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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해외)

아이유도 뮤비찍으러 왔던 곳

by 메르쿠리오 2020. 5. 19.

유럽여행 - 8일 차 ; 이탈리아

 

 어제 민박집에서 같이 저녁을 먹던 사람들과 조식을 먹으면서 얘기를 했는데, 다들 부라노 섬은 갔다 왔다고 해서 그냥 혼자 가기로 했다. 아침을 한식으로 먹으니 뭔가 배가 엄청 든든했다. 맛있게 먹고 난 뒤에 휴대폰 충전기를 챙겨서 나갔다. 부라노 섬은 본섬에서 꽤 멀리 있다. 1시간 정도 걸리는데, 대신 수상버스 티켓으로 갈 수 있어 돈은 따로 더 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가려면 무라노 섬을 거쳐서 가야 했다.

아침에 날씨가 너무 좋아서 수상버스의 뒤쪽으로 갔다. 기본 구조는 배와 같아서 뒤에서 보면 이렇게 탁 트인 베네치아의 전망을 볼 수 있다.

 사실 무라노 섬은 관심이 별로 없었지만, 경유해서 가야 했기 때문에 조금만 둘러보기로 했다. 무라노 섬은 유리공예로 역사가 깊은 곳이라고 하는데, 추가적으로 베네치아에서 열리는 카니발에 사용되는 가면들도 여기서 제작한다고 한다. 유리공예로 유명한 만큼 유리로 만든 멋있는 작품들이 많았지만, 가격도 엄청 비쌌고 한국까지 가져갔다간 다 깨질 것 같아서 눈으로만 보기로 했다.

유리로 만든 조각상들과 베네치아 카니발에서 사용하는 가면들. 카니발 시기에 왔다면 더 재밌었을 것 같다.

 짧게 구경을 마치고 부라노 섬으로 가는 수상버스를 탔다. 작은 운하들을 넘어 바다를 달려 부라노 섬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형형색색의 집들이 반겨주었다. 왔을 때는 몰랐는데, 부라노 섬은 아이유의 노래 중 '하루 끝'의 뮤직비디오 촬영지로도 많이 알려져 있었다(군대에서 하루 끝 뮤비는 많이 봤지만 그땐 아이유만 보느라 배경에 관심이 없어서 몰랐던 것 같다.).

본섬의 통일된 건물 색상과는 확실히 다른 알록달록한 '부라노 섬'. 아이유가 뮤비를 찍은 이유는 도착하자마자 알 수 있었다.

 부라노 섬을 돌아다니는데, 정말 누군가가 만든 동화 속에 들어온 것만 같았다. 주변에 사람도 별로 없어서 아이유 하루 끝 노래도 흥얼거려봤다. 그랬더니 갑자기 아이유 뮤비에서 젤라또를 먹는 장면이 생각나 젤라또 집 가게를 찾으러 나섰다(...)

젤라또를 찾으러 가는 길에 보이는 부라노섬의 배경. 걸어다니는 것 자체가 행복이였다.

 젤라또 집을 찾아 젤라또를 먹고 베네치아에 오면 다들 찍는다는 9개의 서로 다른 집 색상을 배경으로 '9컷'을 만들기로 했다. 아무래도 혼자 가서 주변에 사진을 찍어줄 사람이 필요했는데, 마침 앞에 한 사람이 지나가서 집 앞에서 자세를 취한 다음 사진을 부탁했다. 그런데 사진을 찍는 중간에 갑자기 집주인이 튀어나와 이태리어로 막 뭐라고 했다. 미안해서 'Sorry'를 연발하고 도망치듯이 그 자리를 빠져나갔다. 집 사진을 계속 찍으면 또 혼날 것 같아 나머지 8컷은 포기해버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빗자루를 만져서 화가 났을수도 있을 것 같다.

 바로 포기하고 다시 산책 모드로 돌아갔다. 걸어 다니면서 부라노 섬이 왜 알록달록하게 집을 꾸며놨는지 찾아봤는데, 어부들이 자신의 집을 편하게 찾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래서 집의 색상을 바꾸려면 위에서 허락을 맡아야 한다고 한다. 사람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일부러 집을 형형색색으로 꾸며놓은 줄 알았는데, 삶의 방식과 연관되어서 보니 또 다른 매력에 부라노 섬이 더 아름다워 보였다.

사실 '부라노 섬'은 글로 설명하는 것 보다 사진으로 보는게 빠르다. 색상 뿐만이 아니라 꽃들로 집을 장식해 놓은 집들도 많다.

 한 바퀴를 다 돌고 슬슬 배가 고파 본섬으로 돌아갔다. 베네치아 어디든 비싼 건 다 똑같지만, 부라노 섬은 본섬보다 가격이 조금 더 쌔서 조금이라도 돈을 더 아끼기 위해 돌아갔다. 도착했더니 오후 3시가 넘어 튀김으로 대충 때우고 나왔는데, 근처에 베이커리 가게가 보여 간식을 먹기 위해 들어갔다. 귀여운 미니언즈 캐릭터도 있어서 구매했다. 

너무 귀여워서 산 쿠키. 귀여운 만큼 맛도 맛있었다.

 이제 슬슬 겨울로 넘어가는 시기여서 그런지, 베네치아의 바닷바람도 점점 차가워지고 해도 일찍 저물기 시작하고 있었다. 수상버스를 타고 가다 보니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다. 

섬 사이의 바다로 들어가고 있는 해. 베네치아라서 일상도 더 특별했다.

 휴대폰 보조배터리를 잃어버려서 베네치아의 야경은 생각도 하지 못할 줄 알았지만, 카페와 레스토랑에서 간간히 휴대폰 충전을 해 다행히 야경을 볼 수 있을 때까지 휴대폰이 버텨 주었다. 수상버스를 타면서 베네치아의 밤을 보는데, 정말 로마와 피렌체랑은 또 다른 야경이었다. 이탈리아는 도시마다 다 다른 나라의 느낌이 강할 정도로 도시마다의 매력이 정말 달랐다.

아틀란티스가 물 위에 있었다면 이런모습이지 않았을 까 생각하게 되었던 베네치아의 야경.

 숙소에 돌아와서 저녁으로 한식을 먹고 휴대폰 메일을 확인했는데 한국에서 예매했던 프랑스 파리의 '디즈니랜드' 티켓이 이메일로 날라왔다. 한국에서 예매할 때 결제가 완료되어 돈은 빠져나갔지만 예매 완료 창으로 넘어가지 않아 티켓을 받지 못해서 문의 메일을 보냈었는데, 답변이 와서 프린트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민박집 사장님한테 여기 프린트를 할 수 있는 곳이 있냐고 물었더니, 메스트레 역에는 피시방이 있다고 말해줬다.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피시방이 오후 8시 반이 되면 문을 닫는다고 했었다. 30분 정도밖에 남지 않아 잽싸게 피시방으로 뛰어갔다. 확실히 우리나라 피시방과는 많이 다른 느낌이었다.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다른 생각은 하지 못하고 프린트만 빠르게 끝낸 다음 다시 숙소로 돌아갔다.

베네치아 메스트레 역에서 들린 피시방. 컴퓨터 성능부터 좋아보이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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