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여행 - 1일 차 ; 멕시코
우리나라에서 멕시코까지 엄청 멀 줄 알았는데, 의외로 미국을 갔을 때와 비슷한 시간이 걸렸다. 페루는 직항이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선 반드시 경유를 해서 가야 했는데(물론 직항이 있었어도 타진 않았을 것 같다.) 멕시코 경유를 6시간과 21시간 중 애매하게 6시간만 멕시코를 구경하는 것보단 마지막으로 들릴 멕시코를 하루정도 더 탐방하는 게 좋을 것 같아 21시간 경유로 선택해 들어왔다. 같이 온 동행분은 6시간 경유를 선택해 잠깐 나와서 타코만 먹고 들어갈 예정이었다.
멕시코의 첫인상은 동남아였다. LA 때도 그랬지만, 공항 근처에 정말 야자수들이 많아서 동남아와 같은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잊고 있던 것이, 멕시코도 남반구여서 여름 날씨였다. 그래도 고산지대라 막 엄청 덥지는 않았는데 아무래도 배낭 무게를 줄인다고 엄청나게 껴입고 와 공항 로비에서 바로 간단한 환복부터 했다.
또 멕시코만의 특별한 점이 있다면, 환전을 공항에서 해야 했다. 이상하게도 사설 환전소보다 공항에 있는 공식 환전소가 더 잘 쳐줬다. 왜 그런진 모르겠지만, 뭐 어쨌든 여행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겐 엄청난 장점임에는 분명했다.
동행분이 우버를 불러 내 숙소가 있는 곳이자 멕시코시티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소깔로 광장으로 갔다. 사실 공항에 도착해서 환전할 때까지만 해도 아무 느낌이 없었는데, 광장을 보는 순간 번개를 맞은 듯 짜릿한 느낌이 들었다.
아, 내가 드디어 꿈에 그리던 중남미에 왔구나.
일단 내가 본 광장중에 가장 화려했다. 심지어 숙소는 광장 바로 앞이어서 위치와 숙소에서 보는 뷰도 정말 끝내줬다. 숙소에 짐을 맡기고 바로 시내로 나갔다. 가기 전엔 치안적으로 많은 얘기를 들었는데, 최소한 소깔로 중심가는 매우 안전해 보였다. 곳곳에 경찰도 많이 보였고(물론 자국민들은 경찰보다 카르텔을 더 믿는다고 한다.) 관광객이 워낙 많아 다들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우리도 또한 많은 관광객 중 하나로서 정신없이 사진을 찍고 다녔다.
동행이 허기지다고 해 찾아놓은 타코 집으로 갔다. 동네에서도 유명한 곳이었는지 현지분들이 정말 많았다. 가격은 개당 한화로 약 천 원 정도 했는데, 아저씨의 손맛이 더해져서 그런지 정말 맛있었다. 특히 곱창 타코가 있었는데, 이 메뉴만 한 3번은 먹었던 것 같다.
타코를 먹고 동행은 페루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멕시코시티에서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이 있었는데, 일명 인터스텔라 도서관이라고 불리는 '바스콘셀로스 도서관'이었다. 인터스텔라 자체는 재밌게 보진 않았지만, 그래도 후반부만큼은 집중해서 봤는데 그 후반부에 등장하는 차원의 모습을 한 곳과 이 도서관이 매우 비슷하게 보여 경유하는 동안은 이곳을 들리기로 했다.
도서관을 가는 한국 사람이 한 명 더 있어서 도서관에서 만나기로 했다. 구글맵에서 나온 대로 버스를 타고 가려고 했다. 도서관으로 가는 버스가 오고, 앞에 요금이 적혀있어서 현금을 준비했다. 그런데 현금을 안 받는 건지 막 아저씨가 뭐라 뭐라 했다. 알고 보니 버스 이용이 교통카드로만 가능해서 따로 카드를 만들어야 했는데, 그걸 모르고 그냥 탔다. 내가 짧은 스페인어로 사과를 하니 아저씨가 일단 타라고 해서 얼떨결에 무임승차를 하게 되었다. 얘기로만 듣던 위험한 멕시코가 아닌 친절하고 활기차고 멋있는 나라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도서관 앞에 도착해 동행을 만나 간단한 얘기를 한 다음 바로 도서관으로 들어갔다. 근데 정말, 사진에서 본 그대로 보자마자 인터스텔라가 생각났다.
공부하는 사람들이 꽤 많아 구경만 하러 온 우리가 방해될 수 있어 오래는 있지 못했다. 한국어로 되어있는 책이 있을까 하며 찾아보려고 했지만, 도서관 규모가 너무 커 조금 뒤적거리다 포기하고 나왔다. 도서관에서 만난 동행분이 다음으로 갈 곳이 있냐고 물었고, 나는 첫날이라 무리하지 않고 이 도서관만 들리는 것이 목표라고 얘기했다. 그랬더니 자기도 오늘 우체국을 가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 했는데, 어차피 나는 스케쥴이 없었으니 같이 움직이기로 했다.
그분이 찾은 곳은 우체국이긴 하지만,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우체국이란 타이틀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궁전 같았다. 실제 이름도 우체국이 아니라 궁전으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내부를 구경할 수 있는 범위가 너무 적어서 아쉬웠다.
우체국까지 구경을 한 다음 저녁까지 시간이 좀 있어서 숙소에 들어가 쉰다고 말하고, 저녁밥을 먹을 때 다시 보기로 했다. 시차 적응을 제대로 못한 상태라 숙소에 들어가 머리를 대니 바로 곯아떨어졌다. 다행히 밥 먹을 시간이 됐을 때 눈이 떠졌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둘 다 레스토랑에 대한 정보가 없어 분위기가 좋아 보이는 곳으로 갔는데, 정말 괜찮았다. 가격도 분위기에 비해 엄청 비싸지 않았고 서비스도 정말 좋았다.
밥을 먹고 일일 동행과 헤어진 다음, 다시 숙소 앞 광장으로 돌아갔다. 낮에도 멋있었지만, 밤의 소깔로 광장은 더 훌륭했다. 특히 각 면마다 각기 다른 조명을 사용해 4면이 다 다른 색으로 화려함을 보여줬다. 숙소로 돌아갔는데 너무 아쉬워 숙소 루프탑으로 가 혼자서 맥주 한 병을 시킨 다음, 야경을 감상했다. 정말 24시간도 채 있지 않았지만, 마지막 여행지인 멕시코로 하루빨리 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이렇게 엄청난 매력이 있는 도시인 줄 일찍 알았더라면...
이 블로그에 있는 모든 사진은 제가 직접 여행지 가서 찍은 것입니다. 사진을 이용하시는 경우 출처를 반드시 남겨주세요.
'여행기(해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막 위 오아시스 (0) | 2021.02.17 |
---|---|
첫 날부터 좋지 않아 (0) | 2021.02.12 |
꿈이 곧 현실로 (0) | 2021.02.03 |
이제는 도전할 때 (0) | 2021.01.29 |
한국인은 불법인 것 (0) | 2021.01.2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