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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해외)

미국을 가자고?

by 메르쿠리오 2020. 7. 10.

한국에 오자마자 날 쉬지 못하게 하는 동생의 한마디

 

 러시아에서 약 2시간가량 지연이 됐지만, 다행히도 한국에는 오후로 넘어가기 전에 도착했다. 인천 공항에 도착했을 때 모든 것이 한국어로 되어 있었다. 한 달만에 모국어를 보니 정말 그리웠고 너무너무 편해 혼자서 집까지 쉽게 갈 수 있었다.

 영국에서 금요일날 출발을 했지만 시차와 비행시간으로 인해 하루가 밀려 주말에 도착했다. 그래서 집에 갈 때 아빠가 계셨는데,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사실 한 달 정도 못 봤기 때문에 눈물이 날 줄 알았지만, 의외로 그런 건 없었다. 덤덤하게 아빠랑 포옹을 한번 하고 밥을 먹으러 나갔다. 베네치아 이후로 제대로 된 한식을 먹지 못했는데 정말 한입 먹자마자 한국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역시 한국인은 한식이 짱인 것 같다.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국물음식부터 찾았다. 한 달만에 먹는 갈비탕의 그 맛은 잊을 수 없었다.

 갈비탕을 먹고 집에 돌아와 누우니 거의 6시간을 기절하듯이 잤다. 눈을 떠보니 밤 9시쯤 됬을까, 동생이 집에 들어와 있었다. 동생이 날 보자마자 '오빠 미국 가자'라는 말을 했다. 갑자기 미국? 원래 사촌누나 부모님이 미국에 계셔서 사촌누나랑 같이 미국을 가려고 했었지만, 누나가 사정상 못가게 되어 계획이 무산되었었다. 하지만 동생이 그냥 우리끼리라도 가자고 말을 한 것이었다. 돈이 500만 원 정도 남아 원래는 복학 준비할 때 쓰려고 남겨 놓았고, 동생은 달랑 100만 원으로 나한테 미국 여행을 가자고 한 것이다. 거기다 장기 여행으로 몸이 꽤 지친 상태여서 고민을 좀 했다. 그런데 아빠가 기회 있을 때 가라고 동생 비행기 값을 보태줄 테니 1월에 가라고 했다. 

 아빠 말을 듣고 결국 가기로 결심을 했는데, 애초에 동생이 갈 계획이 있었으면 티켓팅좀 미리미리 해놓고 나한테 통보를 했으면 좀 더 싸게 가지 않았을까 싶었다. 당장 4주 전이라 거의 2주 동안 매일매일 티켓 가격을 확인해 출발하기 약 3주 전 인천-LA / 뉴욕-인천 다구간 티켓을 중국과 대만 경유로 인당 약 130만 원에 구할 수 있었다. 1월 1일 출발이라 3주 전에 이 정도 가격에 구한 것만으로도 행운이다 생각하고 빠르게 결제했다. 

 여담으로, 출발하는 날까지 아빠한테 동생 비행기 티켓값은 결국 받지 못했다. 유럽에서의 한 달은 정말 길게 느껴졌는데, 한국에서의 한 달은 금방 가 벌써 미국으로 출국하는 날이 왔다. 사실 동생이 돈을 조금만 더 가지고 있었으면 미국도 한달은 있고 싶었는데, 경제 사정상 24일 일정으로 잡고 큰아빠가 있는 LA를 미국 여행의 시작점으로 인천 공항으로 갔다. 아침 9시 비행기여서 동생과 공항에 아침 일찍 도착하니 배가 고파 돈가스를 먹었다. 이 돈가스도 이제 약 24일간은 못 먹겠지라는 생각과 함께 그리울 것이라며 열심히 먹었다. 그 이후 시간을 맞춰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공항 음식점은 보통 맛이 별로라 안좋아하지만, 마지막 한식이라는 생각으로 정말 맛있게 먹었다. 

 중국의 '상하이'는 한국에서 정말 멀지 않았다. 한 2시간정도 뒤 상하이 공항에 도착했다. 중국에서 엄청 큰 도시라 정말 말도 안 되는 물가였다. 동생이랑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서 베스킨라빈스 짝퉁(?) 같은 아이스크림 전문점에서 한 스쿱만 시켰는데, 무려 한화로 약 8700원 정도나 했다. 안 그래도 돈이 부족할 미국 여행일 텐데 가격을 듣고 얼탱이가 없었지만 이미 아이스크림을 떠버린 상태라 동생이랑 그냥 한국말로 욕만 하는 것이 전부였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공항을 좀 둘러보니, 금방 LA로 가는 보딩타임이 열렸다. 그래서 바로 동생과 탑승해 약 12시간을 태평양을 지나 미국 LA로 갔다. 육지가 아닌 태평양 바다 위를 달리니 정말 비행기가 추락할 것처럼 흔들렸다. 유럽 때는 이렇게 기체가 흔들리는 것을 느껴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사실 좀 무섭긴 했다. 거의 한 시간 정도 흔들렸기 때문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그래도 걱정했던 것과는 다르게 다행히 아무 일 없이 미국 LA에 도착했고, 세계에서 제일 빡세다는 입국심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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