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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해외)

찬란했던 잉카제국의 수도

by 메르쿠리오 2021. 3. 8.

중남미 여행 - 7일 차 ; 페루

 

 남미 6일 만에 첫 조식을 먹게 되었다.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단수만 안됬었더라면 그때도 조식을 먹었을 텐데, 그 일만 생각하면 아직도 화가 난다.

 어제 일찍 잔 덕에 아침에 여유롭게 일어나 먼저 씻고 난 뒤 아침을 먹으러 나갔는데, 막상 조식을 받고 보니 공항까지 가는 시간이 약간 부족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원래 또띠야 위에 작은 피자처럼 토핑을 올려준 요리를 준다고 잠깐 기다리라고 했는데, 그거까진 먹을 시간이 없을 것 같아 그냥 괜찮다고 하고 기본 조식만 받아와 먹고 공항으로 가는 우버를 불렀다.

지금 보니까 시간없다면서 푸짐하게도 들고 왔다. 다행히 뜨거운 음식은 없어서 빠르게 먹을 수 있었다.

 우버를 기다리는동안 리마서 만난 동행분이 시장에서 사준 페루의 과일 '치리모야'를 먹어봤는데 맛있었다. 페루 과일은 가격도 다 저렴하면서 뭘 먹어도 맛있는 것 같다. 먹다가 우버가 도착해 물티슈를 꺼내 남은 치리모야를 열심히 먹었다.

먹다 중간에 찍은거라 비주얼은 썩 좋지 않지만 정말 맛있었다. 과육도 많아서 달았다.

 국내선이라 그런지 막상 공항에 도착해서 10분 만에 짐 검사와 게이트를 통과한 후 보니, 오히려 예상보다 더 일찍 도착하게 되었다. 로비서 대기하고 있다가 보딩 타임이 돼서 탑승을 했는데 운이 좋게도 모든 승객이 다 빠르게 움직여 원래 출발시간보다 15분이나 일찍 출발하게 되었다. 

아직 출발하지 말라고 신호를 보내는듯한 안전요원님. 비행기를 타는 재미중 하나인 것 같다.

 비행기 창밖을 보니, 확실히 고도가 높아졌다고 느껴지는 게 구름의 높이가 땅과 얼마 차이 나지가 않아 보였다. 옆에 보이는 산으로 가면 정말 구름을 만질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아레키파에서 쿠스코까지 오래 걸리진 않았지만 기다리는동안 창밖을 쭉 지켜보니 금세 도착했다.

 예상보다 이른 출발을 해 착륙도 예상보다 일찍 했다. 짐을 챙겨서 우버를 불러 내 숙소까지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다행히 컨디션이 좋은 건지 아직까진(쿠스코에 도착한 지 1시간도 되지 않지만) 고산증세는 없었다. 체크인을 한 다음 숙소 로비에서 코카 차를 끓이며 천천히 고산에 적응하기 위해 여유로운 티타임을 가졌다. 

효과는 모르겠지만 예방된다고 하니 열심히 마셨다.

 시간을 보니 어제 버스를 타고 쿠스코로 간다고 했던 동행이 이미 도착하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그래서 어디냐고 물었는데, 버스가 오는 중간에 퍼져서 어디 작은 마을에서 대기하다가 출발했다고 했다. 그래서 아마 저녁 먹기 전에 도착할 것 같다고 해 천천히 쿠스코 시내를 구경하러 나갔다. 

 숙소 컨디션은 나쁘지 않았는데, 위치가 이제 보니 시내 중심인 아르마스 광장 저 아래편에 위치해 광장까지 오르막길을 가는 것이 굉장히 힘들었다. 고산지대가 아니었다면 한 3분이면 올라가기에 충분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한걸음 한걸음 걷는 게 숨이 차 10분이나 걸렸다.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지만 다들 크게 신경쓰지 않는듯 했다. 나는 길거리에서 파는 우비라고도 불리기 민망한 우비를 사 입고다녔다.

 쿠스코에 유명한 것을 찾아보니 츄러스집이 나와 츄러스부터 먹기로 했다. 커피와 함께 츄러스를 먹는데 츄러스보단 우리나라 꽈배기에 더 가까운 느낌이었다. 물론 맛있어서 하나 더 시켜서 먹었다.

