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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해외)

진짜 이탈리아 대통령?

by 메르쿠리오 2020. 5. 14.

유럽여행 - 5일 차 ; 이탈리아 

 

 아쉬웠던 로마를 뒤로하고 피렌체로 떠나는 날이 되었다. 체크아웃을 하면서 감사인사를 전하고 이제는 정들것만 같은 떼르미니 역으로 향했다. 유레일패스로 편하게 피렌체로 가는 기차를 예약하고 역 안의 카페에 들어가 유럽식 아침식사를 따라 하려고 와플 하나와 카푸치노를 시켜서 먹었다.

역사 내에 있는 흔한 카페 중 한 곳. 그냥 와플이였는데 세상 이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기차 시간이 많이 남아 여유롭게 아침을 먹고 피렌체 행 기차를 탔다. 내가 신청한 것이 학생용 유레일패스라서 2등석만 가능한데, 어쩌다 보니 1등석에 앉아서 가고 있었다. 기차를 타고 가는 길에 신문(당연히 이탈리아어로 되어 있었다.)도 주고 간식도 주길래 '서비스가 왜 이리 좋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1등석이었다. 하지만 직원도 내 유레일패스를 대충 보더니 '본 죠르노(좋은 아침입니다.)'라고 하면서 지나갔다.

어쩐지 너무 좋았던 피렌체 행 1등석.

 그래서 편하게 피렌체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예전 아말피 투어에서 만났던 분이 내가 며칠 뒤에 피렌체를 간다니까 피렌체에 있는 곱창버거를 꼭 먹어보라고 했었다. 그래서 숙소에 체크인을 한 뒤에 점심은 곱창버거를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갔다. 근데 하필 첫 시련이 피렌체에 도착하자마자 왔다. 하필 피렌체 숙소는 역과 거리가 꽤 있는 곳에 예약을 했는데 구글 GPS가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았다. 그걸 알리가 없는 나는 믿을 건 오직 구글맵밖에 없다고 판단했었기 때문에 구글이 안내하는 곳으로 의심 없이 가고 있었다. 그런데 한 10분쯤 걸었을까,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뭔가 이상해 GPS를 끄고 지도에서 일일이 동서남북을 확인해 어렵게 숙소까지 갔다. 원래 숙소랑 역까지의 거리가 걸어서 약 20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지만, 도착했을 땐 거의 1시간 가까이 시간이 지나있었다. 

 그래도 다행히 찾아서 체크인을 하려고 여권을 건네었는데, 직원이 자기랑 생일이 똑같다고 내 이름을 기억하겠단다. 거기다 이 숙소가 멀지는 않았냐, 불편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나를 불러달라 등 당연한 멘트이지만 유독 더 친절해 보였다.

 캐리어를 1시간이나 끌고 다니느라 힘들어 짐만 던져놓고 나가려고 내 방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정말 서양 국가들은 자유로운 나라라는 것을 여기서 느꼈다. 남자고 여자고(물론 지금은 여자 한 명만 있었다.) 다른 사람을 신경 쓰지 않고 속옷만 입고 있었다. 거기다 심지어 날 보면서 친절하게 인사까지 해주다니... 참으로 놀랍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여하튼 그 친구와 인사를 하고 짐을 던져놓은 다음에 바로 밖으로 나갔다. 배가 너무 고파서 곱창버거를 파는 곳부터 갔다. 곱창은 우리나라만 먹는 줄 알았는데 여기에도 있었다. 거기다 한국사람이 많이 왔는지, 직원이 먼저 스파이시? 라면서 맵게 먹을 거냐고 물어봤다.

피렌체에서 먹은 '곱창버거'. 곱창 자체는 맛있으나 빵이 별로였다.

 빵이 너무 푸석푸석하고 맛이 없어서(유럽에서 이탈리아 빵이 맛이 없다고 유명하다고 한다.) 곱창을 다 먹고 남은 빵 쪼가리는 그냥 버렸다. 곱창버거를 다 먹고 피렌체를 오는 이유라고 하는 '두오모'를 보러 나섰다. 로마에서도 봐왔지만 천주교인이 아니어도 성당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 이 성당이 왜 특별한지 궁금했다. 그 생각을 가지면서 코너를 돌자마자 두오모를 보게 됐는데, 누가 대형 캔버스에 그린 것 마냥 실제가 아닌 것 같아 보였다.

피렌체를 오면 반드시 봐야 한다는 '두오모'. 특히 정면보다 측면이 정말 누군가가 그린 것 같이 생겼다.

 너무 신기해서 두오모 안으로 들어가 봤는데 안은 다른 성당이랑 다를 바 없었다. 그래서 얼마 안 있다가 다시 밖으로 나와 셀카를 찍으려고 했다. 하지만 두오모가 너무 커 셀카로는 담기지 않아 사진을 부탁하기로 했다. 근데 워낙 이탈리아에 소매치기나 도둑놈들이 많다고 해 내 휴대폰을 들고 도망갈 것 같지 않아 보이는 사람들(은 사실 노부부였다.)에게 부탁하기로 했다.

