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기(해외)

세계에서 가장 큰 거울

by 메르쿠리오 2021. 4. 14.

중남미 여행 - 15일 차 ; 볼리비아

 

 어제의 소금사막 투어는 진짜였을까, 정말 듣던 대로 이 세상이 아닌 것 같았다. 선셋 스타 투어만으로도 이렇게 가슴이 벅찬데 빨리 데이투어와 스타 선라이즈 투어도 진행해보고 싶었다. 

 씻고 바로 데이투어 장소로 나갔다. 어제와는 다른 멤버로 구성되어있었다. 그래봐야 다 한국인이기 때문에 인사를 하고 투어를 진행하러 나갔다. 소금사막에 가기 전 작은 시장 같은 곳을 들러 볼리비아가 적힌 모자를 하나 샀다. 어제 한 선셋 스타 투어도 햇빛이 장난 아니었지만, 오늘은 끝날 때까지 엄청난 햇빛이 기다리고 있을 거란 직감에 큰 모자를 사서 쓰고 썬크림도 귀에까지 발랐다. 소금사막으로 가기 전 가이드가 데이투어용 소품을 꺼내 정리하고 있었다. 공룡과 프링글스 등이 등장했는데 데이투어는 정말 많이 찾아봐서 소품을 보자마자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한눈에 보였다.

우유니 데이투어에서 공룡이 빠지는 투어는 정말 한번도 못본것 같다.

 드디어 어제 왔던 그곳에 다시 도착했다. 데이투어는 소금사막의 건조한 곳을 첫번쨰로 왔는데 정말 이보다 하얀 곳이 있을까, 썬글라스 없이는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세상이 하얬다.

마치 새하얀 눈밭을 달리는 듯한 우유니 소금사막의 모습. 하지만 여름이라 낮에는 무척 더웠다.

 본격적으로 투어를 진행하기 전 페루에서 사온 알파카 인형과 원근법을 이용해 싸우는 장면을 연출하고 싶었는데 내가 전달을 잘 못해서 이상한 사진밖에 건질 수 없었다.

사진을 찍으면 찍을수록 남는건 점점 더 귀여워지는 알파카인형뿐이였다.

 가이드가 준비를 끝내고 우리를 불렀다. 가이드가 거의 스페인어밖에 하지 못했지만 소통은 필요 없었다. 다들 적극적이고 활발해 가이드가 꽤나 깐깐한데도 불구하고 작업 진행도 금방금방 끝낼 수 있었다. 

고산지대에서 점프하는게 여간 힘든게 아니였다. 그래도 컨셉사진을 위해서 쉬지않고 뛰었다.

 원근법 컨셉 사진을 어느 정도 찍은 뒤 물이 차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내가 서있는 곳으로부터 완전히 비치는 우유니 소금사막을 생각했지만 아쉽게도 바람이 많이 불어 생각처럼 데칼코마니가 많이 되지는 않았다. 

바람도 많이 불었고 우기임에도 불구하고 물이 그렇게 많이 차있지 않았었다. 아쉽긴 했지만 처음이자 마지막 데이투어여서 다음을 기약했다.

 분명이 데이투어를 예약할 때 우리는 국기동산과 기차 무덤을 포함해 가는 걸로 예약을 했는데, 가이드는 소금사막 이후로 끝이라고 얘기했다. 이게 무슨 일인지, 바로 어제 예약했던 사람과 통화했다. 우리는 분명 두 군데를 포함했는데 어떻게 된 거냐, 실랑이를 한 5분 정도 벌였다. 결국 담당자가 가이드와 얘기해 국기동산은 가지 못해도 기차 무덤을 들렀다 가기로 했다. 개인적으로 우유니에서 소금사막 말고도 정말 가고 싶었던 곳 중 하나였는데, 좋게 생각해서 다음에 다시 올 이유가 생겼다고 생각한 뒤 기차 무덤으로 갔다.

 말만 들었을땐 좀 으슥해 보일 수도 있는데, 다른 거 없이 그냥 폐 기차를 버려놓은 곳이었다. 관리가 하나도 되어있지 않아 위험할 수도 있지만 뭔가 매드 맥스 촬영장을 온 것 같기도 하고 사막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것이 나에겐 꽤 매력적으로 보였다.

보통 기차무덤을 들린다면 소금사막에 가기 전 들린다는데, 우리는 소금사막을 갔다온 뒤 들려 사람이 없어서 정말 좋았다.

