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 - 32일 차 ; 영국
평생 올 것 같지 않던 첫 유럽여행의 마지막 날이 오고야 말았다. 어제 교통카드에 있는 돈도 다 써버리고, 지갑에 남은 돈도 얼마 남지 않아 아침은 호스텔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조식을 먹고 영국에서 돈 없이 할 수 있는 '대영 박물관'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다른 나라에서 약탈한 문화재와 전리품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박물관에서 돈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그 말은 영국이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약탈을 했다는 뜻이겠지... 그래도 돈 없는 사람한테는 할 거리를 내주는 셈이라 박물관을 좋아하진 않지만 가 보기로 했다.
무려 숙소에서 대영 박물관까지 가는 길은 걸어서 1시간이였다. 걷는 것이야 뭐 좋긴 한데 마지막 날까지 이렇게 고생해야 하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기존에 생각했던 예산보다도 초과했기 때문에 그냥 무작정 걸었다.
그래도 쉬지 않고 걷다 보니 예상보다는 일찍 도착했다. 대영 박물관은 정말 내가 본 박물관중에 제일 컸다. 거기다 무슨 외관을 신전처럼 장식해 놔서 웅장해 보였다.
박물관 안에서 제일 관심 있게 본 것은 '이집트 문화'였다. 영화 같은 곳에서 접해서 그런지 나에게 이집트 문화는 매우 신비하고 꼭 가보고 싶은 나라 중에 한 곳이다.
구경하다 보니 갤러리 중 한 곳인 '한국실'도 있었다. 거문도 불법 점령 때 뭘 가져갔는진 사실 잘 모르겠지만 머나먼 타지에서 한국 문화를 볼 수 있다는 것도 반가운 일이긴 했다.
바티칸시티 일일투어를 들었을 때 가이드분이 가장 흥분하며 말했던 '피에타'도 있었다. 하지만 가이드가 없어서 그런 건지 대영 박물관에 있는 피에타는 분명 역동적이나 심심한 면이 있었다.
박물관이 정말 엄청 크다 보니 2시쯤 되어서 나왔다. 오늘만큼은 마지막 날이니 맛있는 걸 먹자 하고 쉑쉑 버거로 갔다. 역시 영국에선 프렌차이즈가 제일 맛있는 것 같다... 가격도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라 쉑쉑버거 자체가 다 비싸 크게 불만도 없었다.
먹고 잠깐 구경하다 보니 금방 해가 떨어졌다. 코벤트 가든에선 마치 아마추어들이 내일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 위한 공연을 해주는 것만 같았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런던의 거리는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무르익어 갔다. 사실 크리스마스에 큰 의미를 둬 본 적은 없는데 유럽 여행을 하면서 괜히 전 세계적으로 빨간 날이 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마지막 날이어서 고모에게 줄 선물도 사기로 했다.(고모가 여행 갈 때 용돈을 주셔서 잊으면 안 됬었다.) 영국에 '포트넘&메이슨'이라는 영국 황실에도 대접하는 티 전문 브랜드가 있다고 해 거기로 갔다. 유명세답게 무슨 내부를 궁전처럼 해놔서 처음에는 좀 당황했다.
언제 볼지 모르는 '빅 벤'도 한번 더 보기로 했다. 당장 다음 달부터 못 본다고 하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 자리에서 멋있게 빛나고 있었다.
가는 길에 '워털루 역'을 지나쳤다. 워털루라는 것을 '맘마미아' 노래 중 하나로만 알고 있었는데 영국에 이 이름을 가진 역이 있는지도 이때 알았다. 돈 한번 써서 지하철을 타고 갈까 고민을 많이 했지만 런던 브릿지도 볼 겸 끝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숙소 근처에 '런던탑'이 있었는데, 런던에 있는 동안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그래서 마지막 날인만큼 '런던탑'의 야경을 보며 영국, 아니 첫 유럽여행의 마지막 점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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