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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해외)

시작부터 불안해

by 메르쿠리오 2020. 9. 9.

두 번째 태국 여행 - 1일 차 ; 방콕

 

 새벽 비행기여도 멀지 않고 무려 시차도 2시간이나 더 느려 태국에 도착했을 땐 새벽 6시 반쯤 되었다. 좋게 생각하면 시간을 벌었다고 할 수 있지만 사실 아침 일찍부터 뭔가 계획은 없었기 때문에 피곤하기만 했다. 공항에서 애들이 유심을 사려고 했는데, 작년에 태국에서 유심을 살 때에는 분명 편의점에서 사는 게 더 싼 기억이 있어서 2명만 공항에서 유심을 사기로 했다. 

 택시를 잡고 우리가 잡은 호텔 주소를 알려준 뒤에 가는데, 아저씨가 꽤나 친절했다. 그래서 친구가 앞으로 우리 어디 갈 때 이 아저씨한테 연락하자고 해서 명함을 받았다. 받고 내려서 체크인을 하려고 하는데 휴대폰이 없었다. 설마 그 택시에 놓고 내렸나? 불안한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분명 공항에서는 내가 휴대폰을 들고 있었기 때문에 택시가 분명했다. 친구가 그 택시기사의 명함을 받은 게 신의 한 수였다. 사실 휴대폰을 주워도 안 돌려줄까 봐 걱정했는데, 정말 착한 기사님이었다. 덕분에 휴대폰을 찾아서 체크인을 하려고 했는데, 하필 얼리 체크인은 힘들고 그래도 최대한 시간을 땡겨서 11시쯤에는 체크인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했다. 

 애들도 다 피곤한 상태여서 한 30분쯤 로비에 앉아 있다 보니, 배고프기도 했다. 그래서 돈을 내고 조식을 먹을 수 있는지 확인한 후 조식을 먹기로 했다. 태국에서 엄청 비싼 가격이었지만, 다들 배고프기도 했고 맛도 괜찮았다.

평범한 유럽식 조식과 잠쫒는걸 도와줄 커피, 그리고 조식을 먹으면서 볼 수 있었던 뷰. 날씨가 약간 흐린 것 말고는 괜찮았다.

 밥을 먹으면서 좀 쉬다 보니 체크인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왔다. 체크인을 해서 짐을 놓고, 호텔 구경부터 하기로 했다. 4성급이어서 호텔 규모도 크고 루프탑에 수영장도 딸려 있어서 가 보기로 했다. 지금은 수영을 할 줄 알았지만, 이 당시에는 수영을 할 줄 몰라서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정말 아쉽고 또 가고 싶었다.

호텔 루프탑에 있던 엄청 큰 수영장과 방콕 시내의 뷰. 이런 곳이 1박에 인당 3만원정도라니... 정말 저렴하고 좋았다. 

 루프탑에서 더운 바람을 맞으며 애들과 오늘의 계획을 얘기했다. 피곤하니 일단 2시간 정도 더 쉰 다음 구경 가자는 파와 1시가 아깝다며 바로 나가자는 파로 나뉘었다. 얘기 끝에 해외를 처음 나와본 친구도 있어서 빨리 구경하고 싶다고 해 나가기로 했다. 

 의외로 호텔 주변은 빈민촌 느낌이 강했다. 근데 성인 남성 4명이서 다녀서 그런진 몰라도 위협을 느끼지는 못했다. 바나나 밥 같은 것도 한화로 약 350원 정도에 팔길래 하나 사 먹어봤는데, 내 입맛은 아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분위기만 봐선 매우 위험해 보이는 지역같은데, 생각보다 근처 상인들도 친절했고 위협을 느끼진 못했다.

 좀 더 거리를 둘러보니 여행지 로망 중 하나인(?) 집 사이를 지나가는 기찻길이 나왔다. 인스타그램 같은 데서 보는 곳처럼 엄청 위험한 곳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느낌 있었다. 물론 실제 여기서 거주하시는 분들은 매우 불편하시겠지...

기차가 2차선(?)으로 다녀서 그런지 넓었다. 그런데 기차가 올때 막아주는 차단기 같은 것은 없어서 조심해야 한다.

 그래도 계속해서 길을 따라나서니 좀 시내 같아 보이는 곳이 나왔다. 근데 새벽 비행기인데 무리했는지 다들 피곤해 보이는 모습이어서 일단 호텔로 돌아가서 몇 시간 정도 눈을 붙여야 할 것 같다고 해 태국 국민 이동 시스템인 붕붕이를 타고 호텔로 돌아갔다.

아마 이걸 한 달만 타도 폐암으로 죽을 것 같았던 매연가스 장난 아닌 '붕붕이'. 그래도 싸고 재밌었다.

 막상 피곤해서 들어왔는데, 씻고 침대에 누우니 잠은 오지 않았다. 그렇게 2시간 정도 휴대폰을 하다 보니 하나 둘 기상하기 시작했고 게스트 층 수영장에서 수영을 좀 한 뒤에 밖으로 나갔다. 

 확실히 숙소 쪽이 위치 자체는 별로였는지, 카오산로드 근처로 가니 도시 느낌이 물씬 들었다. 패키지여행을 했을 때도 느꼈지만, 정말 태국을 포함한 동남아시아는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았다.

깔끔하고 세련된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왜 패키지에선 이런 곳들을 안가는지...

 무엇보다 좋았던 건 길거리 음식이 정말 말도 안 되게 저렴했다. 사실 위생을 좀 신경 쓰는 사람이라면 손도 못 댈 것 같지만, 나는 뭐 사실 땅바닥에 구르지만 않으면 웬만해선 먹는 편이고 친구들도 거리낌 없어서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닭꼬치같은것을 구워주시는데 정말 저렴하고 맛도 괜찮았다. 말은 안통해도 재밌는 경험.

 숙소에서 자다 나오니 생각보다 밤이 일찍 찾아왔다. 전 세계 여행자들의 성지라고 불리는 '카오산 로드'를 가니, 정말 신세계였다. 동남아의 라스베가스와 홍콩을 섞은 느낌 같았다(물론 홍콩은 아직 안 가봤다.). 화려한 네온사인들이 나를 감싸는 것 같아 저절로 들뜬상태가 되었다.

정말 코너를 돌아 들어왔을 때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왜 전 세계 여행자들이 여기 모이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길거리에서 헤나도 하고 포장마차 같은 곳에서 팟타이에 맥주도 먹으니 정말 이런 곳이 없었다. 도대체 왜 패키지에선 이런 곳을 안 데려다주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여기저기 옮겨 다니면서 식도락과 유흥을 즐기다 보니 정말 시간이 빨리 갔다.

이런 환상적인 곳에서 이렇게 맛있는 음식들을 싼 값에 즐길 수 있다니... 카오산로드가 정말 최고였다.

첫날이라 이만 돌아가기로 하고 붕붕이를 타고 돌아갔다. 문득 루프탑에서 간단하게 술 한잔을 더 마시고 자면 어떨까 해서 올라갔는데,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루프탑 바의 분위기부터 야경까지 정말 완벽했다. 심지어 4 성인데 저렴하기까지 하니 정말 태국은 천국이 따로 없었다. 딱 아쉬운 점 하나는 루프탑이 12시까지인가밖에 하지 않아서 잠깐만 보다 방으로 돌아가야 했다.

호텔 루프탑에서 본 뷰. 이 순간만큼은 유럽 못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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