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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해외)

우주에 온 걸까

by 메르쿠리오 2021. 4. 19.

중남미 여행 - 16일 차 ; 볼리비아

 

 큰일 났다. 사막이라 건조하고 낮엔 더워서 바지가 금방 마를 줄 알고 밖에 바지를 내놨었는데, 밤이 되니 기온이 뚝 떨어져 엉덩이 부분이 다 마르지 않았었다. 투어는 새벽 3시에 출발하는데 하필 배낭 무게를 줄인다고 드라이기도 안 가져오고 긴바지도 이거 하나밖엔 가지고 있지 않았다. 최대한 투어를 가기 전까지 비볐지만 완전히 마르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입고 갔다. 그래도 다행히 시내 쪽은 그렇게 춥진 않았다.

 데이투어를 같이 진행했던 사람 2명과 같이 스타선라이즈도 하기로 했는데, 우리 팀에 외국인 2명이 추가되어있었다. 그래서 간단히 안사를 하며 대화를 해보니 그 외국인 2명은 우유니 가이드를 하려고 준비하는 사람들이었다. 심지어 한 사람은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가이드를 진행할 거라고 우리에게 한국말도 배우고 카카오톡 친구도 맺었다. 가이드 연습생들은 지금 가는 가이드보다 더 좋은 카메라와 장비를 들고 같이 이동했다.

스타선라이즈를 같이 진행한 팀원들. 가장 맘에 들었던건 가이드 연습생들도 우리를 위한 사진을 찍어준다는것이였다.

 새벽에 소금사막에 처음 도착했을땐, 차에서 내리지 못할 뻔했다. 정말 하늘이 그대로 반사되어 땅에 별이 박혀있는데, 마치 끝없는 우주로 떨어질 것만 같았다. 아쉽게도 그 환상적인 장관은 우기라 그런지 구름이 금세 많이 끼어 오래가지는 못했다. 그래서 나중엔 은하수를 찾기도 힘들어 바지도 말릴 겸 차 안에서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

 카메라 설정을 안배우고 간걸 정말 후회했다. 이렇게 별이 쏟아지는데 기본 카메라 셋팅으로는 별 사진을 담지 못하니 가이드에게만 전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가이드분들이 정말 열심히 사진을 찍어준 덕에 구름 사이로 보이는 수천수만 개의 별들을 담을 수 있었다.

운 좋게도 별똥별이 떨어지는 모습을 희미하지만 사진으로 남길 수 있었다. 쏟아지는 별들을 위해 추위를 버티고 버텼다.

 다른 소품들도 꺼내 열심히 촬영해 보았다. 하지만 역시 시그니처인 손전등에 비해 임팩트가 없었다. 빛이 나는 구슬을 들고 뭔가 멋있게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빛이 생각보다 너무 강해 주변을 너무 밝게 비춰 별들이 사라져버렸다.

마치 B급 도서 표지로 등장할것만 같았던 사진이다. 내 우유니 사진중에 첫 번째 웃음벨...

 밤하늘을 무대로 사진을 찍다 보니 슬슬 일출시간이 다가오려는지 하늘색이 더욱더 신비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눈 앞에 펼쳐졌다. 빛이 생기기 시작하니 일반 카메라 셋팅으로도 보이기 시작했다.

어둠속에서 빛이 자라나는걸 보고 있자니 정말 이세상에 있는게 맞나 싶었다. 판타지라고만 생각했던 평행세계를 보는듯한 느낌을 주었다.

 정말 다른 세계의 문이 열릴 것만 같았다. 가이드 연습생들이 사진을 찍어보겠다고 우리 세명에게 지평선을 바라보라고 한번 말했었다. 근데 이게 내 우유니 사진의 두 번째 웃음 벨이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이걸 찍고나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르겠다. 마치 걸그룹 앨범자켓 같아 보이는...?

 일출 때가 사진 찍기에 정말 바빴다. 하필 카메라 울렁증인지 카메라만 보면 경직되는 나에게 지평선 쪽으로 걸어가는 연출을 해 촬영해보겠다고 했다. 그런데 실제로 춥기도 하고 얼어있으니 몸이 너무 뻣뻣해 마치 로봇처럼 걸어가는 것 같았다.

게다가 걸을때 물을 발로 계속 차서 제대로 반사되지 않아서 가이드의 탄식만 들렸다.

 해가 뜨는 방향만 계속 봐서 몰랐었는데, 어쩌다 뒤를 돌아보니 이번엔 연핑크빛 세상이 찾아왔다. 어떻게 이렇게 보는 방향에 따라 완전히 다른 색의 매력을 뽐내는 건지, 내가 갔던 모든 곳 중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가장 크게 느낀 곳이었다.

 

살면서 이런 곳을 내 두눈으로 본다는거에 정말 감사했다고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한번은 더 여행할 거라고 믿는 우유니 소금사막.

 드디어 소금사막 위로 해가 오르기 시작했다. 마지막 컨셉 촬영으로 축구하는 모습처럼 사진을 찍었다. 아마 내가 찍은 사진 중에 가장 대칭적으로 나오지 않았나 싶었다. 가이드 연습생의 열일로 정말 좋은 사진이 나왔다고 생각했다.

지구상에서 여기보다 아름다운곳이 있을까 싶었다. 내가 이때까지 꿈꿔왔던 우유니의 소금사막은 틀리지 않았다는것을 증명했다.

 해가 어느 정도 높이 올라오자 투어가 끝이 났다. 우유니의 끝이라니, 진짜 아쉬웠다. 그래도 마지막을 이렇게 아름답게 남겨 다음에 다시 올 이유가 생겼다. 다음번에 우유니를 오게 된다면 우유니에만 일주일 넘게 투어를 진행하고 싶을 정도로.

 시내에 도착해 숙소에서 씻고 침대에 누우니 바로 잠이 들었다. 아마 새벽에 찬 공기를 계속해서 맞아서 그렇겠지. 점심쯤 전화가 울려 잠에 깨 전화를 받아보니 아까 같이 투어를 진행했던 2명이 같이 점심을 먹자고 했다. 어차피 내일까지 스케쥴이 제로여서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그래도 양식집을 파는 곳이 있어 실패하지 않겠지라는 생각으로 시켰는데, 확실히 우유니는 음식이 맛이 없는 게 맞는 것 같았다.

평소에 탄산을 잘 먹지 않는데, 여기선 뭔가 음식이 텁텁하고 그래서 오랜만에 탄산을 드링킹했다. 나름 우유니에서 꽤 비싼 집이였는데...

 나온 김에 내일 아타카마로 넘어가는 1박 2일 투어를 신청했다. 이게 차량 1대를 빌려 1박 2일 동안 가는 거라 최대 인원인 6명을 채우지 못하면 가격이 엄청 뛰게 되는데, 아직 나를 포함해서 4명밖에 있지 않았었다. 내일까지 누군가는 여기에 이름을 적겠지 하고 숙소로 돌아와 내일이 될 때까지 하루 종일 뒹굴었다.

 

 


이 블로그에 있는 모든 사진은 제가 직접 여행지 가서 찍은 것입니다. 사진을 이용하시는 경우 출처를 반드시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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