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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해외)

가장 여유로운 하루

by 메르쿠리오 2021. 5. 12.

중남미 여행 - 21일 차 ; 칠레

 

 오랜만에 늦잠도 잤다. 어제까지만 해도 여행 권태기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보단 어쩌면 이때까지 너무 쉼 없이 달려왔던 게 문제였던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점심을 먹기 전까지 숙소에서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친구도 내일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기 때문에 오늘은 시내 구경을 좀 하기로 했다. 길을 걷고 있는데 어떤 알바생이 밥을 먹으러 오라고 손짓했는데, 마치 골목식당에서 조보아가 손님들에게 밥 먹으러 오라고 하는 것처럼 무의식적으로 홀려 들어갔다. 덕분에 예상보다 점심을 일찍 먹게 되었다.

아름다운 알바생 덕분에 먹게 된 점심. 맛은 보이는 그대로의 맛이었다.

 대낮부터 맥주 한잔도 하고 난 뒤 광장으로 나섰다. 이때쯤이 여행 권태기도 권태기였지만 칠레 곳곳에서 시위중이였기때문에 조심히 다녀야 했는데 다행히 산티아고 광장은 조용했다. 날씨도 정말 좋아 마치 바르셀로나의 광장이 떠오를 정도로 좋았다.

확실히 칠레에서부턴 유럽의 느낌이 많이 났다. 약간 다른 점이라면 주변 건물은 서울을 닮았다는 점.

 광장에서 메론을 저렴하게 팔고 있길래 멜론도 구매해서 먹었다. 한국에선 과일을 비싸서인지 귀찮아서인지 잘 안 먹게 되는데, 해외로 나가면 놀랍게도 스스로 과일을 챙겨 먹게 된다. 

한입 딱 먹었을때부터 엄청 높은 당도의 멜론이 단 천원밖에 하지 않았다. 이러니 어떻게 안 사먹을 수 있을까.

 날도 덥고 하다보니 숙소로 돌아가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숙소로 돌아오니 또 나가지 않고 한참을 누워있다 저녁 먹을 시간이 되어 슬슬 나가기로 했다. 가기 전에 집주인에게 우리가 갈 음식점 근처 지하철역이 운행을 안 하길래 왜 안 하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시위 때문에 지하철이 파괴됐단다. 그때부터 안 좋은 예감을 느꼈어야 했는데, 일단은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지하철을 이용할 수 없어 버스를 타고 최대한 가까운곳에 내려 걸어가는데, 시위 현장을 목격하고 말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크게 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도로 곳곳에 최루탄이 날아다니고 있어 저 멀리서 지나가는데도 최루가스 냄새가 났다. 군대 생각이 날 것만 같아 빨리 다른 골목으로 피해 최대한 안전하게 찾은 음식점으로 이동했다.

도로에 최루탄 가스를 뿌려대는 시위대. 평화시위를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대단해 보였다.

 구글맵으로 찾은 이 레스토랑은 스테이크를 한국식으로 구워주었다. 게다가 양도 엄청나게 많아 다른 메뉴는 거들떠보지도 못했다. 짧았지만 같이했던 친구와의 마지막 만찬을 성공적으로 끝내 다행이었다. 식사를 하고 밖에 나오니 아까까지 시위를 한 곳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매력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다행히 떠나기 전 아름다운 산티아고의 모습을 남길 수 있었다.

고기는 턱이 아플정도로 정말 많이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내가 생각한 남미 도시의 느낌을 정확히 보여주었다.

 


이 블로그에 있는 모든 사진은 제가 직접 여행지 가서 찍은 것입니다. 사진을 이용하시는 경우 출처를 반드시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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