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기(해외)

호텔 도장깨기

by 메르쿠리오 2020. 7. 29.

미국 여행 - 8일 차 ; 라스베가스

 

 왜 그랬을까, 라스베가스에서 호텔을 하루에 하나씩 옮겨 다니자고 매우 멍청한 짓을 했다. 라스베가스를 처음 가보니 그 호텔을 이용하지 않으면 호텔 출입이 안 되는 줄 알고 무려 호텔을 다 1박씩만 예약을 해 놨었다. 그래서 준비를 다 한 후에 체크아웃을 하고 2번째로 묵을 '베네치아 호텔'로 갔다. 이 호텔은 진짜 가격이 너무 비쌌지만, 그래도 내가 여기서 언제 한번 자 보겠어 라는 생각으로 1박에 10만 원으로 예약을 했다(이 가격은 엄청난 특가였다). 

 베네치아 호텔에서 짐을 맡긴 후, 바로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큰아빠 동생 자제분이 여러 음식점을 추천해 줘서 거기서 골라 가려고 했지만, 일단 그분은 애초에 집안 자체가 돈이 많아서 비싼 음식점만 줄줄이 나열해 주었다. 한 뷔페를 가려고 했는데 여기는 점심인데도 무려 인당 70달러를 호가했기 때문에 동생과 어제 '뉴욕뉴욕 호텔'에서 봤던 '쉑쉑 버거'를 가기로 했다. 미국 3대 버거이자 원래 동부에만 있는 버거지만, 뉴욕에서도 쉑쉑 버거는 대표 메뉴였기 때문에 이 호텔에서는 컨셉에 맞게 쉑쉑 버거를 만나볼 수 있다고 했다.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쉑쉑버거'. 미국이 원조라 더 싸겠지 했지만 가격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똑같았다. 물론 맛도.

 그래도 첫 쉑쉑 버거라 맛있게 먹고 난 뒤 밖으로 나와 아까 그 70달러짜리 뷔페가 있는 호텔 구경을 가기로 했다. 가는 길에 대낮부터 라스베가스 거리에서 버스킹을 하고 있었다. 버려진 조리 도구나 페인트 통을 이용해 드럼을 치듯이 했는데, 리듬감도 좋고 묘기도 중간중간 보여줘서 버스킹에 은근히 시간을 뺏겼다.

생각보다 고퀄리티의 버스킹 공연. 돈이 여유가 있었으면 아마 드렸을 것 같다.

 로마 컨셉인 '시저스 팰리스 호텔'도 규모가 만만치 않았다. 로비에서부터 로마의 조각상들이 전시되어있고, 겨울이라 수영장에 들어갈 순 없지만 가는 길목도 정말 이뻤다. 그리고 뷔페를 유리 너머로 구경했는데 정말 음식 퀄리티가 상당해 나중에 일을 해서 여유가 좀 있다면 다시 라스베가스에 왔을 때 반드시 여기 뷔페에서 한 끼 정도는 해보고 싶었다.

고대 로마의 이미지와 현대의 적절한 조화를 이루었던 '시저스 팰리스 호텔'. 수영장은 정말 신화속에서 나올법한 비주얼이였다.

 호텔을 나와 체크인 시간이 다 되어 '베네치아 호텔'로 돌아갔다. 들어가기 전 베네치아 호텔 앞 광장을 내려다봤는데, 날씨가 정말 화창해 광장에서 빛이 났다. 개인적으로 베네치아도 정말 신세계를 경험한 곳이었는데, 라스베가스는 그 신세계를 구현해 놓은 또 다른 신세계 같았다.

베네치아 호텔에서 본 '산 마르코 광장'. 날씨까지 완벽해 정말 유럽으로 다시 돌아온 것 같이 행복했다.

 체크인을 하고 바로 베네치아 호텔부터 구경하기로 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것이, 라스베가스의 베네치아 호텔은 워낙 유명해 익히 들어서 호텔 내부에서 곤돌라가 다닌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여기서 충격적이었던 것은 그 베네치아의 운하와 곤돌라가 1층도 아니고 무려 2층에서 운행이 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1층은 온통 룰렛과 겜블판밖에 보이지 않아(라스베가스의 모든 호텔이 동일하게 1층은 흔히 말하는 도박을 즐길 수 있다.) 2층으로 갔더니 베네치아의 운하와 곤돌라가 펼쳐져 있는 것이였다. 거기다 사공들이 베네치아에서 들을 수 있던 노래까지 완벽하게 불러주다니... 정말 이 호텔 설계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이런 장소가 건물 내부에 있다는 것도 믿기지 않는데 무려 2층에 있다니... 거기다 똑같은 디자인까지 정말 소름이 돋았다.

