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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해외)

나에게 꿈을 주던 곳

by 메르쿠리오 2021. 4. 9.

중남미 여행 - 14일 차 ; 볼리비아

 

 나에게 여행이란 꿈을 꾸게 해 준 그곳, 우유니를 가는 날이 왔다. 오전 8시 비행기였지만 어제 끔찍한 교통체증을 겪었기 때문에 일찍 나갔다. 어제 만난 동행도 오늘 같은 비행기를 타고 우유니로 건너간다고 해 아침 일찍 어제 처음 만났던 장소인 뮤지엄 앞에서 다시 보기로 했다.

새벽 6시의 라파즈 뮤지엄 앞 광장. 지금 시간에도 사람이 꽤 보였다.

 이곳에서 택시를 타고 공항까지는 약 2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다행히 새벽에는 차가 별로 없어서 여유롭게 공항에 도착해 체크인을 하려는데, 남미에서 첫 공항 지연을 겪게 되었다. 우리에게 티켓을 주는데 보딩타임이 10시 반으로 되어있었다. 분명 8시여야 하는데 잘못 인쇄된 걸까, 물어보고 오니 사과 한마디도 없이 지연이 됐다는 말밖엔 하지 않았다. 옆에 있던 한 노부부는 심지어 12시에 스냅 촬영을 예약했다고 하는데 우리도 화가 나지만 저분은 얼마나 더 화가 날까, 그런데도 아무 말 안 하는 직원들이 정말 미워 보였다.

 그렇게 약 3시간을 공항에서 노숙하며 비행기에 탑승했다. 처음엔 비행기를 탈까 버스를 탈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볼리비아가 남미 중에서도 최빈국이고 그래서 도로 사정이 정말 좋지 않아 라파즈에서 우유니를 가는 길이 지옥이라는 글을 많이 봐 돈을 좀 더 주고라도 비행기를 타자는 마인드로 예약을 했었다. 그런데 선택을 정말 잘했다고 생각되는 게 가는 길에 항공 샷으로 보는 소금사막들이 정말 아름답게 보였다. 시간에 따라 계속해서 바뀌는 모습이 정말 일품이었다. 거기다 오래 걸리지도 않아 돈을 조금 더 써서 몸과 시간 둘 다 챙기는 것이 이득일 것 같다.

항공에서만 볼 수 있는 우유니의 특이한 지형 뷰. 이거 하나만으로도 비싼 비행기를 탈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우유니에 도착했는데 정말 소금사막 말곤 아무것도 없는지 공항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헬리콥터 정차하는 곳처럼 잠시 비행기가 정차하는 용도로만 지어진 곳 같았다. 더 충격적인 건 우리가 비행기에서 내리더니 갑자기 군인들이 비행기 쪽으로 왔는데, 알고 보니 짐을 날라주는 컨베이어 벨트가 따로 없어서 군인들이 직접 승객들의 짐을 갖다 주었다. 볼리비아도 우리나라처럼 군인을 저렴하게(?) 굴리는 것 같았다. 

정말 작은 비행기에서 내리면 공항이라고는 절대 볼 수 없는 공항에 도착해 내려준다. 거기다 군인들이 짐을 옮겨주는건 덤.

 숙소에 들려 짐을 풀고 난 뒤 남는 시간을 알차게 쓰기 위해 바로 투어 신청을 하러 갔다. 한국인에게 유명한 3대 투어사가 있는데 그곳은 전부 한국인들로 바글바글했다. 처음에는 우유니가 아닌 홍대 9번 출구에 왔다고 착각할 정도로... 

 예약을 마치고 남는 시간은 우유니 동네 한 바퀴를 돌기로 했다. 근데 정말 할 게 없었다. 과장이 아니라 구경할 거리조차 없었다. 게다가 동네도 정말 코딱지만 해 구경하는데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땡볕같은 날씨에 그나마 볼거라곤 지나다니는 들개들 뿐이였다. 

 숙소에서 짐 정리를 끝내고 투어 시간에 맞춰 나갔다. 우리 팀은 한국인 6명으로 꽉꽉 채워져 있었다. 한참을 달려 소금사막에 도착했을 땐 처음엔 내가 생각한 모습은 아니었다. 하늘과 땅이 완전히 비치는 모습을 생각했는데 물론 물이 차있는 곳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새하얀 눈밭에 온듯한 느낌이었다. 정말 눈이 너무 부셔서 썬글라스를 끼지 않으면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생각보다 물이 많이 차있었던 소금사막. 하지만 강한 바람때문인지 완전히 비쳐서 보이지는 않았다

친구가 어린왕자 표지 모델인줄 알았다며 놀렸던 사진. 판쵸가 안어울리는걸 보니 안사길 잘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오후 4시에 하는 투어이다 보니 금방 노을이 지기 시작했다. 투어 이름부터 '선셋 스타투어'인 만큼, 이때부터 바빠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한 것은 타임랩스 촬영이었는데, 처음부터 어려운 미션이었다. 포즈가 9개나 되어 외우면서 재촬영하다가 해가 꼴까닥 넘어갈 판이었다.

우유니에 오면 모두 한번씩은 해본다는 타임랩스. 하지만 생각보다 엄청 어려웠다.

 바람이 워낙 강해 제대로 반사된 우유니를 볼 수 없는 게 너무 아쉬웠지만, 아직 나에겐 우유니에 3일이란 시간이 더 있었다. 그리고 지평선 아래로 들어가는 태양을 우유니에서 직접 본다는 것 자체가 정말 큰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이 아름답다는 것을 이 '우유니 소금사막'에서 가장 크게 느낄 수 있었다.

카라멜 솜사탕을 만들기 시작하는 우유니의 하늘. 정말 환상적이란 표현은 우유니를 보고 만들지 않았을까.

 해가 완전히 저물고 밤이 되니 우유니의 두 번째 미션이 시작되었다. 까만 하늘에 휴대폰 불빛만 이용하여 그림이나 문자를 만드는 건데, 우리에게는 아이디어가 없어 식상한 우유니를 그리기로 했다. 

투어 인원을 제외하고 인공빛이 없는 세상은 처음이였다. 카메라로 대충 찍는데도 이 글자 말고도 별이 보일정도면...

 마지막 미션으로 은하수에 빛을 쏘는 사진을 찍었다. 야간의 우유니 사진을 보면 정말 많이 보던 사진이었는데, 가이드분들이 정말 친절한 게 비싼 돈을 내고 스냅샷을 신청하지 않아도 무료로 별 사진을 찍어주었다. 물론 전문적으로 스냅샷을 찍어주는 분들과 퀄리티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무료로 해주는데도 이 정도 퀄리티를 뽑아내 주어서 지금 생각해보면 가이드에게 팁도 안 준 게 너무 미안할 정도였다.

물론 사진만 찍고 보정은 따로 해주지 않았지만, 정말 내 눈에서만 보이던 쏟아지는 별을 카메라로 담아준것만으로도 감사했다.

 쏟아지는 별을 보며 사진을 찍다 보니 어느새 벌써 투어의 끝이 보였다. 마을에 돌아오니 배가 고팠는데 마침 여기 맛있는 햄버거 노점상 집이 있다고 얘기해 투어 인원 전부다 햄버거 집에가 야식을 먹었다. 한화로 약 천 원 정도 했던 것 같은데, 볼리비아의 인 앤 아웃이라고 불려도 될 수준이었다. 내일도 새하얀 우유니를 위해 일찍 잠에 들 준비를 했다.

감자튀김은 햄버거 안에다 집어넣어주셨다. 정말 야식으로는 기억에 많이 남았던 음식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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