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행 - 12일 차 ; 시카고
하필 비행기도 예정된 시간보다 더 빠르게 도착해 새벽 4시 반쯤 시카고에 착륙했다. 4시 반이면 분명 얼리 체크인도 안될 것이 뻔해 그냥 동생과 아침이 될 때까지 공항에서 노숙을 하기로 했다. 서부와 다르게 동부는 그중에서도 시카고가 춥다고 얘기는 들었는데, 정말 이렇게까지 추울 줄은 몰랐다. 동생과 나 둘 다 두꺼운 외투는 챙겨 올 생각도 안 했어서 항공점퍼나 자켓만 가져왔는데, 시카고 공항에서 노숙을 하며 가끔씩 문이 열릴 때마다 시카고의 칼바람에 자동으로 잠이 깨졌다. 그래도 꽤 안쪽에서 노숙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공항 자체가 좁은 건지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정말 죽을 맛이었다.
지옥 같은 5시간이 지났을 때, 동생한테 이건 도저히 아닌 것 같아서 동생과 나갈 준비를 했다. 캐리어에서 최대한 옷을 더 꺼내 입고 택시를 불렀는데, 택시를 기다리는 그 10분 동안 군대 생각이 절로 났다. 벌벌 떨며 일단 숙소로 이동했다. 하필 방에 청소된 자리가 없어 얼리 체크인이 불가능하다고 해 캐리어만 맡기고 동생과 아울렛으로 갔다. 가서 두꺼운 추위를 이길만한 옷들을 좀 사고 구경을 하니 다행히 체크인 시간이 훨씬 지났다. 그래서 동생과 쇼핑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가 짐 정리와 샤워를 하고 좀 쉬니 어느덧 시간이 5시가 되었다.
사실 시카고에는 딱히 올 생각이 없었지만, 다른 큰아빠가 시카고에 살고 계셔서 방문 차 왔는데 큰아빠가 지금 만날 상황이 되지 않는다고 해 시카고 일정을 줄이고 시카고에선 '시카고 피자'만 먹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래서 동생과 시카고에서 양대산맥이라고 불리는 곳 중 한 곳인 '지오다노스' 피자집을 갔다.
점심도 아울렛에서 대충 챙겨 먹어 배가 많이 고파 빠르게 클래식 시카고 피자를 시켰다. 피자가 두꺼워서 그런 건지 아니면 배가 고파서 그런 건진 모르겠지만 꽤 오래 걸렸던 것 같다. 인내의 시간이 지나고 피자가 왔을 땐 정말 감동이었다. 시카고에서 시카고 피자를 먹는 날이 진짜 오는구나... 엄청난 치즈 양에 동생과 피자 홀릭이 돼버렸다.
양이 많을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한국에선 그래도 피자를 4조각 까지는 먹을 수 있었던 나인데 2조각을 먹으니 배가 터질 것만 같았다. 동생도 2조각을 겨우 먹고 남은 피자는 포장해 가기로 했다.
배에 음식이 좀 차니 몸이 좀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서야 정신이 좀 돌아오는지 시카고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확실히 서부와는 엄청 다른, 서울과 같은 대도시의 느낌이 들었다. 시카고의 오페라 하우스를 지나 호텔로 돌아갔다. 새벽부터 너무 피곤해 동생과 사실 시카고의 목적은 달성했으니 오늘은 쉬는 게 좋다고 해 들어가 일찍 잠을 청했다.
이 블로그에 있는 모든 사진은 제가 직접 여행지 가서 찍은 것입니다. 사진을 이용하시는 경우 출처를 반드시 남겨주세요.
'여행기(해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뉴요커 따라잡기 (0) | 2020.08.14 |
---|---|
칼바람을 뚫고 (0) | 2020.08.12 |
거대한 협곡 (0) | 2020.08.07 |
수 많은 수식어를 가진 곳 (0) | 2020.08.05 |
라스 베가스 플렉스 (0) | 2020.08.0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