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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해외)

외롭고 힘들지만 괜찮아

by 메르쿠리오 2020. 6. 22.

유럽 여행 - 26일 차 ; 프랑스

 

 나는 놀이공원을 정말 좋아한다. 롯데월드와 에버랜드만 합쳐서 50번은 넘게 가서 어디에 무슨 놀이기구가 있는지는 눈감고도 갈 수 있을 정도다. 국내의 놀이기구는 거의 통달하다시피 해서 해외의 놀이기구가 너무 궁금해 유럽으로 출발하기 전 내가 가는 도시에 놀이공원이 있는지 찾아봤다. 그중에 가장 눈에 띄었던 곳이 프랑스 파리의 '디즈니랜드'다. 평소에 디즈니 만화영화도 재밌게 봤고 유럽에 유일하게 있는 디즈니랜드가 '파리'에 있다고 해서 여기를 가기로 했다.

 그러나 행복의나라 디즈니랜드에 도착하기 전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했다. 뭐 내가 정보를 잘 안 찾아보고 다닌 잘못도 있지만... 여하튼 디즈니랜드를 가려면 보통 지하철이 아닌 RER이라는 노선을 타야 하는데 이 RER 노선이 '유레일 패스' 어플에 검색이 됐다. 유레일 패스 어플에 검색이 되면 유레일 패스를 사용할 수 있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표를 따로 끊지 않고 탔다. 그런데 하필 RER을 타고 디즈니랜드를 가는 길에 검표원이 들어왔다. 나는 당당하게 유레일 패스 표를 보여줬지만, 검표원은 나를 사람이 적은 곳으로 부르더니 나보고 벌금을 내야 된다고 했다. 나는 잘 몰랐다고 표를 지금이라도 따로 구매하겠다 말했지만, 얄짤없었다. 봐주지 않고 벌금을 무려 50유로(한화 약 6만 5천 원)를 내고 표를 받았다. 안 그래도 놀이공원에 동행을 구하지 못해 외로웠는데 벌금까지 내니 가기 전부터 힘이 빠졌다. 그래도 벌금까지 냈는데 어떻게 안가, 이후로는 행복한 일만 있을 거야라고 자기 최면을 하고 있으니 디즈니랜드에 도착했다. 

흐린 날,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엄청 많았다. 아마 나처럼 여행자들이 대부분이겠지.

 그래도 워낙 성격 자체가 낙천을 넘어서 낙관적이다 보니 디즈니랜드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기분은 싹 풀렸다. 작은 건물 안으로 들어갔는데 마치 주토피아 속으로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였다.

들어오자마자 행복해지는 '디즈니랜드' 파리. 바로 군것질을 하고 싶었지만 50유로가 너무 커서 정말 아끼고 또 아꼈다.

 사실 디즈니랜드의 놀이기구는 큰 기대를 하진 않았다. 애초에 디즈니 자체가 어린이들을 위한(물론 어른들도 크게 감동받을만한 작품이 많다.) 플랫폼이 많아 놀이기구도 무섭지 않겠지라고 생각하고 타러 갔다. 

 우리나라는 모르겠는데, 외국 놀이공원은 '싱글 라이더'라고 해서 혼자 놀이공원에 온 사람은 빠른 대기줄에 서서 빠르게 탈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 덕분에 몇몇 놀이기구는 빠르게 탑승할 수 있었다. 제일 먼저 타러 간 놀이기구는 '할리우드 타워 호텔'인데, 1900년대 할리우드 호텔에서 귀신을 목격했다는 이야기를 배경으로 만든 것 같다. 이 놀이기구는 호텔 엘리베이터를 롯데월드의 번지드롭처럼 귀신이 장난치면서 위층, 지하, 꼭대기층 이런 식으로 엘리베이터가 위아래로 왔다 갔다 하면서 스릴을 느낄 수 있는 놀이기구였다.

