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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해외)

엽서의 한 장면

by 메르쿠리오 2020. 5. 27.

유럽 여행 - 14일 차 ; 오스트리아

 

 독일에서 잘츠부르크를 넘어갈 때 정보를 찾다가 꼭 가고 싶은 곳이 있었다. 바로 '할슈타트'라는 마을인데, 일명 '호수 마을'로 불리는 곳이었다. 어제 같이 가기로 한 분이랑 오늘 아침 일찍 역 앞에서 만났다. 가는 길이 여간 복잡한 게 아니었는데, 버스를 타고 한 시간 반 정도 간 후 기차로 갈아타고 마지막엔 호수를 건너 마을로 들어가야 했다. 가는데 소요 시간만 거의 2시간 반이 걸린 것 같은데, 호수를 건너는 순간부터 안 왔으면 후회할 뻔했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호수 주변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호수를 건너면서 마을을 볼 때는 정말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이라는 단어밖에는 생각이 나지 않았다.

호수를 건너 할슈타트를 입장하면서 보이는 광경들. 마을도 마을이지만 주변을 둘러싼 산과 안개가 정말 환상적이였다.

 호수를 건너 들어온 마을은 디즈니 동화속 어느 장면이라고 해도 믿을 수준이었다. 가장 먼저 마을을 한눈에 보기 위해 위로 올라갔다. 할슈타트를 아침 일찍 가야 된다고 다들 말했는데, 그 이유를 와 보니 알 수 있었다. 안개가 자욱하게 낀 할슈타트의 전경을 보니 살면서 본 것 중에 정말 잊을 수 없는 장관이었다.

이 곳도 베네치아처럼 구구절절 섦여하는 것 보다 사진으로 보는 게 빠르다.

  너무 위로 올라갔는지 주차장이 나와 당황해하면서 내려갔다.(이 마을에서도 차를 타고 다니는 것이 신기하긴 했다.) 한 칸마다 내려가서 사진 포인트를 잡는데, 사진을 찍는 족족 엽서에서나 볼 법한 마을 사진이 나왔다. 거기다 마을이 호수를 둘러싼 느낌이라 중앙에서 사진을 찍는 것보단 측면에서 마을을 보이게 사진을 찍는 것이 더 잘 나왔다.

작게 인쇄해 엽서로 쓰고싶었던 베스트 샷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호수 마을'이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사진이다.

 이곳은 이미 겨울이 찾아왔는지, 가는 길목엔 눈이 적당히 쌓여 있었다. 그 마저도 낭만적이어서 추위를 심하게 타는데도 불구하고 마냥 좋았다. 

마을 뒤편을 보면 눈이 쌓인 아름다운 산을 볼 수 있다. 마치 겨울왕국에서 안나가 엘사를 보러 갈 때 올라가는 산 같은 느낌이었다.

 계속해서 올라가 보니 주차장보다 더 높은 곳에 마을의 전경을 볼 수 있는 스카이라인이 설치되어 있었다. 짧긴 했지만, 이미 우리가 올라갔을 때는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어서 기다려야 했다. 밑이 뚫려있어 어느 정도 스릴감은 있었지만, 할슈타트의 매력을 느끼기엔 전망대보다 마을 안에서 바라보는 것이 더 낭만적이라고 생각이 든다.

스카이라인 끝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기다리는 관광객들. 날이 흐려서 그런지 몰라도 뷰는 마을에서 보는게 훨씬 괜찮았다.

 산 위로 올라오면서 이 숲은 색을 잃어버린 줄 알았는데, 케이블카를 타는 곳(어떤 용도의 케이블카인지는 모른다.)에서 아직 가을 느낌이 나는 나무들을 볼 수 있었다. 신기하게도 색이 없는 부분과의 경계가 뚜렷해 더 아름다워 보였다.

곧 눈으로 뒤덮혀질 알록달록한 산과 들판.

 정말 하룻밤을 묵고 싶었지만, 내일은 오스트리아의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야 했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그래서 레스토랑을 찾아 빠르게 밥을 먹고 다시 잘츠부르크로 돌아가기로 했다. 마을에서 한 레스토랑을 찾아 들어갔는데 가격이 얼탱이가 없었다. 베네치아보다 비싼 곳을 여기서 처음 발견했다. 피자 양도 혼자서 먹을 수준인데 20유로(당시 한화로 약 2만 5천 원)씩이나 받았다. 돈도 아끼는 게 좋다고 생각해 두 명이서 한 판을 나눠먹었는데 솔직히 간에 기별이나 갔을지 모를 정도였다.

특별함이라곤 단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가격만 후려치는 피자. 맛도 그냥 그대로 보이는 피자 맛이다.

 피자를 먹고 난 뒤 호수를 건너 다시 기찻길로 갔는데, 맙소사... 우리가 타려고 한 시간대의 기차가 출발을 해버렸다고 했다. 할슈타트의 기차 간격은 2시간이어서 그냥 쌩으로 2시간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기차 대기실에는 우리와 비슷하게 기차를 못 탄 사람들로 이미 꽉 차 있어서 서서 기다리던지 밖으로 나가던지 해야 했다. 밖에 잠깐 있었으나 춥기도 춥고 이미 호수 밖으로 나온 상태라 할 것도 마땅치 않았다. 그렇게 결국 2시간을 어찌어찌 버텨 돌아갔다. 분명 할슈타트에서 3시 반에 출발을 했지만, 잘츠부르크에 도착했을 때는 5시간이 지난 8시 반쯤이나 돼서야 도착했다. 너무 춥고 피곤한 상태여서 같이 갔던 분과 바로 헤어진 후 저녁도 먹지 않고 숙소로 들어가서 내일을 기약했다.

 


이 블로그에 있는 모든 사진은 제가 직접 여행지 가서 찍은 것입니다. 사진을 이용하시는 경우 출처를 반드시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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