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여행은 나의 새로운 취미로 인정할 수 있을까
호텔 앞 지하철역에서 존 F. 케네디 공항까지 우리를 데려다 줄 우버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지하철 앞 계단에서 '이 지린내가 진동하는 지하철마저 그립겠지' 하며 코가 썩을 정도로 냄새를 맡았다. 마지막 우버 이용이였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우버 풀이 아닌 택시를 이용해 돌아갔다.
출발할 때와 마찬가지로 대만을 경유해 한국으로 가는데, 뉴욕에서 대만까지는 무려 16시간을 비행해 가야했다. 정말 피곤했는지 기내식 점심을 먹고 8시간을 기절해 눈을 떴는데도 8시간이 남았다는 것에 대해 매우 절망적이었다. 정말 이렇게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오랜만이었다.
대만에 도착하니 동생이 분주해졌다. 대만에 맛있는 간식들이 많아 면세점에서 사가자고 했다. 대만에서 한국까지는 원래도 짧지만, 뉴욕에서 와서 그런지 더욱 짧게 느껴졌다. 공항 밖으로 나가니 갑자기 한국의 추위를 실감했다. 시카고의 추위가 생각나는 것 같았다.
집으로 돌아가 그날 하루는 쭉 잠만 잤던 것 같다. 약 8개월 정도 일을 해 천만원이란 큰돈을 벌었고, 3개월 만에 그 천만 원을 온전히 여행하는데 다 사용했다. 나 자신에게 질문해봤다. 만약 첫 유럽여행이 경비가 2배로 늘었어도 간다고 생각했을까? 다녀와 보니, 이러한 경험은 정말 얼마를 내든 상관없이 떠날 것 같다. 대한민국에서 가족과 함께 살며 세상 물정은 하나도 몰랐던 내가 혼자서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를 익히며 서로 다른 문화를 경험하는 것, 이것이 정말 돈보다 중요하다고 느끼게 되었다. 거기다 유럽뿐만이 아니라 미국에서도 같은 서양권인데 다른 문화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정말 시간과 돈만 있으면 또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슬슬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게 뭔지 깨달아 가는 단계로 느껴졌다. 다음번엔 어디를 갈까, 언제 갈 수 있을까 이 생각만 하게 되면서.
이후, 1월 말에 신용카드 정산을 하는데 말도 안되는 금액이 찍혀 있었다. 알고 보니 처음부터 맘에 들지 않았던 뉴욕 호텔에서 내 카드를 복사한 건지 결제를 2번 한 것을 확인했다. 직접 영어로 타이핑을 해 문의 메일을 보내고, 호텔 측에서 바로 취소를 해 다행히 금액 청구를 제대로 할 수 있었다. 이러한 부분에서도 점점 스스로 해결하는 모습에 성숙해짐을 느꼈다.
호텔에 메일을 보내고 나니 그래도 행복했던 미국이 다시 생각났다. 사진첩을 열심히 보니 더이상 참을 수 없었다. 복학은 예정대로 하고 여름방학 때 어딘가 반드시 가야겠다. 머릿속엔 이 생각밖에 없었다. 그렇게 복학을 하고 정신을 차려 1학기를 제대로 마친 후, 다시 여행 준비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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