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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해외)

남미의 파리, 그 마지막 모습

by 메르쿠리오 2021. 7. 12.

중남미 여행 - 34일 차 ; 아르헨티나

 

 어젯밤 우유니에서 아타카마로 넘어갈 때 만난 친구와 연락이 닿았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도착했다고 해 오랜만에 숙소를 빠르게 탈출했다. 사실 약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일주일간 있으면서 내 개인적으로 구경할 수 있는 곳은 다 구경했다 싶었다. 그래도 그 친구가 온다니 잠깐 얼굴이라도 보기 위해 핑크 하우스로 나갔다. 

그래도 날씨가 좋으니 언제 봐도 핑크하우스는 이쁘게 보였다. 아침까지만 해도 날씨가 좋았는데...

 친구가 이미 오늘은 부에노스에서 점심 약속이 있다고 해 시내만 급하게 둘러본 후 바로 헤어졌다. 마지막 날이라 크게 의욕도 없어서 근처 맥도날드로 가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정처 없이 걷기 위해 거리로 다시 나갔다. 아까까지만 해도 화창했던 날씨가 어느 순간부터 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사실 어제 스카이다이빙을 신청했는데 오늘 날씨가 안 좋다고 취소를 당했는데 왜 취소했지라는 생각을 했지만, 역시 그 사람들이 옳았었다. 

날도 흐리고 바람도 엄청 불기 시작했다. 스카이다이빙을 할 수 있을거란 기대를 했었는데...

 보통 도시로 가면 사람들이 추천하는 곳중 반드시 포함되는 곳이 높은 곳에서 보는 도심의 전망인데, 이상하게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전망대 추천이 없었다. 물론 항구도시임에도 불구하고 항구도 추천하지 않았었다. 항구는 그 사단을 겪어서 왜 추천하지 않는지 이유를 알 수 있었지만, 전망대는 왜 추천하지 않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직접 올라가 보기로 했다. 

앤티크한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웰컴 드링크로 샴페인 한 잔을 주었다. 구성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올라와서 보니 왜 사람들이 이 아름다운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두고도 전망대를 찾지 않는지 알 수 있었다. 아래서 볼 때는 그저 파리의 한 장면이였는데, 올라와서 보니 다 허름해서 곧 무너질 것만 같아 보였다. 날이 흐려서 그런지 더 칙칙해 보였다. 차라리 보지 않았으면 좀 더 좋은 기억으로 남았을까, 강도를 당하고도 정말 살고 싶었던 도시였는데... 그래도 다행인 건 마지막 날 봐서 더 이상의 미련은 생기지 않는 듯했다.

이러한 어두운 분위기를 영화나 드라마에서 봤을 땐 좋아보였는데, 막상 직접 보니 좀 무섭기도 했다.

 심지어 나 말고 손님도 한두 명밖에 없었다. 그래서 오래 구경하지 않고 숙소로 돌아갔다. 오늘 저녁은 그때 우유니 숙소에서 만나고 어제 주말 장에서 만난 분과 같이 밥을 먹기 위해 숙소에서 장소를 정하고 있었다. 구글맵으로 스테이크 집을 알아보고 있는데 숙소 근처에 평이 정말 좋은 곳이 있었다. 심지어 여기는 예약을 하지 않으면 먹기 힘들 정도라고 해 브레이크 타임일 때 먼저 웨이팅을 해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고 있는데 정말 하늘에 구멍이 난 줄 알았다. 비가 진짜 폭포처럼 쏟아져 10분 만에 부에노스의 가로수길인 '팔레르모'가 잠길 수준이었다. 하수 시설이 안되어있는지 농담이 아니라 비가 발목까지 찼다. 이럴 줄 알았으면 슬리퍼를 신고 올걸, 운동화가 아얘 다 젖어버려 웨이팅 하던 몇몇 사람들이 도망가 바로 입장은 가능했으나 신발에 물이 찬 찝찝함은 덜을 수 없었다. 

 유명하고 비싼 곳이었지만 그 값을 했다. 다른 곳보다 스테이크 가격이 거의 2배는 나갔는데, 그만큼 양도 2 배급이었고 서비스도 정말 훌륭했다. 부에노스를 떠나는 날까지 스테이크로 마무리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비를 미친듯이 싫어하지만, 미친듯이 비가 온 덕에 마지막까지 정말 좋은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다행히 소나기였는지 식사를 하고 나오니 비가 그쳤다. 인연을 이렇게 밥만 먹고 떠나보내는 게 좀 아쉬웠지만, 새벽 비행기를 타고 아르헨티나의 마지막 장소인 '이과수'로 넘어가야 했기 때문에 숙소로 돌아갔다. 짐을 챙긴 후 숙소에서 많은 도움을 줬던 직원에게 인사를 하고 공항으로 갔다. 여러모로 가장 큰 이슈가 있었던 부에노스를 떠나보내려니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내 여행은 마무리를 지어야겠지. 또다시 대자연의 웅장함을 찾으러 세계 3대 폭포이자 남미의 가장 큰 폭포인 이과수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부에노스도 역시 대도시답게 새벽에도 엄청난 빛을 내뿜고 있었다. 역시 비행기를 타고 떠나려니 너무나도 아쉬웠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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