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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해외)

유럽의 정상으로

by 메르쿠리오 2020. 6. 12.

유럽 여행 - 21일 차 ; 스위스

 

 스위스 인터라켄에 오면 반드시 들려야 하는 곳이 있다. 그건 바로 유럽의 정상이라고 불리는 융프라우 산의 꼭대기인 '융프라우요흐'다. 정상은 4천 미터가 넘어가 고산병에 대한 문제도 생길 수 있었다. 하지만 마테호른이 있는 '고르너그라트'의 정상도 3천 미터는 넘었지만 고산병은 발발하지 않았던 걸 보니 없다고 생각해 별 다른 약은 챙기지 않고 올라가기로 했다.

 그날 같이 간다는 한국분이 계셔서 같이 올라갔다. 여기도 역시나 고르너그라트와 비슷한 가격으로 날 반겼다.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던건, 한국어로 된 융프라우요흐 여권을 줬다. 한국인이 얼마나 많이 오면 기념 여권이 한국어로까지 제작될까 새삼 놀라웠다.

약 15만원짜리 융프라우 기념여권.

 거기다 한국사람들이 워낙 많이 와서 인터넷에 나오는 컵라면 쿠폰을 프린트 해 가면 정상에서 무료로 컵라면도 먹을 수 있었다. 

 정상까지 올라가는 기차에 타서 풍경을 보는데, 정말 코너를 돌 때 마다 감탄했다. 특히 초반에 폭포를 볼 수 있는데, 이게 정말 장관이었다. 하필 그때 휴대폰으로 딴짓을 해 사진이나 영상을 찍지 못했다. 

 중반으로 올라갈수록 색이 하얀색으로 지워지기 시작했다. 2천미터쯤 지났을 때 한 구간을 트레킹 하기로 했다.

고도에 따라 점점 눈이 쌓이기 시작하는 2천미터 지점. 여기서 부터 200미터정도 등반하기로 했다.

 기차에 있는 대부분 사람들은 지금 시기가 트레킹하기 좋지 않은 걸 아는지 우리 포함 7명밖에 내리지 않았다. 내려서 기찻길을 따라가려는데 정말 눈이 너무 많이 쌓여있어서 걷기에 정말 최악이었다. 발이 푹푹 빠져서 신발에 눈이 다 들어가고 바람도 너무 쌔서 앞으로 걷기가 너무 힘들었다. 200미터 올라가는 건데 거의 40~50분은 걸렸던 것 같다. 우리가 힘들어하는 걸 아는지 앞에 가있던 유럽 애들이 우리가 잘 따라오고 있는지 몇 번씩 뒤를 돌아봤다.

 걸어가다 뒤를 돌아보니, 꼭 다른 행성에 와 있는 것 같았다. 역시 고생을 해야 아름다운 뷰를 볼 수 있는가보다.(아니면 힘들어서 아름답게 보이는 걸 수도...)

추운 행성이 있다면 딱 이런느낌이지 않을 까 싶었던 '융프라우'. 걸어서 다음 역까지 올라가는 길은 정말 힘들었다. 

 중간에 열차 하나를 보내고 그 다음껄 타서 정상까지 올라갔다. 3천 미터를 넘어가면 터널로 들어가 정상에 도착할 때까지 뷰를 못 보는 게 조금 아쉽긴 했다. 

 역에서 내리자마자 컵라면부터 받으러 갔다. 아까 등반하는 동안 안그래도 수족냉증이 있는데 손발이 얼어붙어 녹일 것이 필요했다. 컵라면을 먹고 있는데 어제 저녁밥을 같이 먹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래서 7시쯤 저녁을 또 같이 먹자고 약속을 했다.

유럽의 꼭대기에서 먹는 라면은 정말 신의 한수였다.

 정상에 있는 건물 내부는 엄청 컸다. 지도를 보니 가볼 곳이 꽤 많았다. 얼음궁전을 지나가면 밖으로 나갈 수 있어서 얼음궁전쪽으로 갔다. 내부가 정말 얼음만으로 데코레이션을 해 신기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냉동창고에 있는 것처럼 추웠다.

얼음왕국에서 볼 수 있는 '유럽의 정상'.

 얼음궁전을 지나 밖으로 나갔는데, 정말 블리자드를 눈앞에서 볼 수 있었다. 고르너그라트에서 본 것보다 심했다. 거의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시야를 가렸다. 스위스 사람들도 그걸 아는지 밖으로 나가는 길에 줄이 설치되어 있어 이 줄을 잡지 않으면 도저히 올라갈 수 없을 것 같았다.

줄을 잡고 건물 밖으로 50미터도 안나간 것 같은데 왼쪽 상단처럼 앞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인증샷을 찍고 싶었지만 사진도 담기지 않고 휴대폰도 떨어질 것 같아 포기하고 금방 내려갔다. 융프라우 기념 여권이 있으니 이걸로 증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좀 더 둘러보다가 내려가기로 했다. 내려가는 기차를 타려고 하는데 옆에서 고산병이 크게 걸리신 것처럼 숨을 거의 쉬지 못하고 계셨다. 다행히 옆에 간호하시는 분이 부축을 해서 내려갔다. 사실 말로만 들었던 고산병인데, 옆에서 지켜보니 무서웠다. 다행히 내려갈 때까지 딱히 그런 증상은 없어서 아무 탈 없이 내려갔다.

 인터라켄으로 내려와서 보니 스키를 타는 사람이 정말 많았다. 하긴 나도 스키를 탈 줄만 알면 여기서 스키타는 것만큼 재밌는 게 있을까 싶다. 이런 환상적인 자연을 타면서 내려오는 것을 언젠간 스키를 배워 다시 오지 않을까 생각하며 장을 보러 갔다.

스위스보다 스키타기 좋은 곳이 있을까. 하지만 스키를 초급반에서만 놀았던 나는 꿈을 미룰 수 밖에 없었다.

 기차가 편도로만 약 1시간이 걸리다보니 장을 보고 나왔을 때 슬슬 해가 저물기 시작했다. 밥을 얻어먹는 거였기 때문에 고기를 푸짐하게 샀다. 그나마 다행인 건 스위스가 요리 재료는 그렇게 비싸진 않았다. 적당량을 사서 숙소에 돌아온 후 샤워를 하고 키친으로 가 요리 준비를 했다. 마침 세팅이 끝날 때 오셔서 각자 요리를 해 밥을 먹었다. 밥에 고기반찬만 해도 감지덕지인데, 깍두기까지... 아무리 양식 중식 일식 다 맛있어도 한식이 최고인 것 같다.

정말 이 분들을 이때 만나지 못했으면 힘들었을 것 같다. 중간중간 한식은 필수로 먹어줘야 에너지가 솓는 느낌.

 밥먹으면서 다음엔 어디로 가는지 물어봤는데, 아쉽게도 가는 방향이 달랐다. 나는 루체른을 거쳐 프랑스로 가지만, 이분들은 파리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했기 때문에 이탈리아 쪽으로 내려간다고 했다. 

 밥을 다 먹고 설거지까지 마친 후에 감사인사를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잠깐 산책좀 할까 했지만, 인터라켄도 워낙 시골이어서 창밖으로 봤을 때 어두컴컴해 휴식을 취하다 내일을 준비하러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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