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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해외)

유럽에 매료되 놓아버린 긴장의 끈

by 메르쿠리오 2020. 5. 18.

유럽여행 – 7일 차 ; 이탈리아

 

 너무나도 짧았던 피렌체를 뒤로하고 오늘 드디어 물의 도시베네치아로 떠나는 날이 되었다. 이 숙소를 묵었던 이유인 조식을 잊지 않고 먹고 난 뒤 짐을 다 싸서 체크아웃을 했다. 리셉션 직원이 나를 잊지 않고 벌써 가냐고 조심히 여행하라고 인사해줬다.

 유레일패스를 이용해 내가 예약한 숙소가 있는 ‘베네치아-메스트레’ 역으로 갔다. 메스트레 역에 도착해서 나왔는데, 잘못 내린 줄 알았다. ‘물의 도시라는 타이틀을 가진 베네치아인데 물은커녕 육지밖에 보이지 않았다.

‘물의 도시라던데..?’

라는 의문을 가지고 일단 예약한 숙소로 갔다.

 유일하게 베네치아는 한인민박을 예약했는데, 베네치아 물가가 워낙 비싸 웬만한 베네치아 호스텔보다 한인민박이 가격이 더 쌌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가격이 더 싼 한인민박으로 예약을 했는데, 한국사람이 하는 숙소를 가니 여행 일주일 동안 이렇게 마음이 편한 적이 없었다. 체크인도 한국말로 하고, 방 안내도 한국말로 받는다는 것 자체가 차이가 엄청 컸다. 거기다 아침과 저녁도 제공을 제공해주시는데 심지어 한식으로 제공해준다고 했다. 그리고 지도를 직접 그려주셨는데 베네치아가 길이 은근히 복잡해서 혹시 모르니 집으로 돌아오는 길과 약도를 그려서 주셨다. 사실 나는 구글맵을 보고 다닐 예정이어서 필요는 없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주신 거라 주머니에 넣고 있었다. 그리고 지도를 그려주시면서 ‘물의 도시’라는 타이틀을 가진 곳이 ‘베네치아-산타루시아’ 역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메스트레 역이 현지인들이 사는 집들이 있고, 산타루시아역은 보통 본섬이라고 해 완전 관광지구라서 그쪽에 사는 현지인들은 별로 없다고 했다. 농담으로 메스트레 역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맥도날드라는 말도 했다.

 한국말로 자세한 설명을 듣고 나서 짐을 대충 풀고 바로 유레일패스를 이용해 산타루시아역으로 나갔다. 기차역에 도착하자마자 물 냄새가 확 났다. 거기에 기찻길에는 갈매기가 당당하게 걸어 다니고 있었다.

기차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 갈매기. 사람 신경을 쓰지 않고 당당하게 다닌다.

 물냄새가 나는 곳을 따라 기차역을 나가자마자 입이 떡 벌어졌다. 물 위에 집들과 가게들이 있고, 사람들은 배를 타고 다녔다. 정말 ‘물의 도시’ 그 자체였다. 나중에 다시 얘기하겠지만, 관광지 순위 중 베네치아랑 라스베가스는 정말 부동의 탑 관광지라고 생각한다.

기차역을 나오자마자 보이는 베네치아의 전경. 처음 봤을 때 혼이 나간사람처럼 도시에 매력에 빠져 바라봤다.

 베네치아 본섬 내에서는 보통 버스가 아닌 수상버스를 타고 다닌다. 택시도 수상택시가 있고 노래도 불러준다는 베네치아의 상징인 '곤돌라'도 있었지만 택시와 곤돌라는 딱 봐도 비싸서 탈 생각도 하지 않았다. 수상버스 티켓을 사는데 만 24세 이하면 청소년 티켓을 저렴하게 팔아 청소년 티켓을 구매해서 버스를 탔다. 정말 베네치아에서는 버스만 타고 다녀도 재밌었다. 사실 본섬이 크진 않아서 버스를 굳이 타고 다니지 않아도 걸어 다닐 수 있지만, 베네치아에 왔으면 무조건 타고 다니는 것이 더 좋은 것 같다.

물 위로 다니는 것만 제외하면 기존 버스와 크게 다를 것이 없는 베네치아의 '수상버스'. 버스를 타고 가면서 보는 풍경은 찍으면 작품이 된다.

