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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해외)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

by 메르쿠리오 2021. 6. 28.

중남미 여행 - 31일 차 ; 아르헨티나

 

 값싸고 질 좋은 소고기를 아침부터 먹기 위해 오늘도 숙소 근처 햄버거집으로 갔다. 오늘 간 햄버거집은 좀 특이한 게, 절인 야채를 볶은 건지는 모르겠으나 볶은 김치 맛이 났다. 그런데 의외로 조합이 좋아 진짜 맛있게 먹었다. 왜 사람들이 김치를 술안주로 먹는지 조금은 알 수 있는 시점이었다.

맥주를 제외하고 탄산음료를 먹지 않기 때문에 대낮부터 맥주를 시켰다. 정말 볶음김치맛 나는 햄버거와 맥주는 환상의 조합이다.

 밥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평소에 쓰지 않는 왓츠앱으로 연락이 왔다. 자기가 경찰인데 내 여권을 주웠다고 했다. 하필 어제 대사관에 가서 여권을 신청했는데, 이미 여권을 신청하면 기존 여권을 찾아도 되돌릴 수 없다고 했다. 그래도 찾은게 어딘가, 일단 내가 이때까지 여러 나라들을 거치며 모은 스탬프를 찾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다행이었다.

운전은 칠레에서 다 했기 때문에 국제면허증은 필요없었지만, 여권은 정말 찾은게 다행이였다.

 경찰이 이탈리아 광장에서 만나자고 사진을 보내 왔는데, 아직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상태여서 의심부터 했다. 그래도 무엇보다 내 여권 스탬프를 찾는 게 우선이라 생각해 보내준 장소로 이동했다. 다행히 사람도 많은 광장인지라 동상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경찰이 아들과 같이 와 내 여권을 전해줬다. 안 그래도 오늘 대사관에서도 연락이 와 여권을 찾으러 오라고 해서 바로 버스를 타러 갔다. 그런데 경찰도 같은 방향으로 간다고 해 같이 갔다. 내가 걱정돼서 같이 간 거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대사관 근처는 안전하다고 느꼈었기 때문에 인사하고 내려 대사관으로 갔다.

경찰이 자기가 있는 곳이라며 보내준 사진. 사실 너무 음침해 의심부터 했다.

 스탬프가 아니여도 여권을 찾은 게 다행인 것이, 여권 분실 시 5년 안에 여권을 한번 더 분실하게 되면 여권 재발급 제한 등 큰 패널티가 생긴다고 한다. 분실 후 찾으면 그 패널티만큼은 지워준다고 하니 여러모로 다행이었다. 여권을 강도당한 후 찾는 것도 쉽지 않다고들 말하는데…
 여권을 찾은 후 이번엔 잃어버리지 않도록 숙소 캐비넷에 넣어놓고 잠시 숙면을 취했다. 어제 아르헨티나에 사는 한국분에게 환전을 했었지만, 생각해보니 원래대로라면 우루과이를 넘어가 한 3일 정도 있을 생각이었으나 단수여권이기 때문에 아르헨티나 페소가 더 필요했다. 어제 만난 친구들에게 암 환전 정보를 듣고 시내로 나섰다. 나왔는데 아직 날이 더워 아이스크림을 사서 먹었다. 이만한 양이 100페소밖에 안 한다니, 역시 남미에서 아무리 비싸다고 해도 우리나라의 물가를 생각하면 정말 저렴했다.

작디 작은 콘 안에 아이스크림을 꾸기다가 쌓아주기 시작했다. 외국은 내가 좋아하는 맛이 너무 많은게 가장 좋았다.

 시내 구경을 하다 보니 어느새 해가 지고 한두명만 보이던 암 환전꾼들이 슬슬 많아지기 시작했다. 강도를 당하고도 음지로 들어가 암 환전을 하려고 하니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지만, 그래도 은행에서 환전하기엔 정말 말도 안 되는 환율을 보여줬다. 어쩌면 암 환전이 사실 말이 안 되는 환율이겠지만.

외형만 봤을땐 사실 정말 다 사기꾼처럼 생겼지만, 다행히도 진짜 돈(?)을 받을 수 있었다. 

 무사히 환전을 마치고 오늘은 혼자였기 때문에 숙소 근처로 안전하게 돌아갔다. 팔레르모에 숙소를 잡은게 다행이었던 게 아무래도 우리나라의 가로수길 같은 곳이라 그런지 새벽에도 정말 안전했다. 버스를 타고 가는 길에 오벨리스크가 보였는데 꽤나 아름다웠다. 역시 도시는 낮보다 밤이 더 화려한 듯했다.

오벨리스크는 크기는 작았지만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이름처럼 야경 색이 정말 아름다웠다. 

 오늘도 어김없이 스테이크 집을 찾았다. 사실 아르헨티나 스테이크는 어딜가나 맛이 보장되어있는 느낌이라 구글맵에서 대충 숙소 근처에 보이는 아무 곳이나 집어 들어갔는데 역시나 성공했다. 오히려 어제 간 '라 브리가다'보다 더 훌륭했다. 엄청난 두께를 자랑해 씹는 맛이 일품이었다. 거기다 더 좋았던 건 마늘장아찌 같은 것을 줘 마늘에 환장하는 한국인에게는 이보다 더한 반찬이 없었다. 어제 먹었던 메시 단골집인 '라 브리가다'보다 오히려 더 기억에 남았다. 저녁을 먹고 오늘은 얌전하게 숙소에서 한국에 있는 가족과 지인에게 안부를 돌렸다.

고기 두께가 정말 손가락 2마디만했다. 찾는 곳마다 어떻게 고기가 베스트 of 베스트인지, 내일은 또 어떤스테이크를 먹을까 기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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