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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해외)

태국의 끝은 유흥?

by 메르쿠리오 2020. 9. 18.

태국 여행 - 4일 차 ; 방콕

 

 내 친구들은 잠도 없는 걸까... 새벽 5시가 넘어서 잠이 들었는데 9시가 되니 이미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술도 나 혼자 마신 건가, 얘네들이 깨우지 않았다면 아마 레이트 체크아웃을 하고 파리에서처럼 쭉 잠만 자고 있지 않았을까 생각됐다.

 힘겹게 몸을 이끌고 체크아웃을 한 후 숙취 해소용 밥을 먹기 위해 레스토랑을 찾았다. 숙취 해소에는 느끼한 음식이 좋다고 해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보여 거기로 갔다. 퀄리티는 우리나라랑 비슷한데 가격은 정말 봐도 봐도 놀라는 것 같다. 거기다 우리가 첫 손님이었는지 가게 주인과 스몰토크도 하면서 재밌게 식사할 수 있었다.

양식이 느끼해서 술먹은 다음날 먹는건지 몰랐는데, 생각보다 정말 이걸 먹은 후 맛있어서 그런지 숙취가 좀 괜찮아졌다. 

 밥을 먹고 난 뒤 방콕으로 다시 넘어갔다. 택시에선 거의 기절한 상태로 2시간을 지나니 도착을 했다. 우리가 예약한 마지막 숙소는 일본 사람들이 하는 홈스테이 같은 곳이었는데 가격은 호텔 뺨치는 가격이었지만 그래도 일본 특유의 정돈된 느낌이 좋았다. 내 친구들도 다 사람인지 피곤함을 느껴 숙소에서 한 시간 정도 잠을 청한 뒤 나가기로 했다.

 그나마 좀 멀쩡해진 상태로 숙소 밖을 나가니 바로 앞에 버블티를 파는 곳이 있었다. 버블티를 먹고 처음으로 대중교통인 지하철을 이용해봤다. 생각보다 지하철은 탈만했다. 동남아시아에서 보통 그럴 일은 없겠지만 작정하고 아끼려면 대중교통을 타는 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다.

우리나라처럼 지하철 안에 있던 다이소. 이때 다이소가 일본꺼인지 처음 알았다.

 어느 야시장 근처로 친구가 갈 곳이 있다고 해 내렸다. 근처에 일본거리 같은 느낌인 곳에서 1일 1 마사지 실천을 위해 타이마사지를 한번 더 받았다. 그런데 여기는 서비스부터 팁 요구까지 말도 안 되는 금액을 자꾸 불러서 짜증 나게 해 마찰이 생겼다. 일본 거리라 사람들이 돈을 많이 쓰는 건지 아니면 한국 사람은 호구라는 생각으로 그렇게 한건진 모르겠는데 처음으로 마사지를 받으면서 기분이 나빴다.

마사지를 받고 난 후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하늘. 개운해야 할 마사지가 오히려 몸이 찌뿌둥해진 것 같았다.

 하필 마사지도 제일 긴 2시간짜리를 받아 빠르게 움직였다. 마지막 마사지를 망치며 나와 잡친 기분을 풀기 위해 시장을 가서 선물도 살 겸 쇼핑을 했다.

역시 화가 날때는 돈을 쓰면서 스트레스를 푸는게 최고인 것 같다. 옷들과 아기자기한 3D엽서같은 것들을 사니 기분이 좀 풀렸다.

 짐을 숙소에 놔두고 마지막 태국의 밤을 즐기기 위해 다시 카오산로드로 향했다. 와도 와도 질리지 않는 곳, 카오산로드는 처음 왔을 때 보다 더 분위기가 업된 것 같아 보였다.

일단 배가 고파 호프집부터 찾았다. 태국 맥주인 '창'과 함께 먹는 팟타이는 정말 완벽한 조합이다.

 늦은 저녁을 먹고 여기저기 구경하다 12시가 되니 오늘 태국이 무슨 날인지 갑자기 거리 자체가 클럽으로 변했다. 술집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다 건물 밖으로 나온 건지 정말 거리를 빽빽하게 채웠다. 안과 밖이 구분이 안될 정도로 클럽 노랫소리도 엄청 컸다.

정말 무슨 축제처럼 이렇게 많은 인파는 처음 보는것 같았다. 밖에서 사람들이 춤을 추고 난리도 아니였다.

 이때가 뭔가 테이블을 잡고 놀 수 있을 것 같아서 대충 근처에 자리가 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태국도 우리나라의 소맥타워처럼 맥주 타워가 있었는데, 정말 위생적으론 경악한 게 오크통 안에 바퀴벌레가 있었다. 직원한테 말했는데 워낙 음악이 시끄러워서 못 알아듣다가 바퀴벌레가 직원 손에 오르니 그제야 직원이 오크통을 집어던지고 난리가 났었다. 여튼 그렇게 해서 새통을 받았는데, 이것도 사실 믿을만하지는 않았지만 어쩌겠는가, 그냥 먹었다.

저기 안에도 바퀴벌레가 없으리란 법은 없으니... 돈은 이미 지불해서 어쩔 수 없이 불안에 떨며 마셨다.

 술을 다 먹고 놀고 있는데, 어느샌가 애들이 안보이기 시작했다. 이런 '인싸 라이프'를 혼자서는 잘 즐기지 않는 타입이기에 소심하게 춤을 추고 있었는데, 갑자기 뒤에서 애들이 케이크를 들고 돌진했다. 잊고 있었는데, 이 날이 내 생일이어서 애들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줬다. 그러더니 주변에 있던 모르는 사람들도 같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줬다. 외국에서 그것도 본인이 망각하며 지낸 생일을 챙겨 받으니, 정말 이만한 감동도 없었다.

 간단한 생일 파티를 끝내고 유사 클럽에서 나와 진짜 클럽으로 향했다. 되게 유명한 클럽인 것 같았는데, 들어가기 전 문구가 우리의 이목을 끌었다. 영어랑 태국어, 그리고 한국어로 되어 있었는데 한국어는 누가 봐도 한국사람이 제작한 문구였다. 덕분에 소지품은 잃어버리지 않았던 것 같다.

정말 '꽐라'라는 표현은 한국사람이 아니면 쓸 수 없는 표현일텐데, 그래도 저 문구를 본 한국인들은 소지품 잃어버릴 걱정은 없을 것 같다.

클럽을 안다녀봐서 몰랐는데, 이렇게 재밌는지 처음 알았다. 확실히 스트레스는 정말 잘 풀수 있는듯.

 미친 듯이 춤을 추다 보니 결국 클럽 엔딩까지 보게 되었다. 엔딩이 끝나고 나와서 시간을 보니 새벽 4시가 약간 넘었었다. 그래도 클럽 엔딩을 보는 게 국룰인지 붕붕이들이 쭉 늘어져서 대기하고 있었다. 붕붕이를 타고 숙소로 돌아가니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것이 생각났다. 정말 하루만 더 있었으면... 너무 신나게 놀아 진이 빠져서 그런지 하루는 좀 요양을 하다 가고 싶었지만 돈이 없기 때문에 숙소에 들어가서 빨리 씻고 잠이나 자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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