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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해외)

디즈니 성으로

by 메르쿠리오 2020. 5. 21.

유럽여행 - 10일 차 ; 독일

 

 불편해서 깼을까, 일어나 보니 새벽  6시쯤 되었다. 밍기적거리면서 휴대폰을 좀 하다 보니 금방 방송이 나왔다. 느낌상 곧 독일의 '뮌헨'에 도착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다행히 내 캐리어와 가방은 누가 훔쳐가진 않았다. 6시 반쯤 뮌헨에 도착해 기차역에서 내렸다. 배가 고파서 간단하게 빵이나 먹어야겠다 하고 적당히 사람들이 있는 카페로 갔다. 그런데 확실히 독일이 맥주의 나라라는 것을 느낀 게, 새벽부터 아저씨 둘이 기차역에 나와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저 아저씨들이 먹고 있는 곳이 핫플레이스구나'

라는 생각으로 들어가 카푸치노랑 소금이 박힌 프레즐, 도넛을 시켰다.

빵 반죽에 소금이 들어간 것이 아니라 소금 덩어리를 빵에 박아놨다. 독일이 맥주가 왜 발달했는지 알 수 있었다.

 새벽이라 맥주 대신 카푸치노를 드링킹 하고 난 뒤 예약했던 숙소로 갔다. 역 밖으로 나왔는데, 눈이 쌓여있었다. 옆 나라로 건넜을 뿐인데 갑자기 엄청 추워졌다. 아무래도 호스텔이다 보니 얼리 체크인이 힘들어 짐만 맡기고 눈도 쌓였을 겸 독일에서 제일 가보고 싶었던 디즈니 성이 있다는 '퓌센'에 가기로 했다. 어차피 유레일 패스라서 기차를 타도 부담이 없었기 때문에 새벽에 할 것도 없어서 옷을 두껍게 입고 다시 바로 기차역으로 갔다. 

 뮌헨에서 퓌센까지는 편도로 약 2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가는 길이 내가 생각한 겨울의 분위기와 완전 일치해 창밖만 보면서 가는데도 지루하지 않았다. 

'퓌센'으로 가는 길에 보이는 독일 시골 풍경. 구름마저 엠보싱같이 푹신푹신하게 생겼다.

 창밖을 한참을 보고 있다 보니 어느덧 퓌센에 도착했다. 일명 디즈니 성이라고 불리는 '노이슈반슈타인 성'은 사람들이 하도 많이 찾으러 오는지 어렵지 않게 따라갈 수 있었다. 얼마 걷지 않아 멀리서 산 중턱에 노이슈반슈타인 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멀리서 보이는 '노이슈반슈타인 성'의 측면. 정면을 보려면 성을 넘어 다리로 가야한다.

 아래서 보니 되게 가까이 있는 느낌이어서 아무 생각 없이 걸어가기로 했다. 가는 길 중간중간에 계속 표지판이 있어서 '저 길로 따라가면 되겠구나'라는 생각으로 가고 있었는데, 중간에 마차가 있었다. 근처 현지인 같아 보이는 사람한테 물어보니 한 30분 정도 걸린다고 했다. 그래서 마차 장사를 하나보다 생각하면서 내 잔고를 확인해 보니 그냥 생각했던 대로 걸어가기로 했다.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올라가는 '마차'. 딱 봐도 비싸보여서 가격도 물어보지 않았다.

 성으로 가는 길 중간쯤 올랐을 때 포토스팟이 보였다. 보통 포토스팟이면 성이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았을 텐데, 겨울이라 관리를 안 해서 그런지 나무가 무성해 성은 잘 보이지 않았다.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나무가 중간에서 가려버렸다. 날도 좋진 않았는데 오르는 사람이 꽤 많았다.