 가이드는 우리랑 작은 다툼을 한 뒤 짜증이 난건지 피곤한 건지 차 안에서 나오지도 않았다. 그래서 폐 기차의 이곳저곳을 들어가 우리끼리 사진을 찍었다. 사실 올라가거나 들어가도 되나 긴가민가 했는데 한 아랍 쪽 여성분이 무려 드레스를 입고 기차 무덤 위에서 사진을 찍는 걸 보고 우리도 따라 올라가서 사진을 찍었다.

정말 방치되어있는 상태라 올라가기 조금 힘든 부분이 있었지만, 그래도 블록버스터 촬영을 하는것처럼 재밌었다.

 기차무덤에서 한참을 놀고 있으니 가이드가 슬슬 가자고 우리를 불렀다. 기차 무덤을 마지막으로 데이투어를 마치고 투어팀과 같이 밥을 먹으러 갔다. 팀원 중 한 명이 여기 시장에 닭곰탕을 파는 곳을 안다고 해 오랜만에 한식같이 국물이 땡겨 다들 그쪽으로 갔다.

 우리가 간곳이 우유니에서 가장 큰 시장인지 종류도 그렇고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시장 끝쪽에 있는 식당으로 가 닭곰탕을 시켜서 먹는데, 시장에서 키우는 건진 몰라도 큰 들개가 들어왔다. 밥을 먹고 있는 우리 주변으로 계속 서성이며 애교를 부려 자꾸 먹을걸 달라는 듯한 눈치를 주었다. 

가격이 싼 만큼 고기가 그렇게 많이 들어있지는 않았는데, 귀여운 댕댕이가 꼬리를 흔드는데 고기를 안 줄수가 없었다.

 밥을 다 먹고 간단하게 먹을 저녁거리까지 장을 본 뒤 투어 인원과 헤어졌다. 숙소에 와 장본 음식들을 정리한 후 휴대폰을 하다 너무 심심해 밖으로 나갔다. 이곳에 스냅사진작가들이 모여있는 '우유니 의상실'이라는 곳에서 한국 라면을 판다는 소식을 듣고 의상실로 갔다. 그런데 문이 닫혀있어 동네나 구경할 겸 조금 걷다 보니 아이스크림을 파는 아줌마가 보였다. 일교차가 거의 30도는 되는 듯 낮에는 엄청 더웠기 때문에 고민 없이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기분이였다. 싸구려 아이스크림이지만 이때만큼은 베스킨라빈스 부럽지 않았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멍하니 있다 보니 한 한국분이 왔다. 다행히 그분이 관계자여서 문을 열어주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또 꿀팁으로 우유니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파는 곳을 알려주었다. 땡볕의 사막에서 물보다 더 단비같은 아.아. 라니, 아마 얼죽아 멤버들은 무조건 그 카페만 이용하지 않을까 싶었다. 라면을 사고 바로 카페로 향해 한 모금 빨았다. 우리나라랑 다르게 샷을 부은 다음 얼음을 넣어서(샷도 1샷만 들어가는 것 같다.) 매우 연했지만, 그래도 이게 어딘가 하고 한입 두입 빨더니 신기루마냥 금세 사라져 버렸다.

한 입 먹는순간 정말 내가 그리워했 맛이 눈 앞에 펼쳐졌다. 돈조절한다고 한 번만 시켜먹은게 후회됐다.

 숙소에 들어와 오늘 소금에 절여진 바지를 빨고 휴대폰으로 영화를 보니 우유니에도 해가 지기 시작했다. 간단하게 아까 마트에서 산 감자조림과 소세지를 잘라 라면에 첨가해 넣어먹었다. 이제와 보니 젓가락이 없어서 라면을 포크로 처음 먹어봤는데 정말 세상 불편했다. 새벽에 우유니의 마지막 투어인 '스타 선라이즈'를 가기 위해 일찍 잠에 들었다.

우유니에 오면 반드시 의상실에 들려 라면을 사 먹는걸 추천한다. 지구 반대편에서 먹는 라면보다 맛있는 라면이 있을까.

 

 


이 블로그에 있는 모든 사진은 제가 직접 여행지 가서 찍은 것입니다. 사진을 이용하시는 경우 출처를 반드시 남겨주세요.

'여행기(해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디지털 디톡스  (0) 2021.04.23
우주에 온 걸까  (0) 2021.04.19
나에게 꿈을 주던 곳  (0) 2021.04.09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도  (0) 2021.04.05
세계에서 가장 높은 호수  (0) 2021.03.3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