우측의 엘리베이터로 들어가면 놀이기구가 시작된다. 나중엔 옥상위까지 올라가 밖의 사람들도 볼 수 있다.

 디즈니랜드 첫 놀이기구였는데 생각보다 무서웠다. 덕분에 다른 놀이기구들을 긴장하지 않고 탈 수 있었다. 놀이기구도 놀이기구지만, 내가 좋아하는 디즈니 작품들이 많이 보여서 좋았다. 특히 '몬스터 주식회사'(디즈니와 픽사의 합작이다.)는 집에 비디오가 있었어서 수도 없이 봤는데 그 캐릭터들도 비치해놔서 너무 좋았다.

인간과 몬스터들을 연결해주는 방과 몬스터 주식회사의 직원들. 저 버튼을 누르고 문을 열면 꼭 우리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밖에 '토이스토리'의 버즈, 월-E 등 대부분 다 알법한 캐릭터들도 많아서 놀이기구를 타지 않고 그냥 구경하는 것도 너무 재밌었다.

토이스토리의 핵심 인물인 '버즈'와 쓰레기장으로 변한 지구를 치우는 월-E(인간이 미안해...).

 구경할 게 워낙 많다 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훌쩍 갔다. 4시쯤 돼서 밥을 먹어야겠다 했지만 돈을 생각하니 또 비싼 건 먹을 수 없었다. 그래서 밥집이 아닌 빵집으로 가 도넛 2개를 사서 점심 겸 저녁이라 생각하고 버티기로 했다. 사실 디즈니랜드에 오래 있을 생각은 없었는데, 동생이 디즈니랜드를 가면 불꽃놀이를 꼭 보고 와야 한다고 했다. 불꽃놀이는 6시에 시작하는데, 버틸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빵집에 충전기가 있어서 도넛을 시켜놓고 휴대폰을 충전하면서 실내에 있다 보니 몸도 좀 따뜻해지고 기운이 났다. 5시 반쯤 나오니 사람들도 불꽃놀이를 보려고 슬슬 준비하는 것 같았다.

밤이 되니 더 아름다운 디즈니랜드를 보고 결국 불꽃놀이를 보고 가기로 정했다.

 불꽃놀이를 기다리면서 재밌었던 점이 유럽은 대부분 자기 나라의 언어를 사용해 '20분 남았습니다'를 영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불어 등으로 설명하고 나면 바로 '15분 남았습니다', '10분 남았습니다' 이런 식으로 언어가 너무 많아 각 언어로만 안내해주는데도 5분씩 지나가 안내방송만 듣다 보니 20분이 훌쩍 가버렸다.

불꽃놀이를 준비하는 '디즈니 성'. 오프닝부터 강렬하면서도 감동적이였다.

 이번 불꽃놀이 테마는 '겨울왕국'이었다. 군대 가기 전 겨울왕국을 정말 좋아해서 극장에서만 3번을 봤었기 때문에 더 반가웠다. 거기다 디즈니 성에 맞춰서 변경된 씬들이 많아 눈과 귀 둘 다 호강하느라 혼을 쏙 빼놓고 봤다.

올라프 쿠키 영상. 'Love is open door' 버전은 불어로 불렀지만 가사를 외우다시피 해 보는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Let it go'의 하이라이트 부분. 엘사의 렛잇고 부분마다 폭죽이 터질 땐 정말 전율이 흘렀다.

겨울왕국 영상이 끝나고 마지막 피날레 폭죽이 터졌다. 정말 너무 감동해서 눈물이 다 났다. 디즈니랜드 오는 길부터 해서 저녁까지 도넛 2개 먹고 정말 힘들게 버텼던 것들이 다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불꽃놀이 피날레. 사진을 너무 못찍어서 꼭 화제현장같다...

 집으로 돌아갈 때 잊지 않고 RER티켓을 구매했다. 그러나 이번엔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검표원이 타지 않아 티켓 검사를 안 했다. 뭐 여행에선 안전이 최고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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