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여행 - 12일 차 ; 볼리비아
페루에서 볼리비아를 가는 버스를 타면 아침엔 집중해야한다. 실질적으로 페루 쿠스코에서 볼리비아 코파카바나를 가는 버스는 공식적으로는 없다고들 얘기한다. 그래서 버스 터미널에서 코파카바나를 가는 버스를 예약해도 아침에 코파카바나에서 내려달란 말을 하지 않으면 라파즈로 바로 가버리기 때문에, 직원이 아침에 한번 순회를 돌 때 반드시 얘기해 줘야 한다. 이걸 놓쳐서 실제로 그냥 라파즈로 갔다는 후기가 심심찮게 있다.
여튼 다행히 나를 포함해 4명이 코파카바나에서 내리길 원해 페루 국경 앞에서 내리게 되었다. 4명중 3명이 한국인이였고 한명만 외국인이였다. 그래서 인사를 하고 코파카바나에서 시간이 맞으면 한번 만나기로 했다. 버스가 내린 곳에서 바로 택시로 갈아타 페루 국경 앞까지 갔다. 저 작은 문을 지나면 바로 볼리비아라니, 유럽에서부터 느낀거지만 우리나라는 특수한 경우에 있기 때문에 국경을 이렇게 쉽게 넘나드는게 정말 신기했다.
국경을 넘어가려고 하는데 현지 사람들이 '꼬레아노'를 외치며 사진을 같이 찍자고 달려들었다. 확실히 BTS효과가 대단하긴 한거같다. 그냥 일반 한국사람인데도 불구하고 페루에서부터 무수한 사진 요청이 들어왔다. 사진을 찍고 페루 국가 사인도 잊지 않고 찍었다. 한국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출국절차를 마친 뒤 국경을 넘었다.
볼리비아에서도 마찬가지로 입국절차를 받았다. 남미에서 아마 유일하게 비자가 필요한 곳이 볼리비아여서 비자를 발급받은 뒤에는 반드시 기간 내에 볼리비아에 입국해야하고, 재입국은 불가할정도로 엄청 철저히 관리되었다. 그래서 입국절차도 까다롭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미국에 비하면 새발의 피였다.
입국절차를 마치고 바로 환전부터 했다. 국경쪽은 환율을 잘 안쳐줄까 걱정햇는데, 페루의 화폐인 솔과 달러 둘다 괜찮은 환율을 보여주었다.
국경에서 만난 한국분들이랑 좀있다 다시 만나기로 하고 티티카카 호수쪽으로 갔다. 직접 눈으로 보니 호수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정말 사람들이 바다라고 생각할만했다. 약 3800미터 위에 있는 바다같은 호수라니... 판타지라는 말밖엔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원래 코파카바나는 라파즈를 들리기 전 쉬어가는 구간으로 저녁에 라파즈를 갈 생각이였지만, 바로 마음을 바꿨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바로 부킹닷컴을 켰다. 근데 코파카바나는 특이하게도 어플보다 메일이나 직접 발품해야만 숙소 예약이 가능한곳이 많았다. 그런걸 몰랐던 나는 숙소가 왜이리 없을까 하며 몇 안되는 곳에 예약을 했는데, 다행히도 위치가 티티카카 호수 바로 앞이여서 숙소에 있는것만으로도 힐링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신기하게도 숙소는 비건들이 운영하는 숙소라 매우 친환경적이였다. 조식도 비건식으로 나온다고 해 조식은 바로 신청하지않았다(어쩌면 어제 점심에 먹고 너무 배가 고파서 고민했을수도 있다.). 바로 배정받은 방에 짐을 풀고 코파카바나의 매력 중 하나인 우리나라의 포장마차처럼 되어있는 식당에 갔다. 여기서 국경 친구들과 만나 같이 밥을 먹었다. 생선을 엄청 선호하는 편은 아니지만 호수에서 나온 물고기를 여기서 바로 튀겨주니 정말 맛있었다. 생선 아래에는 밥도 있어서 한식처럼 먹을 수 있었다.
