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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해외)

마치 혹한기 훈련

by 메르쿠리오 2020. 8. 10.

미국 여행 - 12일 차 ; 시카고

 

 하필 비행기도 예정된 시간보다 더 빠르게 도착해 새벽 4시 반쯤 시카고에 착륙했다. 4시 반이면 분명 얼리 체크인도 안될 것이 뻔해 그냥 동생과 아침이 될 때까지 공항에서 노숙을 하기로 했다. 서부와 다르게 동부는 그중에서도 시카고가 춥다고 얘기는 들었는데, 정말 이렇게까지 추울 줄은 몰랐다. 동생과 나 둘 다 두꺼운 외투는 챙겨 올 생각도 안 했어서 항공점퍼나 자켓만 가져왔는데, 시카고 공항에서 노숙을 하며 가끔씩 문이 열릴 때마다 시카고의 칼바람에 자동으로 잠이 깨졌다. 그래도 꽤 안쪽에서 노숙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공항 자체가 좁은 건지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정말 죽을 맛이었다.

 지옥 같은 5시간이 지났을 때, 동생한테 이건 도저히 아닌 것 같아서 동생과 나갈 준비를 했다. 캐리어에서 최대한 옷을 더 꺼내 입고 택시를 불렀는데, 택시를 기다리는 그 10분 동안 군대 생각이 절로 났다. 벌벌 떨며 일단 숙소로 이동했다. 하필 방에 청소된 자리가 없어 얼리 체크인이 불가능하다고 해 캐리어만 맡기고 동생과 아울렛으로 갔다. 가서 두꺼운 추위를 이길만한 옷들을 좀 사고 구경을 하니 다행히 체크인 시간이 훨씬 지났다. 그래서 동생과 쇼핑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가 짐 정리와 샤워를 하고 좀 쉬니 어느덧 시간이 5시가 되었다. 

 사실 시카고에는 딱히 올 생각이 없었지만, 다른 큰아빠가 시카고에 살고 계셔서 방문 차 왔는데 큰아빠가 지금 만날 상황이 되지 않는다고 해 시카고 일정을 줄이고 시카고에선 '시카고 피자'만 먹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래서 동생과 시카고에서 양대산맥이라고 불리는 곳 중 한 곳인 '지오다노스' 피자집을 갔다.

애매한 시간이여서 그랬는지 꽤 한가했던 '지오다노스'. 인테리어가 찐 미국피자집 느낌이였다.

 점심도 아울렛에서 대충 챙겨 먹어 배가 많이 고파 빠르게 클래식 시카고 피자를 시켰다. 피자가 두꺼워서 그런 건지 아니면 배가 고파서 그런 건진 모르겠지만 꽤 오래 걸렸던 것 같다. 인내의 시간이 지나고 피자가 왔을 땐 정말 감동이었다. 시카고에서 시카고 피자를 먹는 날이 진짜 오는구나... 엄청난 치즈 양에 동생과 피자 홀릭이 돼버렸다.

신기하게도 토핑이 위가 아닌 안에 들어가있었다. 그래서 토핑 흐를 걱정도 없었고 치즈도 너무 맛있었다.

 양이 많을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한국에선 그래도 피자를 4조각 까지는 먹을 수 있었던 나인데 2조각을 먹으니 배가 터질 것만 같았다. 동생도 2조각을 겨우 먹고 남은 피자는 포장해 가기로 했다. 

 배에 음식이 좀 차니 몸이 좀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서야 정신이 좀 돌아오는지 시카고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확실히 서부와는 엄청 다른, 서울과 같은 대도시의 느낌이 들었다. 시카고의 오페라 하우스를 지나 호텔로 돌아갔다. 새벽부터 너무 피곤해 동생과 사실 시카고의 목적은 달성했으니 오늘은 쉬는 게 좋다고 해 들어가 일찍 잠을 청했다.

화려한 고층 건물들이 많은 시카고. 내일 시카고의 모습을 제대로 보기를 기원하며 오페라 하우스를 마지막으로 쉬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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