 나와 지하철을 타 시내로 가기로 했다. 독일 지하철은 처음 타보는 거라 길을 헤맸는데 역시나 월드컵과는 상관없이 사람 좋은 독일분들은 친절하게 알려줬다. 덕분에 걱정과는 다르게 시내까지 어렵지 않게 갈 수 있었다.
새벽에 도착했다 보니 체크인은 불가능해 사실 좀 쉬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그래도 확실히 오랜만에 유럽을 보니 예전 감성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았다.
어쨌거나 유럽을 내가 한 번이라도 갔다 온 경험이 있어서 뜻하지 않게 가이드가 돼버렸다. 사실 뮌헨에선 맥주 먹은 기억밖에 나지 않아 어디를 갈까 하다가 무난하게 신 시청사부터 보기로 했다. 마침 저번에 왔을 때 보지 못했던 인형극을 이번에는 시간에 맞게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사실... 굳이 인터넷으로도 찾아볼 가치는 크게 없는 수준이었다.
허접한 인형극을 보고 난 뒤 이김에 저번에 내가 못해본 것들을 다 해보기로 했다. 먼저 전망대에서 뮌헨의 시내를 보기로 했다. 확실히 우리나라처럼 높은 건물들이 적다 보니 하늘이 뻥 뚫린 느낌이 정말 좋았다.
전망을 어느 정도 돌아본 다음, 뮌헨에서 엄청 크게 있다는 '영국정원'으로 넘어갔다. 영국에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왜 독일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정원 규모가 정말 장난 아니었다. 거기다 정원이라는 이름답게 너무 이뻤다. 정말 요정들이 사는 숲인 것 같았다. 왜 이곳을 저번에 왔을 땐 안 들렸는지 의문이다.
들어올 때는 몰랐는데, 나갈 때 보니까 입구 쪽에 서핑을 할 수 있는 곳이 있었다. 바다도 아닌 정원에서 서핑까지, 정말 대박이였다. 수영을 2019년에 배워서 지켜보기만 했지만, 물을 좋아하는 지금은 다시 가게 된다면 서핑도 연습해보고 싶다.
숙소에 들어가 체크인을 하기 전, 밥을 먼저 먹기로 했다. 늦은 점심에다가 아침도 못 먹었으니 정말 배가 고팠다. 전형적인 양식집에 들러 파스타와 피자, 그리고 독일 및 일부 동유럽의 음식인 '슈니첼'까지 시켰다. 배가 고픈 건 맞았지만 이 음식점이 양이 상당히 많았다. 메인디쉬 하나당 2인분 느낌이었는데, 그래도 어찌어찌 3 접시를 다 해치우긴 했다.
배는 부른데, 숙소까지 돌아가는 길에 젤라또 가게를 마주쳐버렸다. 젤라또 집을 봤는데 지나가는 건 매너가 아닌 것 같아 맛을 고르기로 했다. 이탈리아에서 젤라또 중 진짜 맛있게 먹었던 리조(쌀) 맛과 커피가 들어간 맛을 골랐는데, 역시 내 입맛은 내가 제일 잘 아니까 실패할 수 없는 조합이었다.
숙소에 체크인을 한 다음 새벽 비행기 도착임을 감안해 쉬었다 가기로 했다. 한 2시간쯤 지났을까, 애들이 깨우지 않았다면 아마 계속 잤을뻔했다. 깨워서 시간을 보니 벌써 저녁시간이 되었다. 뮌헨을 온 이유인 '호프브로이'를 가기 위해 나섰다. 가는 길에 봉지가 날아다니는 재밌는 광경도 볼 수 있었다.
7시쯤 호프브로이에 도착하니, 이미 만석이였다. 규모가 너무 방대하다 보니 자리도 직접 찾아야 하고 눈치껏 합석을 하는 구조라 쉽게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가게를 한 3바퀴쯤 돌았을 때, 어떤 한국인 여자분이 우리에게 일로 오라고 소리쳤다. 덕분에 자리를 잡고 그분과 합석을 하면서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 여성분은 러시아 남자분과 만나서 유럽 일주를 하는 중이라고 했는데, 자리를 잡지 못하는 한국분이 보여서 짠한 마음에 불렀다고 했다. 남편인 러시아분은 한국어로 할 줄 아는 단어가 몇 개 없었는데, 그중에서 제일 잘하는 말은 '빡쳤다'였다. 되게 센스가 좋으신지 무슨 말을 하다가 약간 언성이 높아지면 빡쳤다 빡쳤다를 연발했다. 외국인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외국인이 우리나라말로 비속어를 하는 것 자체가 정말 웃긴 상황이었다.
타지에서 한국 사람을 만나 얘기를 하다 보면 정말 시간이 빠르게 간다. 돈을 아낀다고 하필 내일 새벽 6시반 버스를 타고 프랑스로 넘어가 오래 있을 수가 없었다. 아쉬운 대로 작별인사를 하고 들어왔는데, 첫날이라 너무 들떠서 그런지 호스텔 지하에 있는 바에서 맥주를 한잔 더 하기로 했다. 가볍게 한잔 후 올라가서 빠르게 씻고 잘 준비를 했다. 아직 시차 적응을 못했기를 기원하며 숙취와 함께 잠이 들었다.
이 블로그에 있는 모든 사진은 제가 직접 여행지 가서 찍은 것입니다. 사진을 이용하시는 경우 출처를 반드시 남겨주세요.
'여행기(해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가장 익사이팅해지는 곳 (0) | 2020.10.09 |
---|---|
프랑스에서 만난 베네치아 (0) | 2020.10.05 |
또 한번 떠날 준비는 되어있어 (0) | 2020.09.25 |
다시 갈 수 있다는 확신 (0) | 2020.09.21 |
태국의 끝은 유흥? (0) | 2020.09.1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