단쓴단쓴의 조합은 언제나 옳았다. 사실 큰 기대는 안했는데 너무 맛있어서 하나 더 사먹었다.

 천천히 꽈배기를 먹고 난 뒤 시장으로 갔다. 진짜 K-pop 인기가 많은 건지 시장 곳곳에서 bts와 블랙핑크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블루베리를 500g치 사서 와그작와그작 먹으며 아르마스 광장으로 다시 나왔다. 아까는 흐렸던 날씨가 조금은 맑아졌다. 잉카제국에 다시 평화가 온 듯했다.

날이 맑아지니 시장에 있던 많은 여행자들이 쏟아지듯 광장으로 나왔다. 

 광장에서 좀 쉬다가 내일 갈 마추픽추 예약을 하기 위해 여행사에 들렀다. 동행은 이미 마추픽추 예약을 잡아놔서 혼자 가야 해서 고민을 좀 했다. 기차를 타고 가면 몸이 편한 대신 가격이 좀 많이 비쌌다. 그래서 그냥 고생 좀 한다 치고 7시간 동안 벤을 탄 다음 3시간 정도를 걸어 마추픽추의 전초기지인 '아구아스 깔리엔떼스'를 가기로 했다. 가격이 약 7배나 차이 났기 때문에 하루 고생하자는 마인드로 벤 예약을 했다.(물론 다시 돌아올때는 힘들 것 같아 기차를 예매했다.)

 동행이 쿠스코까지 얼마 안 남았다고 해 근처 카페에서 쉬기로 했다. 구글에서 괜찮은 카페를 하나 찾았는데, 아르마스 광장에서 더 올라가야 했다. 정말 고산지대라 한걸음 한걸음 올라가는 게 힘들었지만, 카페 뷰를 보는 순간 금방 고생해서 올라온 기억이 싹 다 치유되는 느낌이었다. 

내려갈 땐 그래도 힘들지 않아서 다행이다. 이정도 뷰면 고산병을 이겨내고서라도 올라와야하지 않을까.

 동행을 카페서 만나고 내일 마추픽추를 가기 때문에 마추픽추에서 돌아오면 다음 투어를 예약할 시간이 없을 것 같아 3일 뒤에 할 투어를 오늘 미리 예약하기로 했다. 흔히 레인보우 마운틴이라고 많이 알고 있는 '비니쿤카'와 새로 떠오르는 레인보우 마운틴인 '팔코요' 중 우리는 팔코요를 선택했다. 무지개산의 비중은 팔코요가 더 적긴 하지만, 비니쿤카는 가는 길만 3~4시간에 약 5천 미터의 엄청난 고산지대를 3시간을 더 트레킹해야 볼 수 있어 오전 3시에 투어가 시작된다고 했다. 그에 비해 팔코요는 상대적으로 위치도 가까이에 있고 트레킹도 1시간 정도로 길지 않아 무리해서 비니쿤카를 올랐다 고산병에 걸리는 것보다 팔코요를 가는 게 더 나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투어 예약도 마치고 나니 어느새 저녁시간이 다가왔다. 내일 마추픽추도 가야 하니 오늘은 일찍 저녁을 먹기로 했다. 동행이 만날 한국분이 한 명 더 있다고 해 그분도 같이 동행했다. 저녁은 추천받은 곳이 있었는데, 쿠스코에도 곱창 요리를 판다고 해 곱창을 먹으러 갔다. 정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갔는데, 적당히 짭짤하면서 염통구이와 곱창까지 정말 다 맛있었다. 게다가 여기는 맥주를 팔아 술안주로도 정말 딱이었다. 거기에 동행이 한식 매니아라 된장국 블럭까지 가져와 따뜻한 물에 된장 블럭을 풀어 된장국까지, 정말 한국에서 곱창을 먹는 느낌이었다. 

한국에서도 곱창을 엄청 좋아해 자주먹는데, 페루만의 곱창 매력이 있었다. 정말 볶음밥이 없는걸 제외하곤 완벽했다. 

 곱창집이 시내 밖에 있어서 다시 시내까지 택시를 타고 갔다. 무리하지 않기 위해 바로 숙소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잉카문명과 스페인의 문화가 섞인 쿠스코의 아르마스 광장은 나를 편히 쉴 수 없게 만드는 강렬한 아름다움이었다.

고지대의 불빛은 마치 하늘에 별을 박아놓은듯한 모습을 연상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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