 대충 인증샷도 몇 개 찍고 난 뒤 성을 올랐다. 디즈니 성을 정면으로 보고 싶어서 왔는데 이게 웬걸, 다리가 공사 중이라서 입장할 수 없다고 했다. 이럴 수가... 오직 그 사진을 찍기 위해 뮌헨에서 편도로 2시간씩이나 걸려서 왔는데 갈 수 없었다. 노이슈반슈타인 성 자체 관람은 가능했지만, 입장료를 보고 그냥 포기하고 내려가기로 했다. 사실 디즈니 성의 외관에 관심이 있었던 거지 내부는 관심이 없어서 돈을 아끼자는 마음에 뒤도 안 돌아보고 내려갔다.

 내려가는 길에 보니 성이 하나 더 있었다. 어차피 이왕 왔는데 저기 성이나 구경해야지 하고 저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내려가는 길에 보인 '호엔슈방가우 성'. 노이슈반슈타인 성과 다르게 색상이 독특했다.

 막상 '호엔슈방가우 성'에 오니 여기도 딱히 끌리는 것은 없었다. 그나마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의 전경을 볼 수 있어서 성을 한 바퀴 돌고 다시 내려가기로 했다.

'호엔슈방가우 성'에서 본 마을. 물론 마을이 이게 전부는 아니였지만 아담했다.

 성에서 내려가는 길에 호수가 있었다. 탁 트인 호수를 보자마자 내가 온 이유는 디즈니 성이나 호엔슈방가우 성을 보러 온 것이 아닌, 이 호수를 보러 왔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날만 따뜻했으면 여기서 카약킹이라도 하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호숫바람이 찬데도 불구하고, 호수를 따라 쭉 거닐었다. 확실히 디즈니 성을 못 봐서 실망했던 것이 여기서 다 치유되는 느낌이었다.

'호엔슈방가우 성'에서 내려오는 길에 있는 호수. 카누를 타고 가다보면 포카혼타스가 나타날 것 같다.

 호수를 걷다 보니 어느덧 점심시간이 훌쩍 넘었다. 밥을 먹기 위해 마을로 내려갔다. 기차역을 나왔을 때는 몰랐는데, 마을이 엄청 아기자기하고 동화 같았다. 딱히 끌리는 것은 없이 마을을 이리저리 구경하고 있었는데, 마침 한 레스토랑에서 점심 특선 메뉴를 판다고 광고하고 있었다. 메인 메뉴는 사슴고기였는데, 한 번도 먹어보지 않아서 궁금해 그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아마 퓌센의 시내라고 생각되는 곳. 레스토랑과 상점 등이 즐비해 있다.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 휴대폰을 맡겨 충전을 부탁했다. 혼자 왔는데 휴대폰까지 없다 보니 확실히 심심했다. 음식은 나오는데 20분 정도밖에 소요되지 않았지만 체감상 한 1시간은 기다린 것 같았다. 음식이 나와 사진을 찍어야 해서 금방 휴대폰을 다시 받았다. 사진을 찍고 사슴고기를 먹어봤는데, 생각보다는 별로였다. 되게 퍽퍽해 나중에는 맥주랑 소스가 부족할 지경이었다.

특선메뉴로 날 유혹했던 레스토랑. 하지만 사슴고기는 별로여서 이 이후로 사슴고기는 다신 찾지 않았다.

 먹고 난 뒤 다시 역으로 돌아가 기차를 탔다. 호숫바람도 많이 맞고 새벽부터 돌아다녀서 그런지 뮌헨까지 가는 기차에서 기절하듯이 잤다. 도착하니 벌써 어두컴컴한 밤인 6시였다. 독일에 왔는데 혼자 맥주를 마시기엔 너무 심심할 것 같아 유럽 전문 커뮤니티 카페에서 맥주를 마실 사람을 구했었다. 다행히 연락이 닿아 바로 만나기로 했다. 사실 내가 만나자고 했는데 약간 무책임하게 아무 장소도 정하지 않아서 만나서 정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분이 추천받으신 곳이 있다고 해 그쪽으로 가기로 정했다.