 무념무상으로 버스를 타고 가다가 시간을 보니 벌써 점심시간이 넘어갔다. 그래서 수상버스에서 내려 근처에 보이는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아무래도 물의 도시다 보니 해산물이 먹고 싶어서 씨푸드 파스타를 시켰다. 유럽에선 물도 돈을 받는 걸 알고 난 이후엔, 차라리 물 대신 맥주를 먹자 해서 맥주도 한 잔 시켰다. 식전 빵은 여전히 맛이 없었지만 파스타는 정말 기가 막혔다. 물의 도시답게 해산물이 정말 맛있었다. 양도 많은 파스타는 아니었지만 베네치아라 가격은 어쩔 수 없나 보다.

베네치아의 대표 해산물 요리 중 하나인 '씨푸드 파스타'. 물가는 사악했지만 맛은 환상적이였다. 참고로 식전빵은 한입먹고 맛없어서 안먹었다.

 그래도 기분 좋게 파스타를 먹고 나와 베네치아의 유일한 광장인 산마르코 광장을 가보기로 했다. 광장은 배수시설이 잘 안 돼있는지 그날 비가 오지도 않았는데 빗물이 고여있었다. 그래도 야외 레스토랑은 활발하게 운영 중이었고, 사람은 유럽의 어느 도시와 같이 북적북적였다.

빗물은 고여있었으나 사람들은 신경쓰지 않았다.

 산마르코 광장 중앙에 있는 종탑을 통해 루프탑을 올라갈 수 있었다. 그래서 위로 올라가 전망을 보니 물의 도시라는 말이 조금 더 와 닿았다. 섬 쪽으로 보면 주홍빛 건물들이 빼곡히 있었고, 바다 쪽을 바라보면 작은 섬들과 함께 성당들이 보이는 것이 정말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사방면이 다 다른 매력의 뷰포인트라 몇 바퀴를 돌면서 감상했다.

전망대에서 보기만 해도 행복해 지는 루프탑 전경. 하루종일 봐도 질리지 않을 배경이었다.

 종탑에서 내려와 다시 작은 운하들을 보러 가면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배터리가 다 됐었다. 그 당시 내 휴대폰은 분리형 배터리였기 때문에 어제 피렌체에서 충전해 놓은 배터리를 갈아 끼우려고 가방에서 찾았다. 하지만 없었다. 이럴 리가 없는데 하고 가방을 아얘 탈탈 털어서 찾았다. 10분을 여기저기 뒤져봐도 나오지 않았다.

어떻게 가야 하지... 진짜 큰일 났다’

이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주머니를 뒤져봤다. 정말 운이 좋게도 한인민박에서 준 지도가 있었다. 수상버스를 타는 곳부터 가야 했다. 그래도 버스를 타면 어디에서 내려야 하는지는 알았기 때문에 수상버스 정류장을 타는 곳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 베네치아가 정말 작은 골목길이 많아 수상버스 정류장 찾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 한 30분 정도 해메이다 겨우 버스에 몸을 실었다.

 안심하니 드디어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다. 해가 살짝 저물어가고 있었는데, 그 노을에 젖은 베네치아가 또 그렇게 이뻐 보일 수가 없었다. 수상버스를 내려 메스트레 역으로 가는 버스로 갈아탔다. 이제부터는 휴대폰이 없기 때문에 소리에 집중해야 했다.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여기는 딱 역 이름만 말해줘서 한번 역 이름을 놓치면 끝이었다. 그래서 온갖 신경을 쓰며 겨우겨우 한인민박에 다시 도착했다. 민박 아저씨한테 이 얘기를 했더니 봐봐요. 아날로그 지도는 언젠간 쓸 때가 반드시 와요.’라는 말을 하시면서 저녁으로 닭도리탕을 준비해주셨다. 한국을 떠난 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는데 향수를 느끼게 해 주는 맛이었다. 거기다 비수기이지만 나를 포함해 총 3명이 여기서 묵고 있어서 저녁을 먹으면서 대화하는데 화목함 그 자체였다. 장기여행을 하면 한인민박의 필요성을 여기서 느꼈다. 후식으로 와인도 먹으면서 긴장도 풀리니 노곤 노곤해져서 금방 잠이 들었다. 이제 배터리는 어떻게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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