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 - 12일 차 ; 독일
뮌헨 여행은 아예 포기하고 이번에도 근교로 나가기로 했다. 뮌헨 정보를 좀 찾아봤지만, 온통 맥주 얘기밖에 없어서 역시나 유레일패스를 꺼내 들었다. 거기다 오늘도 날이 흐려서 다른 곳으로 가면 날이 좀 맑아지겠지 라는 희망으로 떠났다. 이번 근교는 독일의 '레겐스부르크'라는 도시를 갔다. 사실 여기는 뉘른베르크보다 더 할 게 없었던 것 같다. 도착해서 발길 따라 걷다가 배가 고파서 저렴해 보이는 간이식당으로 갔다. 소도시라서 그런지 아저씨에게 짧은 영어로 이 메뉴가 먹고 싶다고 말했는데 아얘 영어를 못 알아들으셨다. 그래서 온갖 손짓 발짓을 통해 겨우 파스타 하나를 주문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맛은 괜찮아서 손님도 없고 하니 요리사한테 따봉을 날려주고, 화장실이 어디있는지 물었다. 그런데 이것도 영어가 안 통하다 보니 민망한 바디랭귀지를 통해 화장실 위치를 물었다. 그랬더니 막 독일어로 화장실 위치를 설명해주는데 내가 못 알아들어서 잠시 고민하시더니 갑자기 영어 한 마디를 하셨다. "Bicycle, Bicycle(자전거, 자전거)"
일단 고맙다고 한 뒤에 자전거가 보이는 곳으로 갔다. 가 보니 자전거 뒤편에 공중 화장실이, 심지어 무료였다. 그래서 잘 이용한 후에 다시 걸었다.
'레겐스부르크'도 역시 운하와 강의 풍경이 아름다운 지역이였다. 날만 좋았으면 정말 아름다웠을 텐데... 왜 이때가 비수기인지 알 것 같았다.
여기선 정말 할게 너무없어서 길가다 보이는 성당들도 다 들어가 본 것 같다. 근데 사실 워낙 위대한 성당들을 이탈리아에서 많이 봐서 그런지 크게 감흥은 없었다.
결국 하염없이 걷다가 금방 다시 뮌헨으로 복귀했다. 너무 안 찾아보고 다녀서 문제였지만, 그나마 다행인 건 유레일패스 덕에 교통비는 따로 안 들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정보없이 다니면 안 되겠다 해서, 뮌헨으로 가는 기차에서 뮌헨의 정보를 다시 뒤적였다. 저번에 '호프브로이' 가는 길에 보았던 '신 시청사'에서 특정 시간마다 인형극을 한다는 정보를 찾았다. 기차를 생각보다 일찍 타 늦지 않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뮌헨에 도착한 후 신시청사로 바로 갔다. 생각보다 너무 일찍 도착했는지 아직 신 시청사에는 불이 들어오지 않은 상태였다. 야경이 아닌 주경으로 신 시청사는 처음 봤는데, 솔직히 좀 무서웠다. 마치 공포영화에나 나올 법 한 그런 폐가처럼 생겼었다. 하지만 곧바로 어두워져 신 시청사에 불이 들어오고, 말로만 듣던 인형극이 시작됐다. 근데 왜 이걸 인형극이라고 부르는지.... 그냥 인형들이 회전목마처럼 신 시청사 안의 한 건물에서 두세 바퀴 돌다가 끝나버렸다. 심지어 인형은 움직이지도 않고 회전판만 돌아갔다. '이걸 보려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구나....'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사실 내가 뮌헨에 계속 붙어있지 않고 다른 근교로 나가서 그럴수도 있지만, 정말 뮌헨에선 '호프브로이' 하나 말곤 올 이유를 크게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그 '호프브로이' 하나만으로 하루~이틀 정도는 있어도 될 가치는 있다고 생각했다.
인형극이 끝나고 배가 고파서 시청사 근처의 맛있다고 추천받은 햄버거 집을 갔다. 수제 햄버거라고 해서 먹기 불편하겠네 라는 생각을 했는데, 손으로 들고 먹을 수 있는 햄버거 집이였다. 거기다 패티가 진짜 너무 맛있어서 하나 더 시켜먹을 뻔했다.
다 먹고 숙소까지 걸어가는데, 어느 성당에서 하모니가 들렸다. 홀린듯이 따라 들어갔는데, 느낌이 초등학교 학생들이 성당에 모여 성가대 같은 걸 하는 느낌이었다. 학부모로 보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성가대의 노래가 끝날 때마다 여기저기서 박수가 나왔다. 무슨 말인지는 모르지만, 노래 자체의 분위기가 정말 성스러운 느낌을 줘서 듣다 보니 30분이나 지나가 있었다. 아마 내가 중간에 와서 끝까지 본 건지, 30분쯤 지나니 성가대도 마칠 준비를 했다. 그래도 독일의 마지막을 성가대가 아름답게 장식해 줘서 나중에 뮌헨으로 또 오게 만들어 주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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