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 - 27일 차 ; 프랑스
'디아블로'라는 게임을 한창 즐겨할 때, 던전 중에 '카타콤'이라는 던전이 있었다. 나는 이 지명이 실제로 있는 지명인지도 몰랐다. 더군다나 낭만의 도시 '파리'의 도심 중앙에 이 거대 무덤이 있다는 건 상상도 하지 못했다. 굳이 게임이 아니어도 약간 공포나 스릴을 좀 즐기는 편이라 카타콤을 가보기로 했다.
입장 시간에 맞춰 갔는데도 줄이 꽤 길었다. 공포심 유발을 위해(?) 한번 입장할 때 인원을 제한하는 듯 했다. 줄을 기다리는 동안 앞에 서 있던 가족 중 정말 이쁘게 생긴 아이가 동양인이 신기했는지 힐끗힐끗 봤다. 그래서 내가 심심하기도 하고 하이파이브하자고 손을 내밀었는데 귀엽게 또 손을 쳐줬다. 그러면서 애기랑 놀다 보니(카타콤에 나이 제한이 없다는 것도 정말 신기했다.) 어느덧 내 차례가 왔다.
지하무덤에 도착할 때 쯤 불어로 된 경고문(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불어를 하지 못해서)이 적혀 있고 그 뒤로 바로 약 5~600만 구의 뼈 무덤이 미로처럼 이루어져 있었다. 이게 다 실제 사람의 뼈로 되어있다고 하니 좀 소름이 돋았다.
처음엔 나름 공포감이 강했는데, 길을 나서면 나설수록 공포심이 급격히 저하됬다. 두개골로 벽에 아트를 해 놓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카타콤 관리 직원들은 뼈 무덤 옆 의자에 앉아 꼬박꼬박 졸고 있었다. 아무리 무서운 곳이라고 해도 맨날 보다 보면 피곤함과 지루함을 이길 순 없었나 보다.
카타콤이 총 300km나 되는 지하무덤 중 관광객들에게 열린 곳은 1.6km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보통 관광지보다 더 천천히 걷다 보니 한 시간이 좀 넘게 걸렸던 것 같다. 바로 앞에 굿즈샵이 보여서 들어가 스컬 패턴을 좋아하는 사촌누나 선물과 내가 쓸 것 등 몇 개를 샀다. 카타콤이 입구와 출구가 완전 달라 굿즈샵을 나온 뒤 구글맵을 확인해 지하철역으로 갔다.
분명 오전쯤에는 카타콤을 다 구경하고 시간적 여유가 있을 줄 알았는데, 오후 2시가 가까웠다. 정말 오랜만에 제대로 된 식사를 하고 싶어 레스토랑을 찾았다. 스테이크를 시켜 밥을 먹고 충전이 가능해 충전도 하며 휴식을 취했다.
저녁에는 이틀 전과 다른 사람들의 한국인 단체 모임이 있어서 개선문에서 만나기로 했다. 좀 더 일찍 나가서 개선문 앞의 '샹젤리제 거리'로 갔다. 우리나라에서 아마 제일 유명한 샹송이 '샹젤리제'라는 노래라고 생각하는데, 나도 노래로만 들었지 실제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근데 정말 노래의 분위기처럼 정말 아름다웠다. 그냥 거리일 줄 알았는데, 크리스마스가 다가와서 그런지 겨울 느낌이 가해져 더욱 화려해 보였다.
걷다 보니 만날 시간이 금방 다가와 개선문으로 다시 갔다. 1차에서 정말 많은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다 보니 저녁 늦은 시간이 될 때쯤 10명 남짓한 모임이 4명으로 줄었다. 마트가 문을 닫기 전에 가서 와인과 먹을 것을 사고 에펠탑이 가장 잘 보이는 '샤오이 궁'으로 갔다. 에펠탑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초겨울이라 추웠는데도 불구하고 에펠탑을 보면서 와인을 먹으니 몸에 열도 오르면서 더욱 낭만에 젖어갔다.
에펠탑을 보면서 모임에 있던 한 사람이 새벽 1시부터는 '화이트 에펠탑'을 볼 수 있다고 했다. 뭐 좀 기다려보면 알겠지 하는 생각으로 담소를 나누다 보니 금방 새벽 1시가 되었다. 그러자 에펠탑은 소등하고, 매 시 정각부터 5분 동안 에펠탑에 반짝이만 켜져 일명 '화이트 에펠탑'을 볼 수 있었다. 사실 소등되지 않은 에펠탑이 훨씬 아름답지만, 새벽에만 볼 수 있는 에펠탑이라서 그런지 충분히 볼 가치는 있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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