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기(해외)

잃어버린 계곡

by 메르쿠리오 2021. 2. 22.

중남미 여행 - 4일 차 ; 페루

 

 내가 묵는 숙소 바로 앞이 미팅 포인트여서 상대적으로 여유롭게 나갔다. 기대도 하진 않았지만, 우리를 제외하곤 전부 외국인이었다. 대충 언어를 들어보니 국적이 꽤 다양한 것 같았다. 간단한 인사를 하고 잠깐 가더니 앞으로 편의점 같은 곳은 들릴 시간이 없다고 간이 슈퍼 앞에서 정비할 시간을 주었다. 간단하게 먹을 것과 간식을 사고 다시 차에 탔다.

 정말 한참을 달렸다. 나중엔 피곤해서 눈좀 붙이고 싶었는데, 워낙 길이 좋지 않아 차가 지진이라도 난 듯 심하게 흔들려 잠도 잘 수 없었다.

한 두시간을 지나니 길이라고 불리기도 힘든 곳을 달렸다.

 도착해서 가장 먼저 포토존에 들렸다. 어떤 이유로 이런 자연적인 카메라가 생겼는지 얘기를 해줬지만, 처음엔 영어로 해주다가 우리를 제외하곤 전부다 스페인어가 가능해 어느 순간부턴 가이드가 그냥 스페인어로 계속 떠들어대서 결국 설명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사실 처음에 영어로 설명해줬을 때도, 발음이 너무 스페인식 영어 발음이어서 알아듣기가 힘들었다. 

자연 카메라는 좋은데 안그래도 작은키가 더 짜리몽땅하게 나오는게 조금 슬펐다...

 계속해서 투어를 진행하니 내가 생각한 그랜드캐년과 비슷한 곳이 나왔다. 하지만 약간 아쉬웠던 것이, 그랜드 캐년의 생기있어 보이는 진한 갈색이 아닌 오직 모래색으로만 이루어진 협곡들만 보였다. 나중에 찾아보니 후기에도 그랜드캐년의 보급형을 볼 수 있는 곳이어서 그랜드캐년을 갔다 온 사람들은 굳이 이 투어를 방문할 필요는 없다고들 얘기했다.

확실히 로스트밸리가 그랜드캐년보다는 더 야생적인 느낌은 있었다.

 더 나아가니 자외선이 온몸으로 들어오는 느낌이 들었다. 그곳에서 갑자기 가이드가 땅의 흙을 막 만지더니 이곳은 미네랄덩어리가 나온다고 보여줬다. 

설명을 끝나고 가이드가 직접 미네랄을 하나 하나씩 구해서 투어 인원들에게 나눠주었다.

 투어의 마지막 장소는 원래 아름다운 거대한 우물이 있어야 하지만, 이상기후로 인해 물이 다 말라버렸다고 했다. 마른 풀들만 앙상하게 남아있는 게 뭔가 안타깝고 씁쓸했다. 

 

땅이 메말라 다 갈라져있어도 풀들은 있었다. 원래 물로 가득찼다고 했는데, 이쁜 모습을 볼 수 없는게 너무 아쉬웠다.

 투어가 끝나고 가는 길에, 숙소에 내 사막화를 두고 왔다는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 급하게 가이드한테 부탁하려고 했는데 서로 소통이 잘 되지 않았다. 그때 투어에서 같이 진행한 프랑스 여자인 친구가 스페인어와 영어가 가능하다고 해 숙소에 내 말을 전달해 숙소에 전화해줬고 다행히도 신발을 찾을 수 있었다.

이제는 꼬질꼬질해서 거의 안신게 된 사막화이지만, 첫 유럽여행때부터 꾸준히 나와 함께했던 신발.

 원래 계획이라면 나스카를 가야했지만, 나스카 라인 투어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바로 오늘 밤 버스를 타고 아레키파로 넘어가기로 했다. 투어를 진행하다 보니 모래먼지를 뒤집어쓴 상태인데 샤워도 하지 못한 채로 버스를 타야 한다니... 심지어 이카에서 아레키파는 버스로 약 12시간이 걸리는 구간이었다. 이카에서 버스 예약을 먼저 마치고 간이식당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둘다 먹성이 좋아 콤보메뉴를 2개 시켰는데, 동행분께 먼저 나왔는데 양이 정말 어마무시하게 많았다. 잉카콜라는 덤.

 이번에도 터미널 화장실에서 세안만 간단하게 한 다음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아까 투어를 같이 진행한 프랑스 친구를 만났다. 그래서 너희는 어디로 가냐고 물으니 쿠스코로 간다 그랬다. 우리는 아레키파를 들렸다 간다고, 그곳에서 만났으면 인사하자고 전한 뒤 먼저 버스를 탔다. 

여행객은 거의 없고 다 현지인 위주로 버스가 가득 찼다. 좌석도 완전 뒤로 젖히지 못해 편히 갈 수 있을까...

 앞으로 12시간동안 무사히 백색의 도시 아레키파에 도착할 수 있기를 기도하며...

 


이 블로그에 있는 모든 사진은 제가 직접 여행지 가서 찍은 것입니다. 사진을 이용하시는 경우 출처를 반드시 남겨주세요.

'여행기(해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잉카의 전설, 콘도르  (0) 2021.03.03
백색의 도시  (0) 2021.02.26
사막 위 오아시스  (0) 2021.02.17
첫 날부터 좋지 않아  (0) 2021.02.12
멕시코의 첫인상  (3) 2021.02.08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