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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해외)

아무런 생명이 살지 않는 호수

by 메르쿠리오 2021. 5. 3.

중남미 여행 - 19일 차 ; 칠레

 

 내 방에 있는 사람들이 분주하게 나갈 준비를 해 덩달아 나도 일찍 깼다. 배가 고파 근처의 빵집을 검색해 칠레식 아침인 엠빠나다로 하루의 시작을 알렸다.

숙소 근처 빵집에서 산 엠빠나다. 파이를 스페인어식으로 썼다가 고친게 매우 인상적이였다. 

 친구와 오늘은 어떤 걸 할까 고민하다 소금호수에 가기로 했다. 물놀이를 하고 싶어서 수영을 배워왔는데, 정작 수영복을 입은 적이 코파카바나에서 딱 한 번밖에 없었다. 사막이라 그런지 투어사까지 약 10분밖에 걸리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너무 햇빛이 뜨거워 한 마트에 들려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다.

사막에서 차가운 음식은 정말 필수인 것 같다. 600원짜리 아이스크림으로 잠시동안 행복을 얻을 수 있었으니...

 아타카마에 여러 투어사 중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는 '안데스 투어사'로 갔다. 여기서 소금호수를 예약하다가 안 사실인데, 어제 숙소에서 예약했던 달의 계곡 투어도 여기서 하면 가격이 훨씬 저렴했다. 특히 한국인들에겐 달의 계곡 투어를 +@로 더 깎아주는 것 같았다. 정보의 중요성을 다시 일깨워 주는 시간이었다.

 예약하고 근처 카페를 들려 바나나 주스를 마시며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티비에선 내가 예전에 자주 봤던 레이디 가가의 텔레폰 뮤비가 나오고 있었다. 정말 오래된 노래인데 아직도 뮤비가 나온다니, 레이디 가가도 여러모로 대단하다.

분명 그제까지만 해도 추워서 몸을 벌벌 떨었는데, 지금은 반팔을 입어도 미치도록 더웠다.

 투어 시간이 다 되어 출발했다. 그런데 소금호수 투어는 한국인들이 잘 안 하는지 우리밖에 없었다. 버스를 타고 가는 길에 정말 심쿵사할 장면을 보았다. 염소, 알파카와 리마(?)가 도로를 건너는 모습이었는데, 그 도도한 표정과 워킹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귀엽고 재밌었다.

리마의 저 당당한 표정은 정말 압권이였다. 패션쇼에서 모델들의 워킹실력 못지 않았다.

 중간엔 작은 허리케인도 보였다. 확실히 남미에 오게 된 뒤로는 도시보다 자연에 대해 더 흥미를 갖게 되는 것 같았다. 자전거를 타고 개인적으로 소금호수를 갈 수도 있다고 하는데, 그랬으면 아마 탈진했을지도 몰랐을 것 같다. 버스로도 한 30분은 가야 소금호수의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뭔가 무서우면서도 신기했다. 작아서 망정이지, 큰 회오리였으면 아마 재난영화를 찍고 있지 않았을까.

 소금호수라고 다 수영이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수영이 가능한 소금호수를 가기 전 플라멩코들이 살고 있는 호수들을 지나쳐 가는데 아쉽게도 플라멩코는 볼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아타카마는 확실히 화산 뷰가 정말 기여도가 크다는 것을 느꼈다. 호수 뒤로 보이는 화산 배경은 봐도 봐도 질리지 않았다.

플라멩코는 우유니에서 아타카마로 넘어갈 때 원없이 봐서 괜찮았다. 하지만 화산 뷰는 봐도 봐도 질리지 않았다.

 2개의 플라멩코가 다니는 소금호수를 지나 드디어 수영이 가능한 소금호수에 도착했다. 소금호수의 보호를 위해 선크림이 불가능하다고 해 선크림을 지우고 들어갔다. 정말로 염분이 높으면 물에 뜰까 생각해봤는데 진짜 무슨 짓을 해도 몸이 둥둥 떴다. 오히려 수영을 안 배우고 왔으면 더 재밌지 않았을까 싶었다. 

남미 전체 투어중에서 소금호수 투어가 기억에 제일 많이 남을정도로 재밌었다. 꼭 다시 갈 수 있기를...

 아무래도 투어사를 끼고 오다 보니 약 한 시간 정도밖에 수영할 시간이 없다 보니 너무 아쉬웠다. 염분 농도가 확실히 높은지 소금호수에 나와 물이 마르니 몸에 부분 부분 소금이 하얗게 굳어 있었다. 사람이 너무 많아 샤워시간도 3분밖에 주지 않아 물로만 헹구는데도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도 투어사를 끼고 오면 이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선셋을 보며 스낵타임을 가지는 것이다. 선셋 포인트로 가 우리가 사진을 찍으며 놀고 있을 때 뒤에서 분주하게 스낵바를 준비하고 있었다. 게다가 페루에서 정말 맛있게 먹었던 피스코 사워까지, 약간은 비싼 투어비가 이제서야 이해가 되는 시점이었다.

이곳에서 우리를 위한 작은 파티를 준비하고 있었다. 소금호수 투어를 할까말까 원래 고민을 정말 많이했는데, 안했으면 무조건 후회했을 것이다.

선셋 파티를 마치고 가는 밤길이 정말 아름다웠다. 확실히 칠레가 관광지는 자연 그대로를 유지하기 위해 관리를 많이 한다고 하던데, 그 때문인지 남미에서 가장 잘 사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별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사막에서의 해 지는 모습은 정말 미치도록 아름다웠다.

 내일 칠레의 수도인 산티아고를 가기 위해선 아침 일찍 버스를 타야 했기 때문에 별 무덤을 오늘도 포기하고 일찍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간단하게 베이커리를 들려 빵을 하나 사서 들어갔다. 내가 생각한 아름다운 사막은 와카치나만 있는 줄 알았는데, 건조함만 남은 아타카마에도 매력이 정말 많았다. 언제 다시 올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꼭 다시 한번 들리고 싶은 마을이다.

어째서 밤 사진이 다 흔들렸는지 모르겠다. 아마 내 설렘과 긴장이 사진으로 표현되지 않았을까.

 


이 블로그에 있는 모든 사진은 제가 직접 여행지 가서 찍은 것입니다. 사진을 이용하시는 경우 출처를 반드시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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