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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해외)

이제 합석은 익숙해

by 메르쿠리오 2020. 5. 22.

유럽여행 - 11일 차 ; 독일

 

 오늘도 유레일 패스를 사용하기로 했다. 워낙 뮌헨이 할 게 없다는 말을 많이 듣기도 했고, 딱히 찾아봤을 때 끌리는 곳도 없었다. 그리고 뮌헨은 독일뿐만 아니라 유럽에서의 교통 허브라고 불리기도 해 기차를 통해 여러 근교로 나갈 수 있었다. 그래서 뮌헨의 근교 중 하나인 뉘른베르크를 가기로 했다. 

 사실 뉘른베르크도 화려한 랜드마크들이 있어서 간 것은 아니였다. 독일 자체를 재미가 없다는 이유로 건너뛰는 사람들이 많았고 나 또한 독일에 대한 흥미는 없었지만, 내 모든 도시 이동은 육로 이동이었기 때문에 내 루트대로 가려면 독일은 반드시 거쳐서 가야 했다. 거기에 뉘른베르크가 독일 중에서도 소시지로 유명한 곳이라고 해 독일의 상징 중 하나인 소시지를 맛보기 위해(오직 이 이유였다.) 기차를 타고 넘어갔다.

 어제부터 계속 날이 흐려 뉘른베르크에 도착했는데도 큰 감흥 없이 돌아다녔다. 여행에서 날씨는 무척 중요하다고 느낀 순간이였다. 유럽은 굳이 베네치아가 아니어도 운하를 끼고 있는 도시들이 많아 매력은 있었다. 뉘른베르크도 운하를 낀 도시 중 하나였던 것 같다.

도시를 가르지르는 강과 운하들이 많았던 뮌헨의 근교인 '뉘른베르크'. 도시 분위기 자체는 괜찮았던 것 같다.

 돌아다니다 딱히 할 것도 없어 일찍 밥부터 먹기로 했다. 인터넷을 통해 괜찮아 보이는 곳 한 곳을 찾아서 갔는데, 외관부터 매력적이였다. 굴뚝집이었는데 소세지를 엄청 굽는지 굴뚝 위로 연기가 쉬지를 않았다. 들어가려고 보니 이미 만석이여서 조금 기다려 보기로 했다. 얼마 기다리지 않아 자리를 배정받았다. 소세지 양에 따라 가격이 달랐고 가장 많은 양의 소세지를 시켰다.

 주문을 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내 맞은편으로 중년부부가 합석을 했다. 이 가게가 워낙 사람이 많아서 합석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어제 호프브로이부터 합석을 하는게 얘네 문화인지, 이제는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워낙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어서 합석을 했지만 한마디도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뉘른베르크에서 시킨 소세지와 맥주. 독일 음식은 대체적으로 짜 맥주는 필수이다.

 다행히 적막을 깨줄 주문한 음식이 나왔고 소세지를 먹기 시작했다. 중년부부 음식도 머지않아 나와 합석 테이블에서 나 혼자 음식을 먹는 민망한 상황은 다행히도 연출되지 않았다. 음식이 입에 들어가니 대화가 시작됐다. 여자분이 먼저 나에게 말을 걸어주었는데, 어디서 왔냐 해서 한국에서 왔다고 했다. 그러더니 엄청 좋아하면서 자기 아들이 한국 사람이랑 결혼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가 아는 한국 문화에 대해 얘기도 하고 김치도 좋아한다면서 이야기의 꽃을 피웠다.

 반대로 독일은 어떠냐고 물었는데, 딱히 할 말이 없어서 맥주가 맛있다고 했다(...) 여튼 그렇게 여자분과 계속 얘기를 해 나갔는데, 남자분은 딱히 내가 한국사람이라는 거에 크게 관심이 없었는지 소세지만 계속 드시고 계셨다. 그러다가 갑자기 얘기하는 중간에 나보고 와사비를 좋아하냐고 물었다. 나는 머스터드를 찍어서 소세지를 먹고 있었는데, 그분은 요즘 독일 사람들은 소세지에 와사비를 올려 먹는다면서 나에게 와사비를 권했다. 별생각 없이 와사비를 올려 먹었는데, 진짜 맛있었다. 기름진 소세지의 느끼한 맛을 잡아준다고 해야 하나, 여하튼 확실한 건 조합은 되게 괜찮았다.

 다 먹고 난 뒤에 중년부부에게 인사를 하고 먼저 자리를 떠났다. 뉘른베르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고 해서 올라가기로 했다. 전망은 눈으로 봤을 땐 그래도 괜찮았는데 날이 흐려서 사진을 찍어보니 별로였다.

