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 - 9일 차 ; 이탈리아
꿈같았던 베네치아를 뒤로 하고 밀라노로 가는 날이 왔다. 맘 같아선 베네치아가 너무 좋아서 며칠 더 있고 싶었지만, (패키지를 제외한) 첫 여행인 만큼 변수는 최대한 제거하기 위해 움직이기로 했다. 민박집 사장님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밀라노 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밀라노는 독일로 넘어갈 때 야간열차를 타기 위해 거쳐가는 곳이어서 숙소도 잡지 않고 쇼핑만 하다 넘어갈 생각으로 갔다.
역에 도착해서 나왔는데, 밀라노 역은 자체가 랜드마크였다. 역을 궁전수준으로 만들어 놔서 역 밖으로 나가지 않고 구경했다. 패션의 중심지답게 시작부터 엄청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캐리어를 맡기고 밖으로 나와 밥부터 먹기로 했다. 점심시간이 다가와서 걷다가 근처에 보이는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목이 말라 물 한병을 시키고 에피타이저 메뉴에 있는 브루타 치즈가 뭔가 맛있어 보여서 브루타 치즈를 달라고 했다. 그런데 가격을 보니 에피타이저인데도 불구하고 25유로나 했다. 물까지 가격을 합치면 거의 30유로였는데, 가격을 보니 도저히 메인 메뉴를 시킬 수가 없었다. 그래서 직원이 '에피타이저만 먹니?'라고 물어보길래 내가 '나 다이어트 중이야.'라고 했다.
결국 요기수준으로도 배를 채우지 못한 채 레스토랑을 나섰다. 나가다 보니 밀라노의 상징 '두오모'도 볼 수 있었다. 확실히 피렌체랑은 다른 느낌이었다. 피렌체의 두오모는 독특한 감성의 아름다움이었다면, 밀라노의 두오모는 교과서적인 아름다움이었다.
두오모를 구경하고 난 뒤 밀라노에 온 목적인 쇼핑을 하러 쇼핑거리로 갔다. 버스킹이랑 쇼 등등 쇼핑뿐만이 아니라 볼 것도 엄청 많았다. 명품거리부터 스파 브랜드까지 수 km로 상가들이 줄지어 있었다. 원래 정장을 하나 사고 싶었는데, 그 당시에 몸이 너무 말랐어서 내 몸에 맞는 사이즈가 없었다. 제일 작은 사이즈마저도 내 몸보다는 커 정장을 포기하고 스파 브랜드 쪽으로 나섰다. 여러 중저가 브랜드 중 한 곳을 찾아 아빠 옷과 내 옷을 샀다. 나랑 결제하는 직원이 나한테 어디서 왔냐고 물어봤고,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를 어떻게 발음하냐고 물어봐서 알려줬다. 직원은 곧바로 응용해서 나한테 감사 인사를 하고 나도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를 한 뒤 쇼핑거리를 나갔다.
다른 쇼핑몰도 여기저기 둘러보다 보니, 금세 어두워졌다. 슬슬 다시 움직여야 해서 두오모로 돌아왔다. 두오모 옆에 엄청 화려한 건물이 있길래 저긴 무슨 건물 일까 하고 들어가 봤다. 들어가 보니 백화점이었는데, 백화점도 무슨 궁전마냥 지어놔 여기 쇼핑객들은 정말 쇼핑할 맛 나겠다 생각했다.
야간열차는 저녁을 제공해주지 않기 때문에 저녁을 먹기 위해 밀라노에서 나름 저렴한 피자집을 찾았다. 손님이 하도 많아서 기다리는 동안 샴페인과 작은 또띠야를 제공해줬는데, 이 서비스만 봐도 장사가 왜 잘 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좌석을 안내받고 앉아서 주문한 게 나와 피자를 먹고 있는데, 직원이 사람이 너무 많아 혼자 오신 분들은 합석을 권한다고 했다. 나야 뭐 딱히 상관이 없어서 괜찮다고 했다. 맞은편에 앉으신 분은 대만 사람이었는데, 나는 태국으로 잘못 알아들어서(영어로 대만과 태국이 약간 비슷해 그 당시 구별을 하지 못했다.) 나 태국 가봤다고 말을 했다. 하지만 그 사람이 자기는 태국 사람이 아니라 대만 사람이라고 약간 불쾌한 표정을 지어 미안하다고 했다. 뭐 사실 이 이후엔 거의 얘기는 끊긴 상태로 서로 피자만 먹었다.
계산을 하려고 했는데 직원이 나보고 어디서 왔냐고 물었다. 그래서 한국에서 왔다니까 자기네 집에 레몬소주가 있다고 마셔보라고 한 잔을 건넸다. 원샷으로 마셨는데 도수가 느끼기엔 소주보다 훨씬 높았다. 직원한테 이거 정말 맛있다고 했더니 한잔 더 먹으라고 권유했다. 그런데 한잔을 더 먹으면 기차역까지 못 돌아갈까 봐 괜찮다고 하고 기차역으로 갔다.
야간열차를 타는 것에 대해 약간 로망이 있었는데, 막상 야간열차를 타보니 너무 열악했다. 6인실인데 사람도 꽉 차 뭔가 내 소지품도 도난당할까 봐 조마조마하면서 누웠다. 사실 못 씻은 게 제일 불편했지만, 야간열차라 어쩔 수 없었다. 잠이 안 와서 복도에 나가 보니 그래도 복도는 해리포터에서 열차를 타는 것 같은 느낌이 약간은 들었다.
그런데 마침 직원이 나와서 검표를 하는데, 내가 가지고 있는 표는 임시 표라서 다음 역에서 잠깐 내려 표를 새로 발급받아야 한다고 했다. 부가 설명하자면 내가 가지고 있던 기차표는 영수증이었고, 그 영수증에 번호가 있는데 그걸 티켓 창구에서 번호를 입력해 기차표를 뽑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상태로 다음 정류장에 내려서 빠르게 기차표를 다시 뽑아 여권과 함께 제출하고 다시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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