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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해외)

첫 날부터 좋지 않아

by 메르쿠리오 2021. 2. 12.

중남미 여행 - 2일 차 ; 페루

 

새삼 다시 느끼는 거지만, 남미는 정말 멀다. 한국에서 멕시코까지야 미국을 한번 갔다 왔으니 그러려니 했는데 멕시코에서 페루까지는 또 6시간을 더 비행해야 했다. 다행히 시차적응엔 실패해 공항에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었다. 멕시코시티의 또 다른 장점이라고 하면 공항과 시내가 정말 가까웠다. 탑승 수속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남미 여행을 하려니 하루가 지나서야 기대되기 시작했다. 

아침에 본 태평양은 정말 파란색의 정의 그 자체였다.

 멕시코를 지나 페루의 수도인 리마에 도착하니 오후 3시 반쯤 되어 있었다. 공항에서 와이파이를 이용해 우버를 부렀는데, 내가 부른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이 자기도 우버를 한다면서 자꾸 자기 택시에 태우려고 했다. 그래서 너 택시 안 탈 거라고 하며 그 사람과 약한 실랑이가 있었는데, 그 사이에 내 카메라 렌즈 덮개가 떨어졌었나 보다. 내가 부른 우버가 도착해 그 사람을 피해 잽싸게 택시에 타고 보니 카메라 렌즈 덮개가 보이지 않았다. 분명 비행기에서만 해도 다시 엄청난 기대감을 증폭하며 왔는데, 오자마자 작은 봉변을 당하니 짜증이 팍 솟구쳤다.

 그래도 택시를 타고 가는 길이 날이 흐린것만 빼면 정말 좋았다(나중에서야 알게 된 건데, 리마의 미세먼지 농도는 우리나라보다 심해 대기질이 정말 최악이라고 한다.). 리마는 태평양 바로 앞쪽에 위치해 우버를 타고 내가 예약한 숙소로 가는 길이 해변도로여서 바다와 서핑하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왜 내가 거쳐가려는 도시들은 죄다 도착해서야 좋다고 느끼는 걸까...

서퍼들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페루의 수도 '리마'. 나중에 서핑을 배워서 다시 또 와야겠다.

 숙소 근처에 도착해 내렸는데, 숙소 사진을 봐도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주변을 한 5분 정도 돌아다녔는데도 찾지 못하고 있을 때 마침 동네 주민 한 분이 나오셨다. 하지만 그분이 스페인어밖에 하지 못해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그분 남편이 나와 영어로 길을 같이 찾아주었다. 알고 보니 바로 앞이 그 숙소였는데, 문이 제대로 표시되어있지 않아 발견하지 못했었다.

 숙소에 체크인을 했는데 오늘 단수가 됐단다. 그래서 언제쯤 고쳐지냐고 하니까 밤 9시면 가능할 것 같다고 얘기했다. 멕시코에서 리마로 넘어올 때 씻지를 못해 매우 찝찝한 상태였지만, 그래도 다 놀고 돌아오면 씻을 수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대강 짐만 풀고 나갔다. 일단 가장 중요한 유심부터 구매해야 했기 때문에 유심과 환전부터 하러 갔다. 만약 남미 여행의 시작이 페루라면, 페루에서 끌라로라는 30일짜리 유심을 사는 것을 추천한다. 끌라로는 남미 곳곳에 있지만, 신기하게도 페루의 30일짜리 끌라로 유심만 볼리비아를 제외한 페루 칠레 아르헨티나에서 다 사용이 된다. 

30일짜리 끌라로 유심을 사고난 뒤의 영수증과 새로운 휴대폰 번호를 적힌 것을 받았다.

 유심 구매를 하고 난 뒤 케네디 공원으로 갔다. 마침 거기서 한국 친구 2명을 만나 어쩌다 보니 저녁까지 같이 먹게 되었다. 그리고 또 그 친구들이랑 한 분을 더 만나기로 해 총 4명이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도착해서 체크인하고 유심을 산 것밖엔 없었지만, 벌써 해가 지려고 하기 시작했다.

 이 친구들에게서 안 사실이 하나 있었는데, 페루가 최근 떠오르는 미식의 도시로 매우 유명하다고 했다. 그래서 페루 물가 치고는 꽤 가격대가 있는 레스토랑으로 갔는데, 정말 기대를 많이 했는데도 기대 이상으로 맛있었다. 해산물 요리와 페루의 술인 피스코 사워를 곁들여 먹었는데, 이때까지 페루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쫙 풀리는 기분이었다. 술 한잔이 밥값과 거의 맘먹는 가격이었지만, 맛을 생각하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정말 모든 음식이 완벽했다. 특히 페루식 회인 '세비체'와 맛있지만 높은 도수의 '피스코 사워'는 정말 입맛을 돋구는데 단연 최고였다.

 밥을 다 먹고 미라플로레스의 메인 플레이스인 '라르꼬마르' 쇼핑몰에 갔다. 일반적인 쇼핑몰과 다르게 바다 바로 앞에 있어 시원한 바닷바람과 함께 노을을 보는 명소로도 유명한 곳이지만, 아쉽게도 밥을 먹느라 해가 다 진 다음에서야 오게 되었다. 그래도 밤바다와 화려한 쇼핑몰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아이쇼핑도 하며 후식으로 젤라또를 먹기에 완벽한 곳임에는 분명했다.

라르꼬마르 쇼핑몰 내부와 그 끝에서 바라본 리마의 태평양 해안선. 정말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페루의 스타벅스에는 페루에서만 파는 음료가 따로 있다. 바로 '루꾸마 프라푸치노'인데, 페루에서 나오는 과일로 만드는 것인가 보다. 맛은 그냥저냥 먹을만했다. 스타벅스에서 헤어지긴 아쉬워 예전에 인스타그램으로 찾아본 곳 중 페루의 예술도시라고 불리는 '바랑코'를 가자고 제안했다. 사실 내가 바랑코에 끌린 이유는 낮의 모습 때문이었지만, 예술의 도시답게 밤에도 무척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다른 동행들도 여기를 안 왔으면 아쉬웠을 거라며 좋아했다.

쇼핑몰에서 '바랑코'까지는 택시로 약 10분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도착하니 왜 예술의 도시라고 불리는지 바로 알 수있는 곳이였다.

 바랑코를 끝으로 나중에 스케쥴이 맞으면 또 보자고 하며 숙소로 돌아왔다. 한참 행복지수를 쌓아 놓은 상태에서 숙소에 들어가 샤워할 생각에 신이 났었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호스트가 아직도 단수가 안 끝났다고 말했다. 안 그래도 비행기를 타기 전부터 씻지 못했고 리마는 더운 날씨라 땀도 많이 난 상태라 찝찝해 죽겠는데... 내 행복지수는 바로 짜증지수로 변해버렸다. 급한 대로 식수용 물을 사 와 이만 대충 닦고 온갖 바깥 먼지를 머금은 상태에서 침대에 누웠다. 찝찝해서 바로 잠을 못 잘 줄 알았는데, 엄청 피곤했는지 짜증을 생각하다가도 나도 모르게 잠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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