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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해외)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도시

by 메르쿠리오 2021. 4. 28.

중남미 여행 - 18일 차 ; 볼리비아, 칠레

 

 해가 뜨기 전 새벽 5시에 출발을 하기로 했는데 얼어붙은 몸 때문에 밍기적대다보니 그보다 살짝 늦게 출발을 했다. 덕분에 출발하기 전 국립공원 숙소 앞에서 일출을 보게 되었다.

어제 정말 고생해서 그런지 일출이 더 아름다워보였다. 

 길 같지도 않은 길을 한참을 달리더니 간헐천에 도착했다. 마치 작은 화산활동이라도 할 것처럼 여기저기서 유황가스를 뿜어대고 있었다.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유황가스 속으로 들어가 봤는데, 엄청난 파마약 냄새가 나 금방 빠져나왔다.

딱봐도 몸에 좋진 않을 것 같지만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들어갔다 유황냄새만 실컷 맡았다.

 유황가스를 탈탈 털어내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자연이 만들어낸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실외 온천이 있었는데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온천을 즐기고 있었다. 역시 서양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에 비하면 덜 예민한 것 같다. 우리는 물기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찝찝해서 잘 안 하는 반면 옷도 훌러덩 벗고 온천으로 들어가는 걸 보니...

손만 살짝 담궈봤는데 물이 따뜻했다. 영하의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화산 활동에 의한 온천을 처음봐서 매우 신기했다.

 그 주변으로는 마치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직접 보는듯한 광경이 펼쳐졌다. 여기에 사는 비쿠냐라는 동물들이 따뜻한 물 위에서 걸어 다니는 걸 보는데, 정말 자연 그 자체의 경이로운 모습이었다.

원래 동물들도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이 장면 이후로 아프리카도 가보고 싶었다.

 온천을 즐기라고 1시간이나 줬지만 결국 우리들 중 아무도 온천에 들어가지 않아 예상보다 더 일찍 출발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칠레의 아타카마로 가는 길이라 그런지 점점 사막의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가 온천에서 일찍 출발해서 그런지 다른 차는 거의 볼 수 없었다. 잠깐 차에서 내려 풍경을 보고 있을 동안 단 2대의 차량밖에는 보지 못했다.

운전하면 로망 중 하나였는데 눈 앞에서 보니 더 흥분됬다. 특히나 저 사막을 끼고 달리는 뷰는 갓벽...

 투어의 막바지에 도착했는지 가이드가 짧은 영어로 뭐라 뭐라 했다. 볼리비아-칠레 국경에 도착하기 전 호수에서 볼리비아의 마지막을 담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볼리비아에는 소금사막만 특별한 게 아니라는 걸 깨달은 좋은 경험이었다.

볼리비아에서 보는 마지막 화산의 모습은 정말 강렬했다. 맘같아선 트레킹도 해보고 싶을정도로 멋있었다.

 출국심사가 끝난 후 1박 2일 동안 고생한 가이드에게 인사를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고생 많이 했는데 팁이라도 줄 걸, 그냥 보낸 게 미안했다. 칠레 입국심사를 진행한 후에 아타카마로 가는 버스로 갈아탔다. 버스에 타자마자 놀랐던 게 확실히 볼리비아는 남미의 최빈국이라는 걸 느꼈다. 볼리비아에선 길이 어딘지도 모르고 그냥 가이드가 가는 대로 오프로드를 달렸는데 칠레는 입국심사대부터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로 가는 길까지 깔끔한 포장도로가 깔려있었다. 칠레가 남미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라고 들었는데 덕분에 가는 길은 정말 편안했다.

볼리비아에선 절대 잠에 들 수 없었는데, 아타카마로 가는 버스는 도로사정이 너무 좋아 20분만에 잠들어버렸다.

 또 하나 좋았던 것은 드디어 고산지대의 막바지에 온 것이었다. 입국심사대는 고도가 약 4600m 정도 되었는데 45분 만에 약 2200m를 내려와 아타카마는 2400m 정도의 비교적 낮은 고도여서 볼리비아에 비하면 정말 뛰어다닐 수 있을 정도로 숨쉬기가 편했다. 아무래도 고산으로 고생을 많이 했기 때문에 고도를 내려간다는 것 자체가 행복했다.

 마을에 도착하니 낮 12시쯤 되어서 예약한 숙소부터 갔다. 여기서 만난 친구는 내가 예약한 숙소에 자리가 없어 근처의 다른 숙소로 예약을 했다. 숙소로 가는데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아타카마가 거리 뷰 한 번에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고개만 돌리면 화산이 보였는데 이게 세상 멋있었다. 그냥 숙소 테라스로 나와 화산만 봐도 행복해 질정도로 뷰가 너무 멋있었다.

