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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해외)

첫 외국인과의 동행

by 메르쿠리오 2020. 5. 15.

유럽여행 - 6일 차 ; 이탈리아

 

 내가 역에서 먼 숙소를 예약한 이유, 다름 아닌 조식 때문이었다. 여행이 아닌 삶 자체에서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호스텔의 방 사진보다 조식 사진에 이끌려 이곳을 예약했다. 어제 만나 같이 식사했던 분과 오늘 피사를 가기로 했기 때문에 아침 일찍 일어나 조식을 먼저 먹으러 갔다. 단연 이태리에서 먹었던 빵 중에 제일 맛있었던 것 같다. 조식임에도 불구하고 3 접시는 치운 후에야 자리를 일어나 씻고 기차역으로 출발했다.

호텔 부럽지 않았던 내 호스텔의 조식. 이제껏 먹었던 조식 중 원탑이 아닐까 싶다.

 하필 오늘 사진을 많이 찍어야 할 피사를 가는데, 비가 올 것처럼 날씨가 너무 흐렸다. 그래서 우산을 챙겨 다시 나와 역에서 같이 갈 동행분을 기다렸다. 그런데 그 동행분이 멀리서 오는데 옆에 외국인 한명도 같이 왔다. 얘기해보니 그분도 같은 방에 있던 외국인이랑 같이 조식을 먹는데 오늘 스케쥴이 있냐고 얘기하다가 그 외국인도 오늘 피사에 간다고 해서 같이 가기로 했다고 한다. 상관은 없었지만 그 당시에 영어로 말하는 것에 대해 매우 자신감이 낮았기 때문에(사실 지금도 높은 건 아니다.) 딱히 별 말은 하지 않고 피사에 갔다.

 피사에 도착했는데 예상했던대로 비가 조금씩 오고 있었다. 피사에서 피사의 사탑까지는 또 버스를 이동해 가야 하는데 정말 '피사의 사탑' 말고는 주변에 아무것도 없었다. 오직 여기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온 건데... 비가 와버리니 기운이 빠졌다. 시간 상 내일 다시 올 수도 없는 상태라서 우산을 들고 사진을 찍었다.

피사에 있는 '피사의 사탑'. 실제로 보니 정말 신기하기는 했다.

 아쉬운대로 대충 인증샷 몇 개만 찍고 가려는데, 조금씩 오던 비가 갑자기 폭우처럼 쏟아 내렸다. 당황한 나머지 버스정류장이 아닌 피사의 사탑이 있는 쪽 카페로 들어갔다. 카페에 들어와서 얘기할 자리가 마련되다 보니 나도 외국인 동행과 얘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것이 그분의 이름인데, 이름이 프리티라고 한다. 스펠링은 우리가 아는 '이쁘다'의 프리티가 아닌 다른 스펠링이지만, 어쨌든 발음은 같다 보니 까먹지 않게 되었다. 그분은 인도에서 온 50대 여성분이셨는데, 혼자서 여행하는 것이 대단했다. 심지어 가정도 있으신데 2년 동안 세계여행을 하고 있다고 했다. 가족은 인도에 있고 자신의 안부를 알릴 수 있도록 매일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린다고 했다. 2년 동안 세계여행이라니... 되게 멋있어 보였고 나도 언젠간 세계를 누비고 다닐 수 있겠지 라는 생각과 함께 비가 그쳐 피사를 나가기로 했다.

폭우가 쏟아져 많은 사람들이 카페로 갑자기 피신했다.

 정말 피사에서 사진만 찍고 돌아왔는데, 비도 맞고 그래서 그런지 너무 몸이 피곤해 기차 안에서 거의 기절하다시피 하면서 왔다. 점심도 먹지 못했는데 다시 피렌체에 도착하니 3시가 넘었었다. 보통 유럽 식당은 브레이크타임이 다 있어서 없는 곳을 찾아보니 어제저녁을 먹었던 레스토랑이 거의 유일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다시 그쪽으로 가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그 인도 동행분은 라비올리를 시켰고 나는 이름 모를 파스타, 한국 동행분은 피렌체의 전통음식 같은 '피치 파스타'를 시켜서 먹었다.

