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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해외)

게임속에서만 보던 무덤, 카타콤

by 메르쿠리오 2020. 6. 24.

유럽 여행 - 27일 차 ; 프랑스

 

 '디아블로'라는 게임을 한창 즐겨할 때, 던전 중에 '카타콤'이라는 던전이 있었다. 나는 이 지명이 실제로 있는 지명인지도 몰랐다. 더군다나 낭만의 도시 '파리'의 도심 중앙에 이 거대 무덤이 있다는 건 상상도 하지 못했다. 굳이 게임이 아니어도 약간 공포나 스릴을 좀 즐기는 편이라 카타콤을 가보기로 했다.

 입장 시간에 맞춰 갔는데도 줄이 꽤 길었다. 공포심 유발을 위해(?) 한번 입장할 때 인원을 제한하는 듯 했다. 줄을 기다리는 동안 앞에 서 있던 가족 중 정말 이쁘게 생긴 아이가 동양인이 신기했는지 힐끗힐끗 봤다. 그래서 내가 심심하기도 하고 하이파이브하자고 손을 내밀었는데 귀엽게 또 손을 쳐줬다. 그러면서 애기랑 놀다 보니(카타콤에 나이 제한이 없다는 것도 정말 신기했다.) 어느덧 내 차례가 왔다.

카타콤의 시작점. 으스스한 분위기가 더욱 긴장하게 만들었다. 거기다 지하무덤까지 가는 길만 거의 15분을 걸었던 것 같다.

 지하무덤에 도착할 때 쯤 불어로 된 경고문(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불어를 하지 못해서)이 적혀 있고 그 뒤로 바로 약 5~600만 구의 뼈 무덤이 미로처럼 이루어져 있었다. 이게 다 실제 사람의 뼈로 되어있다고 하니 좀 소름이 돋았다.

불어로 된 안내문을 지나면 바로 보이는 카타콤의 뼈 무덤. 실제 사람 뼈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두개골을 만지고 지나가는 사람이 많았다...

 처음엔 나름 공포감이 강했는데, 길을 나서면 나설수록 공포심이 급격히 저하됬다. 두개골로 벽에 아트를 해 놓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카타콤 관리 직원들은 뼈 무덤 옆 의자에 앉아 꼬박꼬박 졸고 있었다. 아무리 무서운 곳이라고 해도 맨날 보다 보면 피곤함과 지루함을 이길 순 없었나 보다.

도대체 두개골로 하트를 만든 건 누구 아이디어일지... 덕분에 공포심을 좀 이겨내고 카타콤에서 인증샷을 찍었다.

 카타콤이 총 300km나 되는 지하무덤 중 관광객들에게 열린 곳은 1.6km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보통 관광지보다 더 천천히 걷다 보니 한 시간이 좀 넘게 걸렸던 것 같다. 바로 앞에 굿즈샵이 보여서 들어가 스컬 패턴을 좋아하는 사촌누나 선물과 내가 쓸 것 등 몇 개를 샀다. 카타콤이 입구와 출구가 완전 달라 굿즈샵을 나온 뒤 구글맵을 확인해 지하철역으로 갔다.

 분명 오전쯤에는 카타콤을 다 구경하고 시간적 여유가 있을 줄 알았는데, 오후 2시가 가까웠다. 정말 오랜만에 제대로 된 식사를 하고 싶어 레스토랑을 찾았다. 스테이크를 시켜 밥을 먹고 충전이 가능해 충전도 하며 휴식을 취했다.

생각보다는 평범했던 스테이크. 소스가 좀 특별했던 것 같다.

 저녁에는 이틀 전과 다른 사람들의 한국인 단체 모임이 있어서 개선문에서 만나기로 했다. 좀 더 일찍 나가서 개선문 앞의 '샹젤리제 거리'로 갔다. 우리나라에서 아마 제일 유명한 샹송이 '샹젤리제'라는 노래라고 생각하는데, 나도 노래로만 들었지 실제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근데 정말 노래의 분위기처럼 정말 아름다웠다. 그냥 거리일 줄 알았는데, 크리스마스가 다가와서 그런지 겨울 느낌이 가해져 더욱 화려해 보였다.

가사는 몰라도 흥얼거림은 자동으로 나오게 되는 '샹젤리제 거리'. 낭만적인 분위기는 정말 최고였다.

 걷다 보니 만날 시간이 금방 다가와 개선문으로 다시 갔다. 1차에서 정말 많은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다 보니 저녁 늦은 시간이 될 때쯤 10명 남짓한 모임이 4명으로 줄었다. 마트가 문을 닫기 전에 가서 와인과 먹을 것을 사고 에펠탑이 가장 잘 보이는 '샤오이 궁'으로 갔다. 에펠탑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초겨울이라 추웠는데도 불구하고 에펠탑을 보면서 와인을 먹으니 몸에 열도 오르면서 더욱 낭만에 젖어갔다.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는 에펠탑의 야경.

 에펠탑을 보면서 모임에 있던 한 사람이 새벽 1시부터는 '화이트 에펠탑'을 볼 수 있다고 했다. 뭐 좀 기다려보면 알겠지 하는 생각으로 담소를 나누다 보니 금방 새벽 1시가 되었다. 그러자 에펠탑은 소등하고, 매 시 정각부터 5분 동안 에펠탑에 반짝이만 켜져 일명 '화이트 에펠탑'을 볼 수 있었다. 사실 소등되지 않은 에펠탑이 훨씬 아름답지만, 새벽에만 볼 수 있는 에펠탑이라서 그런지 충분히 볼 가치는 있었다고 생각한다.

새벽 1,2시에만 볼 수 있는 화이트에펠탑. 새벽이라 안전문제도 있고 그닥 추천하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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