CG가 아닌가 싶을정도로 화산이 선명했다. 화산뷰로 힐링하러 온다고들 많이 얘기하던데, 그말이 사실이였다.

 1박 2일 동안 같이 간 팀원들과 점심을 먹기로 했다. 그냥 괜찮아 보이는 곳에 가 자리를 잡았는데, 볼리비아의 물가만 생각하다가 큰코다쳤다. 볼리비아보다 가격이 2~3배는 뛰었다. 칠레와 아르헨티나가 남미에서 물가가 비싼 편이라고 말만 들었는데, 페루와 볼리비아를 지나와서 그런지 더 가격차이가 심하게 느껴졌다.

오일 파스타가 굉장히 맛있었다. 가격이 비싼 값을 해 큰 불만 없이 먹었다.

 점심을 먹고 친구에게 달의 계곡을 갈 거냐고 물어봤지만 가지 않는다고 해 투어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아 숙소에서 예약을 진행했다. 나중에 알게 된 건데, 아타카마에 있는 달의 계곡이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촬영지중 한 곳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 유명한 스팟이 현재로는 위험하다고 판단이 되어 이제는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한다고 한다.

별에서 온 그대보단 '호텔 델 루나'에 뭔가 더 어울릴것 같은 입구였다. 달의 계곡은 대충봐도 라파즈의 몇백배는 돼 보였다.

 입구에서부터 정말 물기 하나 없이 건조한 느낌이 팍팍 들었다. 달의 계곡에서 가장 먼저 본 것은 자연적으로 풍화된 'Tres marias(3명의 마리아)'였다. 이름을 들은 후 다시 보니 정말 피에타의 모습을 띄우는 것 같아 보였다.

3명의 마리아 상이라는 말을 들은 뒤로는 성모 마리아가 예수를 껴안고 있는것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이전에 가본 사막이라고는 페루의 '와카치나'밖에 없어서 정말 아름다운 오아시스를 끼고 있는 마을을 연상했지만, 달의 계곡은 정말 사막 그 자체였다. 너무 척박하고 건조했고 햇빛도 피할 수 없어서 살이 타들어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여기서부터는 그냥 여름이라 기온도 30도에 육박해 다시 고산병이라도 온 듯 한걸음 한걸음 걷기가 힘들었다.

왜 이름이 달의 계곡인지 사실 실감이 잘 나지 않았다. 그냥 내 눈엔 사막,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였다.

 그래도 사이사이로 아타카마에서 시내에서부터 봐온 화산을 보면 어느 정도 치유가 됐다. 원래는 도시를 정말 좋아했는데, 화산이 이렇게 이쁜지 칠레에 와서 처음 알았다. 나중엔 저 화산을 가는 투어가 있다면 꼭 한번 경험해봐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마을에서 본 멋진화산에 한발자국 더 가까워 진 것 같았다.

 투어의 마지막은 일몰 스팟으로 이동했다. 혼자 앉아서 일몰을 바라보는데, 이때 정말 크게 외로움이 몰아쳤던 것 같다. 일몰을 바라보는 동안 낭만적인 아름다움과 고독이 계속해서 교차했던 것 같다.

외로움을 잘 안타는 성격인데, 이런 낭만적인 분위기에선 어쩔수 없었나보다. 만감이 교차했다.

 투어를 마치고 시내로 돌아와 친구에게 연락을 해 같이 저녁을 먹기로 했다. 가이드가 추천해준 간이식당이 모여있는 곳으로 갔는데 꽤나 괜찮았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사막인데도 불구하고 페루에서 정말 맛있게 먹었던 '세비체'가 있었다. 어떻게 사막인데도 세비체가 있을까 생각하다가도 고민 없이 그 메뉴를 시켜 먹었다.

투어가 끝나고 바로 내려준 곳에 이런 맛집이 있었다. 사막에서 세비체를 먹는다는 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식사를 마치고 한국인에게 엄청 유명한 아타카마 십자가 별 무덤을 갈까 하다가, 어차피 별 사진도 찍을 줄 모르는데 그냥 숙소에서 쉬기로 했다. 사실 유튜브 몇 분만 투자하면 별 사진을 찍을 수 있었을 텐데, 그 당시에는 너무 피곤해서 그런지 그런 의욕이 들지 않았다. 덕분에 칠레에도 다시 가야 할 이유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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