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태국 여행 - 1일 차 ; 방콕
새벽 비행기여도 멀지 않고 무려 시차도 2시간이나 더 느려 태국에 도착했을 땐 새벽 6시 반쯤 되었다. 좋게 생각하면 시간을 벌었다고 할 수 있지만 사실 아침 일찍부터 뭔가 계획은 없었기 때문에 피곤하기만 했다. 공항에서 애들이 유심을 사려고 했는데, 작년에 태국에서 유심을 살 때에는 분명 편의점에서 사는 게 더 싼 기억이 있어서 2명만 공항에서 유심을 사기로 했다.
택시를 잡고 우리가 잡은 호텔 주소를 알려준 뒤에 가는데, 아저씨가 꽤나 친절했다. 그래서 친구가 앞으로 우리 어디 갈 때 이 아저씨한테 연락하자고 해서 명함을 받았다. 받고 내려서 체크인을 하려고 하는데 휴대폰이 없었다. 설마 그 택시에 놓고 내렸나? 불안한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분명 공항에서는 내가 휴대폰을 들고 있었기 때문에 택시가 분명했다. 친구가 그 택시기사의 명함을 받은 게 신의 한 수였다. 사실 휴대폰을 주워도 안 돌려줄까 봐 걱정했는데, 정말 착한 기사님이었다. 덕분에 휴대폰을 찾아서 체크인을 하려고 했는데, 하필 얼리 체크인은 힘들고 그래도 최대한 시간을 땡겨서 11시쯤에는 체크인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했다.
애들도 다 피곤한 상태여서 한 30분쯤 로비에 앉아 있다 보니, 배고프기도 했다. 그래서 돈을 내고 조식을 먹을 수 있는지 확인한 후 조식을 먹기로 했다. 태국에서 엄청 비싼 가격이었지만, 다들 배고프기도 했고 맛도 괜찮았다.
밥을 먹으면서 좀 쉬다 보니 체크인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왔다. 체크인을 해서 짐을 놓고, 호텔 구경부터 하기로 했다. 4성급이어서 호텔 규모도 크고 루프탑에 수영장도 딸려 있어서 가 보기로 했다. 지금은 수영을 할 줄 알았지만, 이 당시에는 수영을 할 줄 몰라서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정말 아쉽고 또 가고 싶었다.
루프탑에서 더운 바람을 맞으며 애들과 오늘의 계획을 얘기했다. 피곤하니 일단 2시간 정도 더 쉰 다음 구경 가자는 파와 1시가 아깝다며 바로 나가자는 파로 나뉘었다. 얘기 끝에 해외를 처음 나와본 친구도 있어서 빨리 구경하고 싶다고 해 나가기로 했다.
의외로 호텔 주변은 빈민촌 느낌이 강했다. 근데 성인 남성 4명이서 다녀서 그런진 몰라도 위협을 느끼지는 못했다. 바나나 밥 같은 것도 한화로 약 350원 정도에 팔길래 하나 사 먹어봤는데, 내 입맛은 아니었다.
좀 더 거리를 둘러보니 여행지 로망 중 하나인(?) 집 사이를 지나가는 기찻길이 나왔다. 인스타그램 같은 데서 보는 곳처럼 엄청 위험한 곳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느낌 있었다. 물론 실제 여기서 거주하시는 분들은 매우 불편하시겠지...
그래도 계속해서 길을 따라나서니 좀 시내 같아 보이는 곳이 나왔다. 근데 새벽 비행기인데 무리했는지 다들 피곤해 보이는 모습이어서 일단 호텔로 돌아가서 몇 시간 정도 눈을 붙여야 할 것 같다고 해 태국 국민 이동 시스템인 붕붕이를 타고 호텔로 돌아갔다.
막상 피곤해서 들어왔는데, 씻고 침대에 누우니 잠은 오지 않았다. 그렇게 2시간 정도 휴대폰을 하다 보니 하나 둘 기상하기 시작했고 게스트 층 수영장에서 수영을 좀 한 뒤에 밖으로 나갔다.
확실히 숙소 쪽이 위치 자체는 별로였는지, 카오산로드 근처로 가니 도시 느낌이 물씬 들었다. 패키지여행을 했을 때도 느꼈지만, 정말 태국을 포함한 동남아시아는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았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길거리 음식이 정말 말도 안 되게 저렴했다. 사실 위생을 좀 신경 쓰는 사람이라면 손도 못 댈 것 같지만, 나는 뭐 사실 땅바닥에 구르지만 않으면 웬만해선 먹는 편이고 친구들도 거리낌 없어서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숙소에서 자다 나오니 생각보다 밤이 일찍 찾아왔다. 전 세계 여행자들의 성지라고 불리는 '카오산 로드'를 가니, 정말 신세계였다. 동남아의 라스베가스와 홍콩을 섞은 느낌 같았다(물론 홍콩은 아직 안 가봤다.). 화려한 네온사인들이 나를 감싸는 것 같아 저절로 들뜬상태가 되었다.
길거리에서 헤나도 하고 포장마차 같은 곳에서 팟타이에 맥주도 먹으니 정말 이런 곳이 없었다. 도대체 왜 패키지에선 이런 곳을 안 데려다주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여기저기 옮겨 다니면서 식도락과 유흥을 즐기다 보니 정말 시간이 빨리 갔다.
첫날이라 이만 돌아가기로 하고 붕붕이를 타고 돌아갔다. 문득 루프탑에서 간단하게 술 한잔을 더 마시고 자면 어떨까 해서 올라갔는데,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루프탑 바의 분위기부터 야경까지 정말 완벽했다. 심지어 4 성인데 저렴하기까지 하니 정말 태국은 천국이 따로 없었다. 딱 아쉬운 점 하나는 루프탑이 12시까지인가밖에 하지 않아서 잠깐만 보다 방으로 돌아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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