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 - 17일 차 ; 헝가리
유럽에 가면 꼭 가보고 싶었던 도시들이 있었다. '콜로세움'이 있는 이탈리아 로마, '에펠탑'이 있는 프랑스 파리 등... 그중에 한 곳이 헝가리 '부다페스트'였다. 대표 랜드마크로는 국회의사당이 있는데, 사실 나라라면 국회의사당이 없는 곳이 없겠지만, 부다페스트의 국회의사당은 매우 특별하다고 했다. 사람들이 이나라는 국회의사당으로 돈을 벌 정도라고 해 찾아보니 야경 하나만으로 헝가리를 찾는 관광객들이 매우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도 국회의사당 야경 사진을 보고 반드시 루트에 넣은 곳이라 상대적으로 관심이 없었던 오스트리아를 중간다리로 넣게 된 것이였고, 드디어 오늘 오스트리아에서 헝가리로 넘어가는 날이었다.
비엔나에서 헝가리 '부다페스트'까지는 기차로 3시간 반 정도 걸린 것 같다. 동유럽은 대부분 유로가 아닌 자기 화폐를 사용해 부다페스트 역시 환전을 해야 했다. 그런데 환전하기엔 유로가 넉넉치 않을 것 같아서 처음으로 해외인출을 했다. 수수료 비교도 하지 않고 그냥 내가 쓰는 카드로 인출을 했더니 한화로 약 5만 원을 뽑았는데 수수료로 9천 원이 나갔던 걸로 기억한다.
눈물을 머금고 숙소로 가 체크인을 했다. 아파트 형식의 호스텔이었는데, 6인실을 주는데 신기하게도 방이 3개였다. 그런데 운이 좋은 건지 6인실 숙소에 아무도 체크인을 하지 않아 혼자서 사용했다. 거기다 숙소 내에서 탭 워터(수돗물)를 마셔도 된다고 해 오랜만에 생수병 없이 물을 마셨다.
짐을 대충 풀어두고 나와 시내를 구경했다. 근데 야경만 보고 와서 그런지 기대보다 낮에 딱히 할 게 없었다. 날도 흐렸고 도시 느낌도 뭔가 어두운 느낌이었다. 그래서 차라리 이럴 때는 성당을 보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해 눈에 보이는 성당으로 들어갔다.
시간을 보니 밥시간을 벌써 넘겼다. 그래서 그냥 구경하다 말고 밥을 먹으러 찾아다녔다. 레스토랑 내부에 되게 젠틀해 보이는 할아버지가 서버를 맡고 계셨는데 장인 포스가 나서 바로 들어갔다. 혼자 왔는데도 서비스가 매우 훌륭하셨다. 가볍게 먹고 싶어서 파스타를 주문했는데, 헝가리에 처음 왔냐고 물어보셨다. 그래서 처음이라고 하니까 와인 종류를 추천해주셨는데, 헝가리산 와인인 '토카이'를 여기 왔으면 꼭 먹어봐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와인도 같이 시켜서 먹었다. 와인 맛을 잘 모르긴 하지만, 이 와인은 그냥 맛있는 맛이었다. 거기다 도수도 생각보다 쌨다. 찾아보니 12~13도 수준을 왔다 갔다 하는 와인이었다.
다 먹고 계산하려고 했는데, 여기는 팁이 있었다. 근데 서비스가 너무 훌륭해서 팁을 주는데 거부감은 없었다. 보통은 서유럽보단 동유럽에서 팁을 더 많이 요구하긴 했다.
나와서 거리를 둘러보는데 배터리가 또 얼마 남지 않아서 카페를 찾으러 다녔다. 카페에서 음료만 시켜서 먹으려고 했는데, 케이크가 생각보다 엄청 싸서 케이크도 같이 시켰다. 휴대폰을 충전한다고 거의 카페에서 한 시간 동안 멍하니 앉아있었다.