뭘 찍고싶으신건지 알 수 없는 노부부가 찍어준 사진(...) 그래도 휴대폰을 도난당하는 것 보단 낫다고 생각한다.

 대충 인증샷을 남기고 계획 없이 아무 길거리나 돌아다니기로 했다. 확실히 대도시인 로마보다는 좀 더 한적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골목골목 천천히 돌아다니면서 구경했다. 어느 상점은 11월 초인데도 불구하고 벌써 유럽의 하이라이트라는 크리스마스 마켓을 준비하고 있었다. 골목을 지나 이름 모를 광장에서는 회전목마도 운행하고 있었다. 이런 풍경들이 유럽여행을 할 때 느낄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이었다.

크리스마스 장식품을 파는 상점과 광장 한가운데에서 돌아가는 회전목마. 유럽의 감성을 알려주는 것 중에 하나였다.

 계속해서 골목 이곳저곳을 지나서 가니 다시 한번 큰 광장이 나왔다. 그래서 사진 몇 번 찍고 그냥 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광장에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수십 명 등장하면서 한 건물에서는 깃발을 올리고 있었다. 그래서 이게 무슨 상황이지 하면서(누가 봐도 테러는 아닌 것 같아 자리에 계속 있었다.) 무슨 행사인 것 같아 어차피 계획도 없는 거 그냥 구경하다 가기로 했다. 그런데 갑자기 차에서 한 사람이 내리고 시민들한테 다가가면서 악수를 하길래 연예인인가?라는 생각과 함께 옆에 있는 사람에게 물어봤다.

"Who is he?"(저 사람이 누구야?) / "He is president!"(그는 대통령이야!)

설마.. 진짜 대통령일까 생각하고 포털사이트에 검색을 해봤는데, 실제 대통령이었다. 나는 우리나라 대통령도 두 눈으로 직접 본 적이 없는데 이탈리아 대통령을, 심지어 코앞에서 이탈리아 대통령이 지나가고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걸어 다니면서 지나친 광장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의 이런 행운(?)을 마주하니 믿기지가 않았다.

이탈리아 국기계양식과 이탈리아 대통령. 후에 검색해보니 이탈리아 대통령이 자국에서 평은 좋지 않다고 한다. 좋아하는 사람은 관광객이였겠지...?

 대통령도 보고 하늘도 슬슬 어두워지고 있어서 돌아가기 위해 발걸음을 돌렸다. 도대체 어디까지 왔나 하고 구글맵을 켜 봤는데, 생각보다 멀리 왔었다. 그렇지만 돈을 아끼기 위해 두 다리를 또 희생시키기로 했다. 숙소 쪽으로 가는 길에 큰 강이 하나 나왔다. 강을 건너가야 했는데, 다리를 건너면서 강을 보니 가로등 불빛이 정말 아름다웠다. 그 아름다운 가로등 사이로 다리를 건너는 것 자체가 너무 낭만적이었다. 

로마에서 야경을 콜로세움밖에 보지못했지만, 로마보다는 확실히 피렌체가 더 낭만적인 것 같다.

 다리를 건너 숙소까지 가는 길에, 한국분을 한 명 만나게 되었다. 마침 그분도 식사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같이 밥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역 근처에 유명한 곳이 있다고 해서 갔는데, 한국사람한테 정말 유명했나 보다. 피렌체에서 한 명도 보이지 않던 한국사람이 이곳에 오니 몇몇 테이블에 보이기 시작했다. 이곳은 티본스테이크가 유명하다고 해서 보는데 무려 2인분이 1kg이나 됐다. 거기다 가격도 양에 비해 저렴해 스테이크를 시켜서 먹기로 했다.

피렌체 레스토랑 '달 오스테'에서 먹은 '티본스테이크'. 맛은 그럭저럭이였으나 가격이 정말 양에 비해 저렴해서 좋았다.

 스테이크를 먹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피사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나도 피렌체에 온 이유가 '피사의 사탑'을 보기 위해 온 것이기 때문에 그분도 내일 피사에 간다고 해 같이 가자고 얘기했다. 밥을 다 먹고 나서 내일 아침에 역 앞에서 보자고 하고 숙소 쪽으로 걸어갔다. 이 음식점이 역 근처에 있었기 때문에 다시 약 20분간을 걸어가야 했다. 길을 걸어가는데 정말 유럽의 가로등 색은 너무 아름답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마치 황금으로 만들어진 건물들을 지나가는 느낌을 받으며 숙소로 돌아갔다.

황금 빛 가로등은 유럽을 다시가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인 것 같다. 이 거리에 내가 있었다는 것 자체가 황홀했던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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