 가는 길에 몇 개 안 되는 뮌헨의 랜드마크인 '신 시청사'를 봤는데, 야경이 정말 멋있었다. 약간 밀라노의 '두오모'보다는 허름했지만 야경으로 보는 신 시청사는 두오모보다 아름다워 보였다.

뮌헨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신 시청사'. 앞은 광장이기도 해 항상 많은 사람들이 다닌다.

 신 시청사를 지나 그분이 가자고 한 술집에 도착했는데, 알고 보니 뮌헨에서 가장 유명한 곳(랜드마크 포함)이었다. 뮌헨에서 절대 빠질 수 없다는 호프집이라고 했다.

 호프집에 들어가니 사람들이 정말 미친 듯이 많았다. 홀의 중앙에선 배 나온 악단이 연주를 하고 있었다. 마치 중세시대의 술집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킬정도였다.

뮌헨에서 가장 유명한 '호프브로이'. 매일매일이 작은 옥토버페스트이며, 이 가게의 최대 수용 인원은 700명이나 된다고 한다. 

 이곳은 자리를 잡는 것도 가관이다. 자리가 보이면 일단 그냥 앉아서 주문을 하는 곳이다. 그래서 합석은 기본이고, 모르는 사람과도 금방 친해질 수 있다. 어떻게 해서 자리는 잡았는데, 주문하는 것도 일이었다. 수백 명의 주문을 계속해서 받기 때문에 직원들이 한번 불러선 잘 오지도 않았다. 겨우겨우 직원이 와 주문을 할 수 있어서 여기서 가장 유명한 맥주와 독일 소세지, 그리고 맥주와 단짝인 치킨을 시켰다. 솔직히 직원이 까먹지 않았을까 걱정했지만, 주문한 것은 잊지 않고 갖다 줬다.

직원 추천의 '레몬 흑맥주'와 안주들. 사실 독일 소세지라고 크게 특별한 것은 느끼진 못했다. 치킨은 말할 필요도 없이 우리나라가 최고다.

 안주는 그저 그랬지만, 이 '레몬 흑맥주'가 진짜였다. 1리터 잔에 가득 담아서 주는데, 맥주인데도 불구하고 탄산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 물처럼 쭉쭉 마실 수 있었다. 맥주 맛도 정말 일품이어서 동행 분과 얘기하다 보니 어느새 4잔째(4리터) 마시고 있었다. 

 정신없이 마시다 보니 옆자리에 외국인 2명이 합석을 했다. 자연스럽게 얘기를 하다 보니 외국인 친구들이 초콜릿이 들어간 샷을 시켜줬다. 초콜릿이 들어가 있는데도 샷 자체가 엄청 쌔서 더 마시다가는 훅 갈 것만 같았다. 그래서 그 친구들에게 미안함을 표시한 뒤에 원래 동행 분과 자리를 나섰다. 밖을 나오니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 자리에서 동행 분과 숙소 방향이 반대라 헤어지고 눈을 맞으며 벌벌 떨면서 숙소로 들어갔다.

 맥주를 하도 마시다 보니 숙소에 들어가자마자 체크인도 하기 전에 직원한테 화장실이 어딨냐고 물었다. 직원이 누가 봐도 급해 보이는 게 티가 났는지 웃으면서 '화장실은 저기 있어. 우리 숙소는 어디에든 화장실이 있으니까 안심해.'라는 조크를 날렸다. 시원하게 볼일을 보고 난 뒤 체크인을 하려는데, 이곳은 카드키를 받으려면 여권이 아닌 신분증이 필요했다. 그런데 한국사람들이 많이 왔는지 한국말로 '신분증 주세요.'라고 했다. 다행히 신분증이 있어서 카드키를 발급받고 숙소에 들어가자마자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고 난 뒤에 다시 씻고 그대로 취기가 올라와 잠이 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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