왼쪽 위부터 순서대로 내가 시킨 '파스타', '라비올리', '피치 파스타'. 사진으로만 봐도 라비올리는 양이 적어보였고, 피치 파스타는 약간 파스타 면이 우동면 같았다.

 그런데 인도분이 라비올리 양이 작았는지 순식간에 다 먹었고, 한국사람들은 원래 음식을 여러개 시켜서 나눠먹으니 우리끼리는 눈치 보지 않고 파스타를 서로 나눠서 먹었다. 그런데 외국에선 음식을 쉐어하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에 자기 것을 다 먹고 우리 눈치만 보고 있었다. 우리가 시킨 파스타들은 양도 많고 그래서 그 외국분한테 같이 먹자고 얘기했다. 되게 놀라 하면서도 고맙다고 하고 같이 나눠먹었다.

 밥을 다 먹고 인도 동행분은 스케쥴이 있다고 해서 헤어졌다. 한국 동행분은 쇼핑을 하러 간다고 했는데 나도 딱히 할 건 없어서 같이 따라가기로 했다. 그분이 말하길 피렌체에서 명품 브랜드 중 하나인 '프라다'를 사러 많이 온다고들 했다. 그래서 프라다 매장에 들렸는데 경비가 되게 삼엄했다. 내부의 직원들은 정말 친절했다. 확실히 명품 브랜드를 유지하기 위해 서비스 부분에서도 엄청 신경을 쓴다는 것이 느껴졌다.

 쇼핑이 끝나니 날이 흐려서 그런지 벌써 하늘이 어두워졌다. 동행분이 두오모 야경을 보러 가자고 해서 같이 갔다. 바티칸에서 올라갔던것 처럼 성당을 올라가 보는 야경이었는데, 피렌체가 한눈에 보였다. 야경이 마치 땅이 갈라지고 그 사이로 용암이 나오는 것 같았다.

두오모 근처 성당 루프탑에서 본 야경. 피렌체 야경이 확실히 황금빛이 더 강해 멋있었다.

 그런데 이 루프탑 티켓이 한 곳에서만 볼 수 있는게 아니었다. 5군데를 돌아가면서 올라갈 수 있어서 이곳에서 야경을 다 보고 다른 곳으로 다시 올라가 두오모 야경을 봤다. 

두오모 야경과 성당 루프탑을 올라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좁은 계단.

 한 세군데 쯤 왔다 갔다 하니 서로 다리도 아프고 지쳐서 쉴 곳을 찾았다. 두오모 근처 한 카페에 들렸는데, 여기 디저트 중에 '머랭 쿠키'가 있었다. 난 머랭 쿠키라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는데, 우리나라는 이렇게 큰 머랭 쿠키가 없다면서 먹어보자고 했다. 평소에 초코 빼고 단것은 다 좋아하는데, 머랭 쿠키는 심하게 달았다. 거기다 덩치도 너무 커서 결국 반도 못 먹고 그분이 포장해서 가져가기로 했다.

한국에서 본 적은 없지만 사이즈가 큰 것은 확실했다.

 카페를 마지막으로 서로 인사하면서 헤어졌다. 숙소 가는길에 배가 고파서 서브웨이를 들렸다. 신기한 게 우리나라 서브웨이를 가면 '어떤 것 빼드릴까요?'라고 물어보는데, 이탈리아에선 '어떤 것 넣어드릴까요?'라고 물어봤다. 이런 작은 샌드위치 가게에서도 동서양의 차이가 느껴졌다. 물론 난 거르는 것이 없기 때문에 'Everything'을 말하고 포장해서 숙소로 들어갔다.

생각보다 빨리 간 프랜차이즈 전문점인 '서브웨이'. 서브웨이는 어느나라나 똑같이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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