뉘른베르크 언덕에서 본 도시의 전경. 건물들은 이뻤지만 날이 흐려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슬슬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아 카페를 찾아 나서기로 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유럽은 구석구석이 정말 이쁜것 같다. 굳이 랜드마크를 찾으러 다니지 않고 걷기만 해도 보는 맛이 있었다.

운하 사이로 보이는 집들과 이름모를 성당 입구. 사진에 있는 성당 입구는 천국문보다 지옥문처럼 생겨서 저 성당은 좀 무서웠다.

 아무생각없이 걷다가 눈앞에 보이는 카페를 발견했다. 휴대폰 충전이 가능한 것을 확인한 후, 주문을 했는데 가격이 정말 착했다. 카푸치노와 치즈케이크를 시켰는데 그때 당시 3.6유로(한화 약 4500원) 정도밖에 하지 않았다. 아쉬운 점은 유럽 대부분의 카페들은 에스프레소 샷이 들어간 것 중에는 아이스로 된 메뉴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가격은 대부분 1~2유로밖에 하지 않아 카페인이 필요하다면 싸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카페에서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는 모자와 내가 주문한 케이크와 카푸치노. 가격도 저렴한데 맛도 일품이였다.

 카페에서 휴식을 취하며 충전을 어느정도 마친 후에 다시 밖으로 나갔다. 확실히 유럽은 '성당 투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주변에 성당이 많이 보였다. 한 성당을 지나칠 때, 마침 많은 구름 사이로 해가 비쳤다. 그때의 그 성당 모습이 마치 성당 안으로 들어가면 구원을 받는다는 느낌을 주었다. 생각 외로 성당 내부는 크게 관심이 갈만한 것은 없어서 금방 다시나왔다. 슬슬 뮌헨으로 돌아갈 때가 된 것 같아 기차역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가는 길에 한 상점에서 큰 크리스마스 용품들을 팔고 있었다. 처음에는 이게 유럽의 유명한 '크리스마스 마켓'인 줄 알았지만, 그냥 큰 상점이었다.

햇빛을 받는 성당과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착각했던 상점. 유럽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거리에 수 km로 늘어진 노상점들을 일컫는다.

 소품들이 이쁜 게 너무 많아 사고 싶었지만, 역시나 여행 초기라 예산이 감이 잡히지 않아서 포기하고 돌아섰다. 메인 광장으로 나서니 한국말로 된 노상점도 있었다. 거기다 공중 화장실이 한가운데에 있어서 되게 특이했다. 유럽 여행을 하면 짜증 난다고 느끼는 것 중 하나가 대부분 화장실 이용에 돈을 받는다는 것이다. 심지어 기차역에서도 돈을 내야만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무료화장실을 찾는 것이 어렵다. 다행히 카페는 음료를 주문해서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유료화장실을 이용하진 않았다.

한국어로 된 노점상과 공중화장실. 화장실 한 번 가는데 1유로다. 유럽은 물가도 비싸면서 너무 치사하다...

 뉘른베르크 구경을 마치고 뮌헨으로 넘어갔다. 오늘도 맥주를 빠질 수 없다고 생각해 저녁식사를 같이할 동행분을 만나게 되었다. 동행분이 독일의 족발이라고 불리는 '슈바인 학센'을 먹어봤냐고 했다. 먹어본 건 소세지랑 맥주밖에 없다고 하니까 학센 집을 알아놓은 곳이 있다고 해서 그쪽으로 갔다. 

 호프브로이에 비해 이 가게는 널널해서(호프브로이가 말도 안 되게 사람이 많은 것이다.) 바로 자리에 앉아 주문을 했다. 학센과 맥주를 시켰는데, 맛은 괜찮았지만 독일 음식이라 그런지 정말 짰다. 오늘은 맥주를 좀 조절해서 먹을 생각이었는데 너무 짜서 또 본의 아니게 맥주를 달리게 되었다.

독일의 대표 음식인 '슈바인 학센'.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일명 '겉바속촉'이였다. 

 식사가 끝나고 숙소로 돌아가려는데, 어디 쪽이냐고 해서 내가 묵고 있는 숙소를 알려주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같은 숙소여서 숙소까지 같이 갔다. 숙소 밑에 바가 있었는데, 거기서 한잔 더 하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 바에 가보니 은근히 한국사람들이 몇몇 보였다. 숙소 안에 바가 있어서 끝까지 안전하고 편하게 맥주를 즐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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