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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해외)

디지털 디톡스

by 메르쿠리오 2021. 4. 23.

중남미 여행 - 17일 차 ; 볼리비아

 

 1박2일동안 우유니를 지나 칠레로 가기 위해 모든 짐을 싸고 투어사 앞으로 갔다. 어젯밤까지만 해도 분명 4명이였는데, 기적처럼 6명을 다 채워 차량 1대에 인당 약 10만원으로 출발할 수 있게 되었다. 가는 길에 소금사막을 들렸다 갈까 기대하기도 했지만, 소금사막을 들리는 건 2박3일 투어이고 우리는 바로 칠레쪽으로 향했다.

 칠레로만 쭉 가면 하루 안에 도착할 수 있지만 1박2일투어로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우유니는 소금사막만 있는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게 아닐까 생각했다. 이 투어를 하면서 처음으로 본 것은 독수리처럼 깎인 바위였다. 자연적으로 이렇게 깎였다는데 사실 지나쳤어도 크게 눈에 들어올 정도는 아니였다. 

독수리바위는 특별한게 없었지만 날이 정말 좋았다. 

 소금사막이 아닌 우유니는 생각도 안해봤는데 의외로 우유니 자체가 자연경관이 정말 뛰어났다. 차를 타고 얼마 안가 또 포토스팟이 나와 계속 정차를 부탁했다. 1박2일이 길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오히려 왜 1박2일, 그보다 2박3일이 더 인기가 많은지 금세 알 수 있었다.

차를 타고 가다가 멋진 풍경이 보이면 기사님에게 부탁해 잠깐 정차하고 포토타임을 수시로 가졌다.

 점심시간이 되었는지 허름한 집에 들러 가이드가 가져온 음식으로 점심을 먹었다. 점심 기대는 하나도 안했는데 오히려 고기도 있었고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아보카도가 정말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작은 도시락통에서 엄청 많은 양의 음식이 나왔다. 1박2일 투어가 처음엔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가면 갈수록 괜찮아 보였다.

 밥을 먹고 바로 다시 출발했다. 좀 더 지나니 저 멀리 플라멩코 무리가 보였다. 정말 아무 정보 없이 1박 2일 투어를 신청했는데, 볼거라고 기대도 안했던 플라멩코는 꽤나 우아했다. 플라멩코는 정말 말로만 듣던 분홍색 피부에 살짝만 건드려도 부서질 것 같은 다리로 아주 잘 걸어다녔다. 근데 너무 고산지대에다가 딱봐도 주변이 황량해 먹을것이 없는지 근처엔 플라멩코 시체로 추정되는 뼛조각들도 보였다.

아무리 봐도 먹을게 없는데 어떻게 여기에 플라멩고가 있는지, 저 갸냘픈 다리뼈만 봐도 플라멩고의 뼈인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볼리비아 국립공원으로 들어가기 전 마지막 스팟은 풍화된 바위였다. 정말 정교하게 깎여 마치 회오리바람이 멈췄을 때의 모습 같았다. 아직까진 다행히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지만 밑동만 계속 깎이다보면 언젠간 무너질 것 같아 아찔해 보이기도 했다.

꽤나 멋있었던 '회오리 바위'. 누군가 살짝만 건드려도 넘어 엎어질 것 같았다.

 국립공원으로 들어오니 더 기가막힌 장면을 보았다. 아까 본 플라멩코는 맛보기였는지 이 국립공원에선 대충 눈대중으로 봐도 수천마리의 플라멩코가 보였다. 꼭 적혈구가 혈관을 타고 다니는것처럼 플라멩코 무리가 강가에 모여다녔다. 아마 살면서 볼 플라멩코를 오늘 다 보지 않았을까 싶었다.

얼핏 보면 정말 징그럽게도 많은 플라멩고들이였다. 아쉽게도 국립공원이라 멀리서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해가 기울기 전에 국립공원 안에 있는 임시 숙소로 들어왔다. 점심때부터 데이터가 안터지기 시작해서 숙소에선 데이터가 터질까 기대했지만, 그런건 없었다. 우유니 소금사막 한가운데에서도 데이터가 터지던 유심칩이였는데...

 방문을 열었는데 이런곳에서 잠을 자다니 군대가 떠오를정도로 열악했다. 그래도 신기한건 화장실에서 따뜻한 물이 나온다는 것이였다. 그래서 샤워를 할까 고민했지만 결국 귀차니즘에 못이겨 샤워를 하진 않았다.

 밥을 먹기 전 팀원 중 한명이 담배를 주었다. 어차피 데이터도 안터지고 할 게 없어 오랜만에 같이 담배를 피는데, 다 필때쯤 머리가 핑 돌기 시작했다. 고도를 확인해보니 4,500m가 넘는 엄청난 고산지대였다. 고산지대 적응은 이제 다 끝난줄 알았는데 아직도 멀었나보다. 하필 그때 저녁준비가 다 되었다고 오라고 해 자리에 가서 소세지를 한입 먹었는데 무슨 소금사막을 먹는 듯한 느낌이였다. 안그래도 어지러운데 이런 밥까진 못먹을 것 같아 그냥 한입만 먹고 방에 들어가 기절하듯이 잤다. 

 밖에서 들리는 요란한 소리에 잠에서 깼다. 휴대폰 시간을 보니 밤 11시쯤 되어 있었다. 입구에 나와 하늘을 보는데, 정말 스타선라이즈때보다 더 많은 별이 보였다. 심지어 여긴 국립공원이라 이 집 말고는 빛이 아얘 없어서 그런지 정말 쏟아질것만 같았다. 휴대폰으로 촬영하려고 했지만 역시 셋팅이 되어있지 않은 카메라로는 쏟아지는 별들을 담을 수 없었다. 한 외국인 친구가 나오더니 차에 시동을 켰다. 스페인어로 나한테 뭐라 그랬는데 늬앙스가 너도 같이 드라이브 나갈래? 라고 했던것 같았다. 하지만 그냥 난 여기서 별이나 바라보겠다고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같이 드라이브라도 나갈걸, 하염없이 앉아서 별을 보다가 새벽공기가 너무 차 숙소로 돌아가 다시 잠을 청했다.

 


이 블로그에 있는 모든 사진은 제가 직접 여행지 가서 찍은 것입니다. 사진을 이용하시는 경우 출처를 반드시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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