밥을 먹고 호수를 둘러보는데 정말 바다에 온것처럼 레저(혹은 빠지)가 구성이 되어있었다. 바나나보트와 요트 등 제대로 수영을 배운 뒤 처음 온 바다(사실은 호수이지만)이기 때문에 정말 설렜다.
레저를 즐기기 위해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다시 만나기로 했다. 고산지대이지만 확실히 여름이라 기온이 엄청 높았다. 그래서 당연히 호숫물도 따뜻할 줄 알았는데 바나나 보트를 타고 달리는 순간 물이 튀는데 정말 얼음장같았다. 렌즈를 끼고 갔는데, 정말 물이 얼굴에 엄청튀어 눈뜨기도 힘들었고 나중에는 결국 렌즈가 돌아가기까지 했다. 그런데 그렇게 고생해서 탔으면서도 재밌어서 나중에 한번 더탔다. 한번 타는데도 가격이 인당 한화로 약 3,000원 정도밖에 하지 않아 부담이 없었다.
바나나보트를 타고난 뒤 온몸이 다 젖었는데 제대로 말리지 않아서 그런걸까, 놀다가 숙소로 돌아가니 몸살이 난 듯 으슬으슬 떨리기 시작했다. 빠르게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말렸지만 이미 늦은듯 했다. 방에서 숙소를 바라보니 정말 평화로웠다. 휴식을 취하기 위해 숙소에 있는 해먹으로 가 잠시 누워있었는데, 한 꼬마아이가 왔다. 중남미에 오기전 열심히 공부한 짧은 스페인어로 'Cómo te llamas(이름이 뭐니)?'라고 물으니 'Azul(파랑)'이라고 했다. Azul, 정말 파란 티티카카 호수에 사는 것처럼 어울리는 이름이였다.
아이의 아빠가 찾아와 아이를 돌봐줘서 고맙다고 하고 아이랑 작별인사를 했다. 몸살기로 많이 지쳐있어서 숙소에서 한숨 자고 일어났다. 해가 저물기 시작할때 일어나 나와서 구름에 가려진 노을을 감상했다. 어떻게 이렇게 평화로울수 있을까. 해 지는 모습의 티티카카 호수를 한참동안 바라봤다.
볼리비아에선 페루 유심이 터지지 않아 밖에선 데이터를 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원래 아까 낮에 만났던 사람들과 만나서 저녁을 먹을까 했지만, 코파카바나는 길에서 와이파이도 잘 되지 않아 그냥 혼자 식당을 찾아 나섰다. 분위기있어보이는 식당을 찾아 들어갔는데 관광지임에도 불구하고 확실히 물가가 엄청나게 저렴했다. 셋트메뉴로 나와있는 수프+스테이크와 몸살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맥주가 너무 땡겨서 맥주도 한잔 시켰다. 천천히 음식을 먹고 있는데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주인장이 서비스로 초콜릿 소스를 토핑한 컷팅된 바나나를 주었다. 원래 초콜릿을 별로 좋아하진 않는데 남은 맥주와 같이먹기엔 나름 괜찮은 조합이였다. 밥을 먹고 호숫바람을 좀 쐐다가 몸이 더 으슬으슬해져 들어가 다시 숙면을 취했다.
이 블로그에 있는 모든 사진은 제가 직접 여행지 가서 찍은 것입니다. 사진을 이용하시는 경우 출처를 반드시 남겨주세요.
'여행기(해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에게 꿈을 주던 곳 (0) | 2021.04.09 |
---|---|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도 (0) | 2021.04.05 |
마지막날 만난 사기꾼 (0) | 2021.03.26 |
알록달록 무지개산 (0) | 2021.03.22 |
시간을 잃어버린 공중도시 (0) | 2021.03.1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