 곤돌라를 지나 가면 실제 베네치아의 '산 마르코 광장'을 그냥 갖다 붙여놨다. 정말 여기가 미국인지 이탈리아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똑같이 구현해 놓았다. 거기다 천장을 하늘 배경으로 만들어 놔 실내라고 말하지 않으면 정말 실내 인지도 모를 것 같았다.

은은한 분위기를 제대로 구현해 놓은 베네치아 호텔의 '산 마르코 광장'. 정말 베네치아로 다시 돌아온 기분을 그대로 전했다.

 베네치아에 혼을 뺏겨 구경하는 동안, 시간이 얼마나 지난지도 몰랐다. 동생과 라스베가스에 처음 들어왔을 때 뉴욕뉴욕 호텔에서 봤던 롤러코스터를 타러 가기로 했다. 인당 14달러였지만, 그래도 뉴욕 뉴욕 호텔을 이곳저곳 스릴 있게 구경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재밌었다. 거기다 러닝타임도 기존 롤러코스터에 비해 엄청 길었다.

거대한 '뉴욕 뉴욕 호텔'을 감싸 도는 롤러코스터. 재미에 비해 타는 사람은 극히 적었다. 아마 비싸서 그렇겠지...

 롤러코스터로 흥을 한껏 올린 뒤에 공짜로 볼 수 있는 화산쇼를 보러 갔다. 분수쇼와 같은 형태지만, 불 색깔의 광채를 사용해 용암처럼 표현을 했는데, 정말 무료 공연 치고는 분수쇼처럼 퀄리티가 상당했다. 정말 라스베가스는 무료로도 이렇게 즐길 수 있는 것이 많아 도박에만 빠지지 않는다면 정말 저렴하게 다닐 수 있는 것 같았다.

미라지 호텔 앞에서 볼 수 있는 '화산쇼'. 분수쇼와는 색다른 화려함이 돋보였다.

 화산쇼를 보고 난 뒤에 밥을 먹으러 다시 베네치아 호텔에 들렸다. 큰아빠 자제분이 추천해준 맛집으로 간 곳 중 그나마 좀 먹을만했던 곳이 '랍스터미'였는데, 물론 여기도 제대로 먹으면 비쌌지만 적당히 배에 찰 정도로만 먹으면 그렇게 비싸진 않아 메뉴를 2개 시켜 동생과 나눠먹었다.

미국에서 먹는 랍스터 치곤 꽤나 저렴했던 '랍스터미'. 랍스터 살이 굉장히 쫄깃하고 맛있었다. 

 밥을 먹고 뭔가 호텔로 돌아가긴 아쉬워 다시 밖으로 나와 M&M 스토어와 코카콜라 스토어를 갔다. 둘 다 대단했던 게 한 4층까지 전부 다 자신들의 아이템들로만 채워져 있었다. M&M 스토어의 경우에는 초콜릿뿐만 아니라 머그컵, 굿즈, 옷 등 정말 볼거리가 많았고 코카콜라도 클래식한 병에 담긴 코카콜라부터 다양한 맛의 코카콜라까지 뭔가 체험할 수 있는 박물관을 보는 느낌이었다.

클래식 코카콜라를 맛볼 수 있었던 '코카콜라 스토어'와 M&M의 천국인 'M&M 스토어'. 보는 것만으로도 초콜릿 냄새가 날 정도이다.

 다시 호텔로 돌아가는데, 정말 베네치아 호텔의 밤은 심플하면서도 광장의 은은함을 너무 잘 살렸다. 캘리포니아에서 네바다로 오니 찬바람을 계속 맞아 피곤함이 느껴져 야경을 뒤로하고 호텔로 들어갔다.

진짜 베네치아의 야경은 주황색이였지만, 믹구의 야경은 흰 색으로 좀 더 은은했다.

 


이 블로그에 있는 모든 사진은 제가 직접 여행지 가서 찍은 것입니다. 사진을 이용하시는 경우 출처를 반드시 남겨주세요.

'여행기(해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 많은 수식어를 가진 곳  (0) 2020.08.05
라스 베가스 플렉스  (0) 2020.08.03
사막 위의 기적  (0) 2020.07.27
하루로는 부족해  (0) 2020.07.24
휴양지에 비가온다면  (0) 2020.07.2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