1시간 정도 멍 때리다가 나오니 갑자기 피곤이 몰려왔다. 날도 춥고 구경할 것도 별로 없어서 숙소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한 2시간 정도 잤을까, 눈떠보니 저녁 6시쯤 되었다. 초겨울에 진입해 해가 빨리지니 엄청 어두웠다. 밤이 됐으니 화려한 야경을 보러 나갔다. 근데 부다페스트의 진짜 야경은 다뉴브 강을 기점으로 '부다 왕궁'과 '국회의사당'을 보는 건데, 내 숙소와 다뉴브 강 까지는 거리가 좀 있었다. 난 그것도 모르고 시내를 둘러보면서 '야경이 뭐가 멋있다는 거지, 국회의사당은 어디 있길래...'라는 말을 중얼거리면서 강 쪽으로 갔다. 강 앞의 건물에서 커브를 돈 순간 '부다 왕궁'을 보며 '아, 이거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났다. 아직 유럽여행을 절반밖에 하지 않았지만, 여기가 왜 야경으로 탑에 손꼽는지는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심지어 부다 왕궁을 보는 순간에 비인지 눈인지 모를 것이 내리기 시작했다. 춥기도 했는데 분위기에 취해 뭔가에 홀린 것처럼 부다 왕궁으로 가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다리를 건너가고 있는데, 한국 사람을 만났다. 그분도 마침 '부다'쪽으로 간다고 해서 같이 가게 되었다. 알고 보니 '부다페스트'라는 이름은 '부다'와 '페스트'라는 지역이 합쳐져서 '부다페스트'라고 불린다고 했다. 당연히 '부다 왕궁'이 있는 곳이 부다 방면이다.
부다 쪽으로 다리를 건너왔는데, 눈 앞으로 전망대를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은 길이 바로 보였다. 그래서 부다 왕궁을 가기 전에 언덕부터 올라가기로 했다.
언덕에 올라가서 보니 '페스트'의 전경이 한눈에 보였다. 우리가 금방 건너왔던 다리마저도 엄청 화려해 보였다. 부다페스트의 야경은 랜드마크 주변의 불빛을 어둡게 해 그 랜드마크만 돋보일 수 있게 해 야경이 더 아름다워 보인 것 같았다.
언덕 바깥쪽 구경을 마치고 안쪽으로 들어가니 여러 동상들도 있었다. 동상 포즈를 따라 하면서 인증샷도 찍고 언덕을 통해 '부다 왕궁'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가까이서 보는 부다 왕궁도 멋있었다. 부다 왕궁에서 신나게 사진을 찍다 보니 저녁 8시가 넘었다. 그래서 밥을 먹으러 내려가기로 했다.
동행분이 가는 대로 따라갔는데 아들과 어머니가 같이 하는 가정식 집이었다. 에피타이저부터 메인디쉬, 디저트까지 순서대로 음식을 줬는데 맛도 꽤 괜찮았다. 여기서 헝가리식 '굴라쉬'를 먹어봤는데, 오스트리아의 굴라쉬와는 다르게 묽고 연했다. 자극적이지 않은 육개장 같은 맛이었다.
다 먹으니 저녁 9시 반쯤 됐다. 같이 만났던 동행은 슬슬 숙소로 돌아가 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나는 뭔가 아쉬워서 더 남아서 야경을 보러 다시 나갔다. 밥 먹으러 '페스트'지구로 다시 넘어왔었는데, '국회의사당'을 제대로 보지 못해 다시 '부다'지구로 넘어갔다.
부다 왕궁 쪽에서 페스트 지구로 고개를 돌렸을 때, 왜 국회의사당이 베스트에 꼽히는지 알 수 있었다. 강 위에 있는 신기루 같았다. 실제로 존재하는 것 같은 느낌이 아니었다.
멀리서 구경하니 부다 왕궁처럼 가까이서도 보고 싶었다. 그래서 다시 강을 건너가서 보기로 했다. 가까이서 보는 것도 화려했다. 진짜 황금으로 지은 건물 같았다. 사람도 보이지 않아 꼭 내 집인 것처럼 망상도 해보았다.
구경을 너무 열심히 했더니 11시 반이 넘은 시각이었다. 아쉽지만 화려함에 정신이 팔려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고 생각해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다행히 체크인하는 사람이 없어서 혼자서 편하게 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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